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이야기23 첫사랑은 블루 소설 줄거리와 퀴어 영화 러브 사이먼 며칠째 소설만 읽고 있습니다. 자아가 저 깊은 바닥을 기어가는 시기에는 픽션이 작은 도피처가 됩니다. 오늘은 베키 앨버탤리의 첫 소설 (2017)를 읽었습니다. 는 열여섯 살 소년 사이먼의 첫사랑 이야기를 그린 성장소설입니다. 전형적인 미국 하이틴 로맨틱 소설풍으로 우울증에는 오히려 이런 과장된 설정과 문체가 약이 되기도 합니다.사이먼은 흔히 말하는 게이입니다. 사이먼이 이메일을 통해 알게 된 블루와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과 커밍아웃을 고민하는 감정이 풋풋하게 다가오는 소설입니다.작가 베키 앨버탤리는 베키 앨버탤리가 임상 심리학자로 일하면서 워싱턴에서 LGTB 청소년들의 심리 상담을 한 경험을 아주 잘 살린 소설입니다. 그런 직업적인 경험이 없었다면 십 대 LGBT 청소년의 감정을 그토록 세밀하게 묘사하지.. 2021. 6. 6. 사랑이라니 선영아, 사랑해 선영아가 아닌 김연수 작가 장편소설 김연수는 복잡하고 긴 소설을 쓰기 전에 잠깐 쉬었다 가는 기분으로 를 썼다고 했습니다. 일종의 독자들을 위한 특별판 소설을 썼다는 이야기입니다.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를 읽으며 작가 김연수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작가 특유의 현학적이고 과시적인 소설 속 문장들에는 근대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어휘들이 서낙하게 튀어나옵니다. 서낙하다라는 어휘도 이 소설에서 처음 접했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장난이 심하고 하는 짓이 극성맞다는 뜻입니다.김연수 작가1970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3년 계간 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주요 작품에는 (1994), (2001), (2003), (2007)이 있으며 이상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 2021. 6. 4. 편혜영 신작 소설집 어쩌면 스무 번, 불명확하고 모호한 결말들 편혜영을 읽는 일은 ‘비밀과 어둠과 암호들’로 빽빽한 숲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물음표 열쇠를 손에 꼭 쥔 채. 소설가 정이현이 편혜영의 신작 소설집 (2021)의 책 뒤표지 추천사에 실은 글입니다.편혜영의 여섯번째 소설집 에는 단편 8편이 실렸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편혜영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쓰인 단편들 중에 성격이 유사한 여덟 편을 골라 거듭 퇴고 끝에 묶었다고 했습니다. 필요 불가결한 단문들로 이루어진 서사를 쫓아 맨 끝에 다다른 뒤에야 독자는 눈을 껌뻑이며 이내 탄식하게 된다고 소설가 정이현은 말했지만 서사를 쫓아 맨 끝에 다다른 뒤에도 편혜영이 그리고자 했던 세계가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그간 읽었던 소설 가운데 어쩌면 스무 번째로 난해한 소설이 아닐까합니다. 카프카의 소설보.. 2021. 5. 31.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줄거리와 결말(스포), 히가시노 게이고 신작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복고 미스터리생각이 복잡하고 마음이 심란할 때 무작정 시간을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추리소설 읽기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소설 (2021)를 읽으며 비 오는 하루의 시간을 죽였습니다. 는 우리나라 번역 출판이 2021년일 뿐 히가시노 게이고가 1988년 발표한 첫 연재소설입니다. 아마도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라는 대사가 유행하니까 이번에 번역 출판하지 않았나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저번에 을 읽고 적잖은 감성팔이가 부담스러웠는데 는 추리소설의 본령에 충실한 작품이라 흔히 말하는대로 책에서 손을 놓지 않고 정주행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 중에서 반전이 가장 돋보이는 소설은 (2017)↗입니다. 반전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한 추리 소설.. 2021. 5. 29. 무라카미 하루키 신작소설 일인칭 단수 줄거리, 시나가와 원숭이와 생맥주를! 어떤 작품들은 작품보다 작가의 품격에 매료되어 좋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이 그렇습니다. 이후 6년 만에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소설집 도 그런 것 같습니다.1949년생이니 올해 72세인가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전적 에세이 (2016)↗에서 밤 9시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 5시에 일어난다고 했습니다.커피 한 잔을 내려서 하루에 대여섯 시간 동안 원고지 20매를 꼭 쓰는 규칙적인 생활을 수십 년 동안 이어오고 있습니다.그 대목을 읽는 순간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품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한두 해도 아니고 장기간 그렇게 해왔다는 것은 삶을 대하는 경건한 자세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겠기에 저는 그의 이름 앞에 '경이로운'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경이로운 소설.. 2021. 5. 24. 