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시인과 소설24

오늘의 인사, 김민령 청소년 소설집 아직 미성숙한 탓인지 청소년 소설을 더 즐겨 읽는 것 같다. 김민령의 소설집 (문학동네, 2022)는 여고시절의 다채로운 일상을 담은 소설이다. 작가는 "고등학교 때 어땠어?" 누가 물어보면 조금 생각하다가 "재미있었지."하고 대답한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해 보면 작가의 말처럼 꼭 재미있지만은 않았겠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고 요약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요컨대 는 시시하고 별것도 아닌 고등학교 나날에서도 청춘의 의미를 다채롭게 길어 올릴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서 김민령은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이 "뭐, 재미있었다." 하고 한마디 해 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고 했는데, 나는 각자의 고교 시절을 잔잔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고 평해 두고 싶다. 작가 김민령.. 2023. 2. 25.
책의 엔딩 크레딧, 한 권의 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안도 유스케의 (북스피어, 2022)은 책 만드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장편 소설이다. 책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면 대개 저자자 출판사의 편집자, 혹은 일러스트나 디자이너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은 인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주무대로 불러 올린 작품이다. 인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야기가 소구력이 있을까 싶긴 한데, 그래도 읽어보면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감이 잡히면서 한 권의 한 권의 책에 더없이 애정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을 쓴 안도 유스케는 자신이 여러 권의 소설을 냈지만,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하여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작가 안도 유스케 프로필 1977년생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다. 2007년 『왕따 전담 신입사원』 TBS·고단샤 제1회 드라마.. 2023. 2. 8.
프라하의 봄 영화 줄거리와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영화 프라하의 봄: 존재를 관통하는 덧없는 사랑에 대한 애달픈 헌정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원작 영화 유한자인 인간은 젊었을 때는 철학에 심취하게 되고 늙어서는 철학을 멀리하게 된다. 그런데, 밀란 쿤데라의 소설 은 나이 들어서도 비애를 느끼게 되는 몇 안 되는 소설 중의 하나다.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원작으로 한 영화 도 그렇다. 삶은 누구에게나 예외없이 단 한 번뿐이다. 작가는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뿐인 것은 전혀 없었던 것과 같다는 독일 속담을 인용하며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생의 마지막 날, 마지막 날 숨을 힘들게 내쉬게 될 때, 내 삶에 대하여 나는 어떤 생각을 하며 눈을 감을까라는 두.. 2022. 5. 12.
조지 오웰 1984 영화 줄거리,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 1984: 독재와 첨단과학기술이 만나 탄생한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섬뜩한 미래 극단적 전체주의가 어떻게 한 개인을 무력하게 파멸시키는가를 묘사한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표작, 1984 전체주의 사회의 공포를 묘사한 디스토피아 소설 는 조지 오웰이 1949년 발표한 작품이다. 1948년에 집필을 마친 조지 오웰은 '48'을 뒤바꾸어 소설의 제목으로 삼았다. 이 작품은 예브게니 자먀찐의 , 올더스 헉슬리의 와 더불어 세계 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힌다. 특히 1984는 20세기에 출판된 책 중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이 큰 명작으로 '빅 브라더'는 개인 사생활 침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차용되는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작가 조지 오웰 조지 오웰은 필명이며,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 1903년, 인도 벵골에서 .. 2022. 5. 8.
