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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게이고 일상이 기적과 연결된다는 깨우침

by 다독다감 2021. 2. 6.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오늘에서야 다 읽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이 추리소설은 일본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대박을 쳤습니다. 

 

2012년 12월 국내에 번역 출간된 이 소설은 2020년 12월 100쇄 발행을 맞아 현대문학에서 '100쇄 기념 땡큐 에디션'을 출간할 정도로 스테디셀러가 되었으니까요. 이는 국내에 발간된 일본 소설 중에서 최고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는 탐정도 등장하지 않고 머리를 쥐어짜면서 추리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범죄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단지 좀도둑 3명이 등장하고 시간이 이상하게 흐르는 나미야 잡화점이 등장할 뿐입니다.

 

스토리는 경쾌하게 흘러가고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상담을 통해 착하고 선한 마음이 일상의 기적으로 이어진다는 일깨움을 주는 장편 소설입니다.

 

우리나라 <용의자 X의 헌신>(2012)를 보고 일본 영화 <용의자 X의 헌신>을, 그리고 이 영화들의 원작을 찾아보면서 히가시노 게이고를 알게 되었습니다. 용의자 X별로 임팩트가 없었는데, 이번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소설가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일본 쪽에서 인기가 있다고 하는 본격 추리소설보다 판타지 소설에 가까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더 좋은 걸 보면 저도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인가 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 중에서 반전이 가장 돋보이는 소설은 <위험한 비너스>(2017)↗입니다. 반전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한 작품으로 이 소설도 추천해 봅니다.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줄거리

2012년 9월 12일 밤, 좀도둑 아쓰야, 쇼타, 고헤이는 어느 기업가의 별장을 털고 도주하는 중에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듭니다. 이들이 나미야 잡화점의 뒷문을 통과하는 순간에 시간이 출렁거렸음을 알게 됩니다. 이상한 편지들이 속속 도착했기 때문인데요. 이 부분을 읽으며 우리나라 영화 <콜>이 어쩔 수 없이 더 오르더군요.

 

좀도둑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나미야 잡화점'이 과거 고민 상담소로 유명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나미야 잡화점을 운영했던 나미야 유지 할아버지는 33년 전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그들이 숨어들었던 그날 밤, 나미야 잡화점에는 과거처럼 고민을 상담하는 편지가 도착합니다. 고민상담에 대하여 답장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옥신각신 끝에 좀도둑들은 재미로 답장을 해보기로 합니다.

 

# 나미야 잡화점의 고민 상담자들

제일 먼저 날아든 편지는 '달 토끼'입니다. 자신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을 목표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힌 달 토끼는 결혼을 약속한 남자 친구가 암 선고를 받아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고민 상담을 털어놓습니다. 즉 올림픽을 위해 훈련에 매진해야 하는가? 아니면 올림픽은 때려치우고 남자친구 간병을 해야 하는가?

 

두 번째 상담 편지의 주인공은 '생선 가게 뮤지션'입니다. 자신의 집안은 대대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데 가업을 이어야 하느냐, 자신의 꿈인 음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문제는 음악적인 재능이 자신에게는 없는 것 같는데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짙게 깔린 상담 편지였습니다.

 

세 번째는 회사에 다니고 있는 열아홉 '길 잃은 강아지'에게서 온 상담 편지입니다. 회사에 다니며 투잡으로 호스티스 일을 하는데, 아예 회사를 때려치우고 호스티스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고민 상담입니다.

 

좀도둑들은 나름 머리를 맞대어 나미야 잡화점에 날아든 고민 상담편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줍니다. 아쓰야와 쇼타, 그리고 고헤이가 답장을 하니 마니부터 답장의 방향을 정하고 쓰기까지의 과정이 코믹하게 그려집니다. 영화 <콜>에서는 전화로 과거와 연결되었다면 나미야 잡화점에서는 편지가 과거로 연결되는 통로가 됩니다.

 

# 독후 느낀 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설정들입니다. 나미야 할아버지는 처음에 장난기 어린아이들의 고민 상담 편지에도 나름 진지한 답변을 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진지한 인생이 고민이 들어왔고, 나미야 할아버지도 밤을 새 가며 진지한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좀도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비록 그들이 좀도둑이긴 했으나 다른 사람의 고민을 보고 그냥 지치 못하는 성정은 착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좀도둑들도 나미야 할아버지들처럼 나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최선의 해결책을 답장으로 보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을 상담했던 사람들도 다들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자신의 고민을 다른 사람에게 진지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정직한 본성을 갖고 있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나미야 할아버지의 답장을, 좀도둑들이 해 준 답장을 착하고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우리 인생은 그런 것 같습니다. 고난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착하고 선한 마음이 있으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오늘을 견뎌내게 하는 것 같습니다. 설령 기적이 일어나지 않더라도 과정 그 자체가 기적이라는 것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추리소설처럼 이 소설도 영화화가 되었다고 합니다. 언젠가 찾와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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