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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소설

마스다 미리 '오늘의 인생', 수짱 시리즈의 작가적 완결판

by 다독다감 2021. 4. 5.

마스다 미리의 <오늘의 인생>(2017)은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솔직 담백하게 담은 일기 형식의 그래픽 노블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를 읽고 일상적인 흐름을 잔잔하게 기록한 마스다 미리의 간결한 그림체와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일상을 관조하는 따뜻함이 맘에 쏙 들었습니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들을 곁에 두고 마음이 허할 때마다 한 꼭지씩 읽었습니다. 가볍게 읽을 때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에는 묘한 힐링의 마법이 녹아있다는 촉감이 전해졌습니다.

 

마스다 미리에 대하여

마스다 미리는 1969년생으로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같이 사는 남자는 있습니다. 동거남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의 인생>에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일러스트레이터 프리랜서로 일하다 일명 수짱 시리즈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수짱 시리즈는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연애>,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2020)까지 5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시리즈마다 작가 특유의 독특한 감성으로 직장에 다니는 싱글 여성의 일상을 따뜻하게 담아내었습니다.

 

수짱 시리즈의 <결혼해도 괜찮을까?>는 시바사키 코우가 주연으로 캐스팅되어 일본에서 영화화되었고, 우리나라에도 개봉되었다는데 아직 보지는 못했습니다. 마스다 미리의 수짱 시리즈 외에도 여행기와 에세이가 국내에도 번역 출판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인생에 대하여

오늘의 인생을 읽어보면 일상의 일들을 매일 포스팅하는 어떤 분의 블로그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오늘의 인생에는 주로 편집자와 일하는 이야기, 쇼핑센터에 간 이야기, 영화 본 이야기, 카페에 간 이야기 등 일상의 에피소들을 순박하고 간결한 그림체로 담겨 있습니다.

 

마스다 미리의 이야기들은 예컨대 이런식입니다.

 

"일로 미팅을 하러 집을 나섰습니다. 도중에 빵집에 들러 공 모양 빵 3개와 거북이 모양 빵 4개와 두더지 모양 빵 1개, 그리고 건포토 샌드 쿠키를 5개 샀습니다. 그리고 미팅 장소인 카페로,...

 

(편집자와 미팅 후) 빵과 쿠키와 차와 차 아라레를 가지고 다음 미팅하러 가는 도중, 시간이 조금 남아서 스타벅스에 들렀습니다. 스타벅스에서 건포도 샌드 쿠키 1개를 야금야금 먹었습니다. 1개가 줄어든 쿠키와 빵과 차와 차 아라레를 가지고 다시 걷는데,..."(90-93쪽)

 

마스다 미리는 일상 이야기는 계속됩니다. 스타벅스에서 나와 눈썹 정리 가게를 가고 다시 미팅 장소인 카페에 가고 갤러리에 들렀다가 다 같이 밥을 먹고 차와 피지워터와 카티 만주 1개와 작약 1송이를 가지고 집에 돌아온 오늘의 인생.이라고 마무리합니다. 이게 한 꼭지의 '오늘의 인생'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왜 오늘의 인생 읽기를 좋아할까?

느낌이 어떠세요? 마치 초등학생의 일기를 보는 것 같지 않으세요? 아니면 일상을 포스팅하는 블로그의 글 같지는 않습니까? 이렇게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어떻게 책으로 출판되고, 그것도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일까요?

 

일상 이야기를 올리는 블로그를 매일 방문하여 그 글들을 꼼꼼하게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아마도 그 이유를 잘 알 것 같습니다. 소소한 일상을 자신만의 감성으로 소중하게 쌓아가는 그 진정성에 반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 이렇게 살고 있구나를 느끼는 타인에 대한 공감은 은근 중독성이 높습니다.

 

마스다 미리는 오늘의 인생 한 꼭지에서 이렇게 짤막하게 말합니다.

 

나의, 내 인생에 닥치는 귀찮은 일 전부를 작품으로 승화해 보이겠다. 라고 새삼스럽게 생각한 오늘의 인생"(68쪽)

 

이런 자세가 인생을 살아내는 힘이 아닐까요? 수짱 시리즈가 30~30대의 직장 싱글 여성의 불안과 미래의 두려움에 대해 스스로 자문자답하며 일상을 버티어가는 이야기 었다면 <오늘의 인생>은 작가 자신의 자문자답, 인생과 하루하루의 일상에 대해 자문자답하며 자신을 토닥이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은 없고 아무리 짧은 인생이었더라도 살아 있는 시간이 더 기니까요. 자신의 일상을 소중히 하고 멋진 나뿐만 아니라 멋지지 않은 나까지도 사랑하는 법을 <오늘의 인생>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오늘은 식목일입니다. 법정 공휴일은 아니지만 스스로 기념하여 블로그 제목을"영화의 시간"에서 "아브라빌리티 타임"으로 변경했습니다.

 

오늘 하루에 감사하며 하루하루의 일상을 귀히 여기고, 매일매일에 정성을 담아 굿바이 키스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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