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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공감

김제 금산사, 견훤의 비운 스린 미륵신앙 성지

by 다독다감 2021. 6. 27.

전북 김제의 금산사는 호남 미륵신앙의 성지로 알려진 사찰이다. 신라시대에 법상종 계열 사찰인 금산사는 미륵전이 대웅전 역할을 한다. 금산사가 미륵신앙의 본산이라는 증표 중 하나다.

 

금산사는 백제 법왕 원년(599)에 임금의 복을 비는 사찰로 처음 지어졌고, 신라 혜공왕 2년(766)에 진표율사가 중창하면서 대가람이 되었다. 

 

견훤은 스스로를 미륵이라 하며 후백제를 세웠다. 미륵임을 자처했던 견훤은 아들 신담에 의해 자신이 미륵신앙의 본산인 금산사에 유폐되는 비운을 맛보았다. 그후 금산사는 견훤의 비애가 스린 호남 미륵신앙의 대가람이 되었다.

 

매표소를 지나면 고풍스런 홍예문을 만나게 된다. 바로 견훤이 축성한 "금산산성"의 성문을 복원한 것이다. 견훤의 비운을 떠올리기라도 하듯 층층이 쌓인 석축이 무상함을 전해온다.

 

금산사 오르는 길에 처음으로 만나는 모악산 일주문. 모악산 금산사 편액은 일중 김충현이 쓴 것이다. 이 일주문을 지나 템플스테이 전용 객사, 삼신할머니를 모신 작은 전각, 찻집 산중 다원, 개울을 건너는 다리를 지나야 사찰의 중문인 금강문을 만날 수 있다.

 

금강문을 지나면 천왕문이 나타나며 보제루 너머로 사찰의 전경이 펼쳐진다. 보제루 뒤편에 '개산천사백주년기념관'이라는 한글 편액은 신영복 선생이 쓴 것이다. 선생의 글씨에는 담백한 힘이 언제나 감돈다. 

 

일주문에서 금산사까지 걸어가는 너른 길은 이 모든 풍경들이 개울물 소리와 배경이 되어 산책하기에 그만이다. 금산사에 다다르기까지 동행과 오붓하게 걸으면 무성한 숲이 간들거리는 청량함이 폐부 깊이 파고든다.

 

금산사의 경내는 드넓다. 모악산과 금산사는 모두 큰산을 뜻하는 큰뫼에서 왔다. 정면으로 보이는 대적광전은 1987년 화재로 소실되어 다시 복원했다. 

 

대적광전은 대개 사찰 내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화엄종의 맥을 계승하는 사찰에서는 화엄전이나 비로전으로 불리기도 한다. 

 

절마당 오른쪽, 웅장한 미륵전이 시선을 확 잡아끈다. 현존하는 유일한 3층 불전이다. 미륵전과 같은 다층 법당은 옛 백제 땅에서만 볼 수 있는 백제 건축미를 잘 보여준다. 국보 제62호로 지정되었다.

 

법상종의 맥을 전승한 사찰은 보통 미륵전을 본전으로 삼는다. 미륵전에는 용화세계에서 중생을 교화할 미륵불을 봉안한 불당이다. 

 

미륵전은 보는 각도에 따라 건축미가 다르게 느껴진다. 미륵불은 용화수 아래에서 성불한 뒤 세 번 설법하여 모든 중생을 제도한다니 견훤이 탐냈을 법한 신앙이다.

 

금산사 미륵전의 각 층마다 대자보전, 용화지회, 미륵전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미륵불을 부르는 다른 이름들이다. 

 

미륵전 옆 오동나무와 함께 신비롭게 보이는 나무가 "위성류"다. 꽃은 연분홍색으로 일 년에 두 번 피고 열매는 10월에 익는다. 눈길을 잡아끌어 클로즈업 샷을 남겼다. 어디선가 미륵불의 바람이 불어오는 듯하다.

 

가지가 수양버들처럼 하늘하늘 하면서도 대나무 같은 결기가 스린 듯하다. 꽃이 핀 위성류가 모악산의 정취와 잘 어울린다. 위성류라는 특이한 이름은 중국 진나라의 수도 위성에 자생하는 버드나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

 

미륵전 뒤로 높다란 곳에 석탑이 보인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탑신에 옛 백제의 영화가 서려 있는 듯하다. 사찰 여행의 진미는 울창한 숲에서 갖는 조용한 시간이다. 

 

재잘거리는 물소리와 어디선가 서걱거리는 바람소리를 동행과 음미하는 것. 김제 금산사는 오랜 세월을 타고오는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찰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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