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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공감

노년 끌어안기, 로르 아들레르의 인문학 에세이

by 다독다감 2022. 6. 12.

노년 끌어안기 : 일흔 생애가 바라보는 삶과 노년에 대한 성찰

노화의 과정과 삶의 황혼을 살아가는 로르 아들레르의 지혜

프랑스 여류 작가 로르 아들레르의 <노년 끌어안기>는 일흔을 넘긴 작가가 노년과 삶에 대한 사유를 담은 에세이집이다. 이 책의 독자층은 노년은 물론이고 앞으로 노년이 될 사람들이 대상이다.

젊었을 때는 나이를 잊고 산다. 그러다 해가 바뀌거나 생일을 맞이하거나, 타인으로부터 불쑥 자신의 생물학적 나이를 일깨우는 기분 나쁜 말을 듣게 되었을 때 우리는 곧장 '노년의 세계'에 진입하곤 한다.

"아직도 하이힐이 너무나 잘 어울리시네요!" 또는 "어머, 이십 대보다 더 젊게 보이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몸이 노화되었다는 걸 대개 느낀다. 그 느낌은 그대로 직진하여 정신도 노화의 세계로 이끌고 가버린다. <노년 끌어안기>에는 노년을 어떻게 바라다봐야 할지, 또 노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작가 나름의 인문학적 성찰이 담겼다. 

작가 소개

저자 로르 아들레르는 1950년 프랑스 캉에서 태어났다. 소르본 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공영 라디오 프랑스 퀼트리에서 40년 동안 프로듀서 겸 진행자로 일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한나 아렌트, 시몬 베유 등의 전기를 썼으며 특히 뒤라스의 전기로 프랑스의 5대 문학상 중 하나인 페미나상을 수상했다.

저자 로르 아들레르

2016년부터 라디오 채널 ‘프랑스 앵테르’에서 문화 예술인을 초대해 대화를 나누는 〈푸른 시간L’heure bleue〉의 진행을 맡고 있다.

출판과 방송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로르 아들레르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5년 레지옹도뇌르훈장을 수상했다.

나이 감각과 나이 경험, 나이 관념

저자 로르 아들레르 말한다. 세월이 우리를 규정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축적해온 경험이나 추억이 우리와 세상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 가운데 누구도 자신의 나이로 환원되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같은 날에도 여러 나이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뿐.

"마흔 살은 청춘의 노년이지만, 쉰 살은 노년의 청춘기다."
- 빅토로 위고

20대 때부터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는 청춘이 이외로 많다. 또 일흔이 되어서도 청춘처럼 행동하는 노인들도 많다. 전자는 SNS의 영향이 크고, 후자는 눈부신 의학의 발전과 결합한 마케팅이 교묘하게 작용한 결과다. 어쨌든, 우리는 생물학적 나이와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관념 나이를 감각하며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책을 읽을 때의 큰 즐거움 중의 하나는 저자의 생각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을 느낄 때다. 저자 로르 아들레르는 노인들이 갖은 노력으로 근육질을 키우고, 닥치고 젊게 보이려는 현상을 탐욕적이라고 생각한다.

청춘의 몸을 갖고자 열망한다고 해서 생물학적 나이로 회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저자는 <노년 끌어안기>에서 <연인>을 쓴 마르그리트 뒤라스,  <탐닉>의 작가 아니 에르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조르드 상드와 같은 프랑스 여류 문필가들이 남긴 노년에 대한 증언을 수없이 인용하며 노년에 대한 성찰을 가다듬는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결코 자기 나이에 신경 쓰지 않았고, 성적 욕망을 비롯한 강렬한 욕망을, 삶이라는 술잔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맛보려는 욕망을 아주 늦게까지 몸으로 느끼며 살았던 작가였다.

우리들의 인생은 결국, 성과 사랑 이외에는, 젊었을 때 추구했던 모든 것들 - 성공이라든지, 부라든지, 명예라든지 하는 온갖 것들이 사실은 우리가 죽고나면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먼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런데까지 생각이 나아가면 슬프지지만 어쩔 수 없는 인생의 운명같기도 하다.

그러니, 스위스에서는 섹스도우미라는 새 직업도 2007년에 생겨났다. 글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인생의 본질적인 영역까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그런 삶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우리 모두는 언제가 늙는다. 저자는 젊었을 때는 결코 늙음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늙기 전에 죽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다 기쁨도 동의도 없이 노년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깨달았다고 했다. 중단 없이 자기 삶을 사는 것이라고.

저자는 젊음을 되찾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결코, 과거의 향수에 젖지 않는다. 자신이 예전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물론 조금 느려지긴 했지만, 봄을 온 몸으로 느끼기를 원한다고 말이다.

그렇기에 매년 봄은 애절해진다. 우리가 맞을 봄이 몇 번이나 남았을까···.

그러나 나이는 때로 힘을 주기도 하고, 삶에 강렬한 지혜의 빛이 들어오는 시기이기도 한다. 지금은 비록 노년이 우리 눈앞에서 살아져야 할 혐오의 대상, 꼰대로만 남았지만, 옛날에는 연륜과 지혜를 획득한 자로서의 정당한 대우를 받았던 시대도 있었다.   

로르 아들레르는 이 책에서 노화에 중립성을 호소하며 과잉보호보다 노화가 활동적인 가치로 여겨지길 호소한다. 곳곳에서 노년에 가해지는 폭력, 우리 문명의 실패를 말해주는 기호인 폭력을 멈추길 호소한다.

에필로그

노년에도 인간이 인간으로 남을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노년 끌어안기>는 그 물음에 대한 성찰을 던져준다.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 그것은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수준의 행복이다. 

정말 내가 늙는다는 사실을 정말 생각지 않고 계속 살아가게 될까? 나는 내가 젊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사회가 내 나이를 이유로,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해주는 자아의 지속성이라는 감정을 앗아가는 걸 원치 않는다.

내 삶에서 오랫동안, 나이 든 사람은 타인들이었다. 오늘날 나는 그 타인들의 일원이 되었다.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고, 심지어 꿈에서조차 그러지 못했다.

나는 세상에 대한 욕구를 간직하고, 매일 삶의 짠맛을 발견하고, 보부아르의 수준에 도달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보부아르는 이렇게 관찰했다. “나는 타인이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나 자신으로 남는다.” _228쪽

이 책을 읽고 마음이 많이 무거워졌다. 우리 모두는 늙어야 할 운명이지만, 그것을 외면하고 살아왔다. 나이먹어 간다는 것을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한쪽 구석으로 치워두고 살았다. 두려웠기 때문이다.

<노년 끌어안기>는 내가 픽한 책이 아니다. 사서님께서 젊은 작가들 책만 읽지 말고, 나이든 자의 고백과 성찰이 담긴 책도 가끔 읽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로르 아들레르의 <상실 끌어안기>도 같이 권했는데, 그 책은 차마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반납하기로 했다.

삶의 진짜 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은 언제나 고통스러운 일이고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과하고 나면, 사람은 언제나 한 단계 성숙해진다.

삶과 죽음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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