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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공감

유지혜 작가,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by 다독다감 2022. 6. 3.

유지혜 에세이집: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유지혜 작가가 쓴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는 소소한 일상에 대한 사유를 묶은 에세이집이다. 책 제목에 '미워하는'이라는 단어를 무려 세 번이나 썼다. 유별나게 긴 제목의 책이 유행하는 요즘이다. 그리고 에세이스트가 유행하는가 보다.

지금까지 작가가 출간한 4권의 책을 모두 읽은 친구가 미워하는 마음 없이를 권했다. 유지혜의 책들은 어떤 부분을 읽어도 식상한데가 한 곳도 없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결코 허투루 말하는 법이 없는 친구가 그렇게 말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 수필집은 2021년 11월 8일 초판 1쇄를 찍었는데, 친구가 건넨 책은 11월 22일 판본이었는데 벌써 6쇄를 기록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궁금증으로 책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멋진 글을 쓰는 사람은 많지만 유지혜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은 유지혜뿐이다. 감탄과 질투를 불러일으키는 문체, 영혼을 건드려 영감을 주는 표현. 그가 좋아하는 것을 똑같이 좋아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 나는 이 작가에 대해 밤새 말할 수 있다."
- 임현주 아나운서

거기다 책 뒷표지에 며칠 전에 읽었던 작가 임현주의 추천사도 떡하니 있지 않은가?

작가 유지혜 소개

1992년생. 쓰는 사람. 20대 초반부터 수많은 여행을 다녔다. 그 경험을 담아 지금까지 세 권의 여행기와 한 권의 에세이집을 냈다.  

지은 책으로 스물세살에 다녀온 98일간의 유럽 여행기를 묶은 <조용한 흥분>(2015), 스물넷 끝자락부터 스물다섯 여름까지의 여행기를 담은 <나와의 연락>(2017),  2017년부터 2020년 봄까지 4년간의 여행기를 담은 <쉬운 천국>(2020),

그리고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2021)가 있다. 이 에세이집에는 코로나로 여행을 가지 못한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다. 

책 표지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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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내며: 사랑의 안전지대를 넘어

1부 동경할 때는 누구나 어린아이가 된다
가을만의 자태
피아노 배우기
잊기
냄새들
진짜 시들은 달아나지
착하지 않은 말
일대일의 예술
깨끗한 이별
영원한 여자친구
일상적 영웅
생일 아닌 날
비비안 웨스트우드
우리는 어린 조르바였다
위스키
봄은 길을 짧게 만든다
조용한 성공
없는 불행

2부 그곳에 두고 온 마음
그들은 예뻤다
마지막 런던
기분을 꿔주는 은행
모든 아이들은 천국에 간다
우리가 함께하기 전까지 여름은 시작되지 않아
사이
후쿠오카 노부부
심야 서점
내 안의 섬
손님
거실 없는 집
내면의 땅

 3부 사랑 다음은 사랑
유행어
고양이 에릭
네 삶 이전의 우정
그가 주인공이 될 때
춤추는 것은 사랑하는 이들의 특권
잠든 얼굴은 미워하기 어렵다
느리게 걷는 마음
나는 노력하지 않아도 그 속에 있어
향수가 된 글
나의 택배 기사

마치며: 사랑이 유행하는 세계

인상 깊었던 수록 에세이

나의 미카엘

유지혜는 아모스 오즈의 소설 <나의 미카엘>을 인용하면서 미워하는 마음 없이의 첫 에세이 '가을만의 자태'를 시작한다.  인용구에서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마음 다짐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유지혜는 택배 기사를 하는 아빠에게 전하는 따뜻한 사랑으로 에세이를 갈무리한다 

"가을이 올 것이다. 나는 언젠가 어릴 적에 가을이면 사람들이 더 조용하고 더 현명해 보인다던 아버지의 말씀을 기억하고 있다."
- 아모스 오즈 <나의 미카엘> 중

친구가 말한대로 유지혜의 문장들은 난삽하지 않았고 담백한 맛이 있었다. 일테면, 유지혜는 무엇인가에 몰입한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생김새와 상관없이 언제나, 제일 예쁘다고 말할 줄 안다.

몰입에 대하여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만큼 행복한 사람도 세상에는 없다. 사심으로 욕망에 휘둘리는 사람은 몰입하고 싶어도 몰입을 할 수가 없다.

몰입은 어떤 대상을 향한 무아의 경지에서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화되면서 대상과 일체화되는 몰입의 순간, 눈빛은 빛나고 몸에는 아우라가 깃든다. 

깨끗한 이별

에세이 '깨끗한 이별'에서는 한 남자 친구와의 연애와 이별을 통해 환상 속에 간직한 사랑이 아닌, 현실 속에서 사랑이 갖는 의미를 말한다.

현실에서는 깨끗한 사랑, 깨끗한 이별은 있을 수 없다. 현실은 결코 이상적인 세계가 아니다. 자신의 사랑만큼은 더없이 아름다울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랑 또한 현실이 빚어내는 한 현상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이다.

젊은 날, 한때의 사랑을 통해 이러한 사유를 획득하는 것은 범상치 않은 일이다. 작가는 멀어져 간 남자 친구를 '해 질 녘 색'으로 담담하게 남겨두는 성숙함을 보인다.

착하지 않은 말

그리고 유지혜는 매사에 착하게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충고한다.

어른들은 영혼 없이 예쁜 말만 뱉으려는 굳센 습성이 있다. 속마음과는 정반대로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미명 하에 친절함을 수시로 가장한다. 착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고, 자신도 그렇게 대접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실되지 못한 상냥한 미소와 거짓된 말투는 사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상대 또한 이를 알아보기 마련이다.

상대방을 진심 존중하고 위한다면, 상대의 기분이 조금 상하더라도 진실을 기꺼이 말하려는 마음이 생긴다. 그럴때 상대방은 나의 진심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것이 관계의 미학이다.

독후 감상

작가 유지혜는 서점에 가길 좋아하고 즐겨 글을 쓴다. 카페에 가길 좋아하고 즐겨 산책을 한다. 여행은 기본이다. 지금도 책 읽고 산책하기를 즐기는 나 또한, 젊은 날에는 여행 떠나기를 좋아했다. 사람은 닮은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  

유지혜는 매우 반듯하게 청년이 되었다. 책장을 덮으며, 이슬아의 글쓰기 스타일과 닮았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러고보니 둘은 1992년생, 동갑내기다. 

책 속 책 풍경, 178쪽

그런데, 유지혜의 에세이에는 지나치게 정제된 문장에 대한 집착과 생각의 반듯함을 고집하려는 무언가가 읽힌다. 예컨대, 아주 잘 설계된 경로만을 달리려는 기차 같다. 좋은 쪽으로 나아가면 우아함이 되고, 고착화되면 스테레오 타입이 된다. 

그러나 유지혜는 아직 청년이다. 걱정하기보다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야할 시기이다. 다만, 여행기와 에세이가 언제까지 독자에게 소구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필은 한때의 유행이기 때문이다.

이슬아는 소설 쓰기가 어렵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의 소설이 기다려진다. 이슬아가 쓴 소설이 궁금해지고, 작가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유지혜의 새로운 작품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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