삼국지를 거듭 읽는 묘미, 영웅호걸들과 심쿵한 미인들의 꿈같은 이야기 나관중의 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고전에 오른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어린 시절 삼국지를 소재로 한 만화나 드라마, 영화를 접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라 생각됩니다. 마치 전설이나 신화 속의 한 장면 같은 도원결의로 시작하는 삼국지 연의의 수많은 에피소드들은 특히, 아시아인들의 무의식에 깊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도원결의를 흉내낸답시고 우쭐거리던 애들의 얼굴도 갑자기 떠오르네요) 오죽했으면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은 자와는 상대를 하지 말라는 말까지 생겨난 것을 보면요. 그런데 이 말도 조금 어폐가 있는 것 같아요. 는 세 번 이상 읽지 않으면 그 의미를 충실히 이해할 수 없는 고전이기도 하니까요. 장맛비 쏟아지는 여름 방학이나 눈이 펑펑오는 겨울 방학이 되면 삼국지를 읽곤 했었는.. 2021. 5. 16.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를 생각하며 담장에 핀 꽃들을 모았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을 생각하며 전통시장 가는 길 담장에 핀 꽃들을 모아봤습니다. 영화감독 김초희가 (2020)에서 인용하며 심금을 울렸던 시입니다.담장에 핀 꽃들은 모두 전통시장 가는 길에 찍은 사진들입니다. 김신지의 (2021)를 읽고 스쳐 지나가는 일상이나마 한 시절의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나태주 시인은1945년 충남 서천에 태어나 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2007년 정년 퇴임했습니다.1969년 등단한 나태주 시인은 충남 공주시에서 향토시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015년이 되어서야 나태주 시인은 시 '풀꽃'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늦깎이 시인이랄까요?수수한 일상의 소중함을 비유적으로 노래한 나태주 시인의 '폴꽃'은 아주 짧은 시입니다. '풀꽃'은 2003년 초등학교 교장.. 2021. 5. 7. 마당을 나온 암탉...책,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되는 어린이 문학 고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마당을 나온 암탉"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고달픈 여정, 27개국에 번역 출간된 어린이 문학의 고전"황선미 작가의 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입니다.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사랑과 자유를 찾아 떠나는 암탉 '잎싹'의 기나긴 여정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자신의 삶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하게 만듭니다. 서울예술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황선미 작가는 1963년 충남 홍성에 태어나 , , 등 많은 작품들을 발표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독일, 폴란드, 영국 등에서 주목을 받으며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 특강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황선미 작가의 문장을 읽으면 놀랍도록 간결한 힘이 느껴집니다. 삶을 바라보는 작가만의 깊은 시선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 2021. 4. 18. 마스다 미리 '오늘의 인생', 수짱 시리즈의 작가적 완결판 마스다 미리의 (2017)은 작가의 소소한 일상을 솔직 담백하게 담은 일기 형식의 그래픽 노블를 읽고 일상적인 흐름을 잔잔하게 기록한 마스다 미리의 간결한 그림체와 물 흐르듯 흘러가는 일상을 관조하는 따뜻함이 맘에 쏙 들었습니다. 마스다 미리의 작품들을 곁에 두고 마음이 허할 때마다 한 꼭지씩 읽었습니다. 가볍게 읽을 때마다 마스다 미리의 만화에는 묘한 힐링의 마법이 녹아있다는 촉감이 전해졌습니다.마스다 미리에 대하여마스다 미리는 1969년생으로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같이 사는 남자는 있습니다. 동거남에 대한 이야기는 에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일러스트레이터 프리랜서로 일하다 일명 수짱 시리즈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수짱 시리즈는 , , , , (2020)까지 5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시리즈마.. 2021. 4. 5. 혹성 탈출 시리즈 영화보다 피에르 불 원작 소설이 더 재밌다. 혹성 탈출 소설 VS 영화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2011)>을 보고 어린 시절 늦은 밤 TV에서 방영했던 (1969)을 보았던 던 충격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의 개봉과 함께 국내에 번역 출판되었던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불의 소설 (소담출판사, 2011)을 다시 찾아 읽으며 어린 시절을 잠시 동경해 보았습니다.프랑스에서 1963년 초판이 출간된 은 지금까지 영화와 드라마 등 수많은 아류들을 양산했습니다. 의 스토리는 일곱 편의 시리즈물과 패러디 영화, 그리고 TV 드라마와 만화영화, 만화책으로 확대 재생산된 것이죠.이러한 현상은 은 SF 고전이 지닌 스토리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영화도 좋지만 활자화된 소설만이 이끌어낼 수 있는 상상력의 무한대는 영화가 쉽게 따라잡을 수.. 2021. 3. 31.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