황정은 백의 그림자, 은교와 무재의 사랑의 행로 우리 시대의 소설가 황정은의 첫 장편소설 우리 시대의 소설가 황정은의 첫 장편 소설 백의 그림자(2010)가 오랫동안 절판되었다가 2022년 2월 창비에서 다시 복간되었습니다. 출간 직후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은 백의 그림자.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소설은 두 남여의 연애를 그리고 있는데, 등장인물들 모두 그림자가 일어서는 경험을 합니다. 단순히 소재로만 보면 판타지 소설로도 볼 수 있지만, 부록으로 실린 작품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지적하듯이 그림자는 '환상'보다는 '극極현실'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합니다. 작가의 이러한 경향은 그의 단편 나 에서 보이기도 합니다. 황정은의 다른 소설 에서 '나나'는 전심전력의 사랑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러한 판타지는 작가.. 2022. 3. 21.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유고 시집 "충분하다" 고양이를 사랑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카의 유고 시집 (2016)는 시인의 마지막 두 권의 시집 (2009)와 (2012)의 수록작 전부를 최성은 선생이 번역해 묶은 것이다. 쉼보르스카는 86세 고령에 자신의 열두 번째 시집 를 출간하고 나서 향후에 집필하게 될 새로운 시들은 동료 시인이었던 리샤르트 크리니츠키가 편집주간으로 있는 출판사 "a5"에서 출간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시집 제목으로는 "충분하다"를 생각해두었다는 말에 크리니츠키는 그저 농담으로만 들었다. 그러나 시인에게 시집 를 끝마칠 시간을 허락되지 않았고 운명은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리샤르트 크리니츠키는 쉼보르스카가 직접 타이핑한 원고를 본문에 싣고 시인이 남긴, 거의 완성단계인 육필 원고는 사진과 함께 부록에 실어 유고 시집 를 출간했다. 폴란드 언론들은 의 서평.. 2021. 8. 7.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시선집 "끝과 시작", 두 번은 없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2007)은 2007년 7월 국내 독자들에게 첫선을 보인 시집이다. 1945년부터 2005년까지 출간한 열한 권의 정규 시집에서 170편을 엄선하여 수록한 시선집이다. 그후 시인은 두 권의 시집을 출간하고, 2012년 2월 1일, 향년 89세로 우리 곁을 떠났다. "자신에 대해 공개적으로 떠들어대는 것은 결국 스스로를 궁핍하게 만든다"고 했던 쉼보르스카는 생전 열 두권을 시집만을 남긴채 크라쿠프에 있는 자신의 자택에서 잠을 자듯 평온하게 눈을 감았다. 어차피 삶에서는/ 단 한 순간의 불멸도/ 기대할 수 없다고 노래한 시인은, 쓰는 즐거움./ 지속의 가능성./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소멸해가느 손의 또 다른 보복./을 통해 우리 곁에 영원히 남았다. 이후로 쉼보르스카의 유고 시집 가 .. 2021. 8. 2.
인생의 숙제, 진짜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 백원달 공감 만화 인생을 살다 보면 뭔가를 진짜 열심히 해본 게 마지막으로 언제였던가 하는 생각이 몰려올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게 있긴 있었나 하는 까마득한 탄식. 백원달의 는 그런 날에 잔잔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공감이 가는 이야기를 그린 만화다. 는 2020년 11월 16일 초판 발행됐고, 2021년 3월 10일 1판 5쇄로 2만 부를 인쇄했다. 서른셋 직장 여성이 반짝거리는 진짜 자신을 찾아가는 잔잔한 이야기에 이삼십 대 여성들이 반응했다. 시간이 흘러가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가는 어른이 되어가고 싶다는 작가 백원달은 와 , 을 출간했고 웹툰 플랫폼 코미카에서 을 연재했다. 로 2020년 네이버 웹툰 지상 최대 공모전에서 2기 장려상을 받았다. 20화로 이루어진 는 11년차 직장인 박유나가 주인공이다. 출근도 .. 2021. 6. 25.
님의 침묵, 만해 한용운의 생애와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 해마다 오늘이 되면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라는 시를 생각합니다. 시집 따위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두메산골 초등학교였는데, 그해 전학 온 열두 살 짝꿍이 시집 을 보여주며 함초롬한 눈망울로 "너 만해 한용운 아니?"라고 물었을 때부터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 시작되었습니다. 님의 침묵 만해 한용운이 발표한 '님은 침묵'은 한국일보가 1999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문학 사상 가장 넓고 높으며 깊은 인간성을 표현한 절실한 시로 21세기에도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 작품, 첫 번째로 꼽혔습니다. 그러나 만해 한용운은 저에게 '불가능성'만으로 남아 있습니다. 어릴 적 서당에 다닌 것이 학력의 전부였던 한용운이 철학과 문학을 스스로 공부하고 동인 활동도 전혀 거치지 않은 채 문인이 되어서만은 아닙니다... 2021. 6. 18.
검은 노래, 노벨문학상 수상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생애와 시 세계 마음이 아플 때 시는 아주 작은 위안이 됩니다. 투명한 물망울 같은 영혼과 시간을 돌로 쌓아가는 마음으로 쓴 시들은 힘겨운 자아를 보듬어 줍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시 세계가 제게는 그러합니다. 비스와바 쉼브로스카(1923-2012)의 시집 는 시인의 사후에 발굴된 미공개 초기작들과 그간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이 수록된 마지막 시선집입니다. 199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폴란드가 낳은 여류 시인입니다.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았던 이 위대한 시인은 생전 시집 열두 권만 남겼습니다. 쉼보르스카 시 세계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 그녀의 시 세계는 명징한 시어로 빚어낸 맑은 물방울들이 천진한 이슬로 빛납니다. 전쟁의 참혹함은 쉼보르스카의 시어를 더욱 간절함으로 조탁했습니다. 제2차 세.. 2021. 6.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