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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소설

영화 레베카와 소설 레베카의 차이점, 넷플릭스 미스터리 영화 추천

by 다독다감 2021. 2. 7.

서스펜스 여제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장편 소설 원작 로맨스

넷플릭스가 기획한 영화 <레베카>는 서스펜스의 여제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장편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스터리 앤 로맨스 영화입니다.

 

레베카의 매혹적인 이야기는 알프레드 히치콕이 1940년에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 아카데미에서 작품상과 촬영상을 수상하였고 미하일 쿤체와 실베스터 르베이에 의해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우리나라에도 공연되는 등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고딕 미스터리의 고전입니다. 현대문학은 2018년 초판 출간 80주년 기념판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소설과 영화 모두 정작 레베카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이름 없는 '나'입니다. 작품의 이름이 된 주인공의 얼굴은 한 번도 등장하지 않고 그 주인공을 서술하고 있는 또 다른 주인공은 이름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으니 독특한 구성 방식의 작품입니다.

 

소설은 줄곧 레베카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긴장감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갔지만 영화는 주인공 나와 영국 최고의 대저택을 소유한 맥심과의 로맨스가 도드라지게 부각된 미스터리 로맨스물이 되었습니다.

 

영화 <레베카>의 줄거리

몬테카를로 호텔에서 어느 몰상식한 귀부인의 시중을 들던 '나'(릴리 제임스)는 어느날 호텔 라운지에서 대지주 맥심(아미 해머)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신분의 차이에도 결혼까지 합니다.

 

맥심과 '나'는 맨들리로 들어가지만 그 대저택은 여전히 맥심의 전처였던 레베카가 음산하게 지배하고 있습니다. 하인들은 '나'보다 죽은 레베카 시절의 집안 질서를 그대로 따르고 있고, 집산 댄버스 부인(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은 대저택에 어울리지 않는 자격 없는 부인이라며 '나'를 맨들리에서 내쫓으려는 적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스포일러

그러던 어느날 바다에서 죽은 레베카의 시신이 떠오르고 맥심은 유력한 용의자로 법정에 서게 됩니다. 맥심은 나에게 레베카는 자살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총으로 쏴 죽였음을 고백합니다. '나'는 맥심을 지키기 위하여 소심했던 나를 던져버리고 당당하고 용의주도하게 법정 싸움을 준비하여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며 결말을 맺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정리한 레베카의 줄거리입니다. '나'가 어떻게 무죄 판결을 이끌어내는지는 소설과 영화 모두에서 반전에 해당됩니다. 영화는 단 몇 시퀀스로 서스펜스를 잘 표현했고 소설은 아주 세밀한 묘사로 긴박감을 더해가며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었습니다.

 

영화에서는 나와 맥심의 애뜻한 로맨스가 전면에 나오고 레베카의 미스터리한 이미지는 커튼 뒤로 완전히 밀쳐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영화와 소설을 보면서 주인공인 '나'보다 레베카라는 인물에 더 매료되었습니다. 그러니 대프니 듀 모리에도 얼굴 없는 레베카를 제목으로 내세웠을 것입니다. 소설을 읽는 내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레베카의 이미지는 압도적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배우 릴리 제임스와 아미 해머의 비주얼과 그들의 로맨스에 의하여 신비하고 미스터리한 레베카의 이미지가 많이 죽은 느낌이 듭니다.

대프니 듀 모리에가 그린 레베카라는 여성은 좋게 말하면 아주 진취적이고 독자적인, 시대를 앞서간 패미니스트이자 자유를 사랑한 영혼이었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팜므파탈적인 퇴폐미와 냉소로 살아가는 여성입니다. 대지주의 아내가 되었음에도 레베카는 파리를 들락거리며 자유연애를 즐겼고 모든 남자들을 농락하고 굴복시킬 줄도 알았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주인공인 '나'는 너무나 초라하게 보입니다. 남편을 위해서라면 진실마저 은폐하고 전복시켜버리고마는 현실에 눈먼 여자입니다. 한마디로 남편에 종속된 여자일 뿐입니다. 영화에서 그려지고 있는 맥심과 나의 사랑이 그렇게 로맨틱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내게 레베카와 주인공인 '나'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기꺼이 레베카의 삶을 선택할 것 같습니다. 하나뿐인 인생을 누군가에게 종속되어 현실의 늪에 매몰되어 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여담으로 레베카를 주인으로, 연인으로 모셨던 댄버스 부인 역의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이 영화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연기로 시선을 끌었습니다. <잉글리쉬 페이션트>(1996)에서는 아주 젊고 자유분방한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레베카에서는 일편단심 레베카의 여인으로 나왔습니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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