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 탈출 소설 VS 영화
루퍼트 와이어트 감독의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2011)>을 보고 어린 시절 늦은 밤 TV에서 방영했던 <혹성 탈출>(1969)을 보았던 던 충격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의 개봉과 함께 국내에 번역 출판되었던 프랑스 소설가 피에르 불의 소설 <혹성 탈출 Planet of the Apes>(소담출판사, 2011)을 다시 찾아 읽으며 어린 시절을 잠시 동경해 보았습니다.
프랑스에서 1963년 초판이 출간된 <혹성 탈출>은 지금까지 영화와 드라마 등 수많은 아류들을 양산했습니다. <혹성 탈출>의 스토리는 일곱 편의 시리즈물과 패러디 영화, 그리고 TV 드라마와 만화영화, 만화책으로 확대 재생산된 것이죠.
이러한 현상은 <혹성 탈출>은 SF 고전이 지닌 스토리의 힘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영화도 좋지만 활자화된 소설만이 이끌어낼 수 있는 상상력의 무한대는 영화가 쉽게 따라잡을 수 없는 영역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피에르 불의 <혹성 탈출>은 SF 고전답게 첫문장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진과 필리스는 생명체가 살고 있는 행성들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멋진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납니다.
"한편 필리스는 털이 많이 난 귀를 격렬하게 흔들면서 남의 의혹을 내쫒고 분갑을 꺼냈다. 그리고 침팬지의 근사한 얼굴이 돋보이도록 볼에 연한 장비빛 분을 발랐다."
프랑스 아비뇽에서 태어난 피에르 불(1912~1994)은 데이비드 린 감독의 대작 <콰이강의 다리>(1957)의 원작 소설가이기도 합니다. <콰이강의 다리>는 영국 특수부대 'Force136'에서 복무한 피에르 불의 경험이 반영된 걸작입니다.
혹성탈출 줄거리
소설 <혹성 탈출>의 시대 배경은 서기 2500년의 지구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초거성 '베텔게우스'는 오리온자리 사변형의 왼쪽 위 꼭짓점에 있는 거대한 적색별로 지구로부터 약 430~640광년(소설에서는 300광년) 떨어져 있고, 반지름은 태양의 800배 정도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앙텔 교수는 베텔게우스를 탐사하기로 하고 우주탐험대를 조직하는데, 대원은 단 세 명, 앙텔교수와 물리학자,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신문기자 '윌리스 메루'입니다.
앙텔 교수의 우주선은 마이너스 엡실론 광속으로 2년간의 비행 끝에 베텔게우스 계에 진입하는데 성공합니다. 이들의 우주비행은 1년의 가속과 1년의 감속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니, 이 두 기간 사이의 단 몇 시간만으로 대부분의 거리를 주파하게 되는 셈입니다.
탐험대는 베텔게우스의 행성 '소로로'(라틴어로 자매를 뜻하는데, 이 행성이 지구와 흡사한 환경이라 그렇게 이름 붙였다)를 첫 번째 목적지로 정하고 탐사에 나섭니다.
소로로에 도착한 탐험대들은 인간과 유인원의 뒤바뀐 운명에 깜짝 놀랍니다. 소설의 설정은 대부분의 영화들이 거의 그대로 차용할 정도로 설득력이 꽤 높고
인간은 벌거벗은 채 말도 못하고 지능이 동물 수준에 머물러 있고, 유인원들이 실험을 하기 위해 인간을 마구잡이로 사냥한다는 끔찍한 상황. 인간이 밀림에서 유인원들을 사냥하듯이 말입니다.
<혹성 탈출>의 이야기는 의외로 중독성이 강합니다. 소설을 읽고 줄거리와 결말을 알고 영화를 보는데도 여전히 영화가 재미있는 것을 보면 스토리텔링의 힘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먼 미래에 인간이 원숭이의 지배를 받는 설정, 소름끼치는 설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윌리스는 소로로에서 침팬지 '지라'와 연정을 느끼는 한편, 미개인간 '노바'와의 사이에서 아들 '시리우스'를 낳습니다. 운명의 장난같은 사건들이 윌리스를 고뇌에 빠트립니다.
혹성탈출 결말
소설에서 지라는 약혼자 코르넬리우스와 진보적인 지식인으로 나오고 오랑우탄들은 극우 반동세력으로 묘사됩니다. 지라는 윌리스와 그의 아내 노바와 시리우스를 인공위성에 실어 탈출시킵니다. 윌리는 700년 후의 지구로 마침내 돌아오지만 그 지구도 유인원이 지배하는 행성이 되어 있습니다.
윌리스는 다시 아내와 아이와 함께 우주를 떠돌게 되고 인류에게 닥쳐올 끔찍한 재앙을 피할 수 있도록 그 일기를 우주 공간에 띄웁니다.
혹성탈출 반전
위에서 말한 혹성탈출의 줄거리는 우주항해사 커플인 진과 필리스가 우주공간에서 떠돌아다니는 유리병을 발견하고 그 안에 든 윌리스의 일기의 내용이었던 것입니다.
진과 필리스는 윌리스의 일기를 우주 도처에 있는 시인이 쓴 도가 지나친 이야기로 받아들입니다. "그래도 슬픈 이야기이긴 해?"하면서.
인도차이나에서 고무농장을 운영하던 작가 피에르 불은 2차세계대전이 발발로 인도도차이나를 일본군이 점령하여 백인들을 억류하게 되자 그 영감으로 <혹성 탈출>을 썼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황색인종이 백인을 지배하다니 그 충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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