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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공감

좋은 회사 고르는 간단한 방법 두 가지, 무자퍼 셰리프 자동운동 실험

by 다독다감 2021. 5. 15.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편향된 정보만을 포식하는 시대는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갈수록 진화하는 AI는 편향을 더욱 부추기고 있습니다. 역사장 가장 비극적인 사태는 언제나 편향이 극에 달했을 때 일어났습니다.

기레기라 불리는 기자들은 마치 AI처럼 받아쓰기를 하며 쓰레기를 대량 양산하고 있고, 유튜버나 블로거들은 그 쓰레기를 넙죽 받아 확대 재생산하며 쓰레기 더미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리지널티는 사라지고 키치만이 득세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그러한 집단 편향을 극복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선구적인 실험을 소개합니다.

사회심리학자의 아버지라 불리는 무자퍼 셰리프(Muzafer Sherif, 1906-1988)의 자동운동 실험입니다. 이 실험을 통해 무자퍼 셰리프는 사회규범이 어떻게 형성되며 사람들이 그 규범에 어떻게 동조하게 되는지를 탐구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 우리는 우리가 취업하고 싶은 좋은 회사 고르는 법은 물론 우리가 관심을 갖고 활동할 모임 또는 조직을 고르는데도 아주 간단한 방법 두 가지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무자퍼 셰리프의 자동운동 실험

실험 과정

무자퍼 셰리프는 한 피실험자를 암실로 데려와 의자에 앉힌 다음, 약 4.5미터 앞에 아주 작은 불빛을 제시하고 그 불빛이 움직인 거리를 추정하도록 했습니다.

셰리프의 실험은 광점 자동운동이라는 시각의 착시 현상을 이용한 실험이었는데요. 여기서 자동운동이란, 실제로는 정지된 물체가 착시 효과로 인하여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빛이 완전히 차단된 암실에서 정지된 광점을 몇 초 동안 응시하면 광점은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우리의 뇌 시신경은 움직인다는 착시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물었을 때 실험 대상자들은 각기 다르게 답을 했습니다. "움직인다, 아이다 움직이는 게 아이다" 이런 식으로 많은 차이를 보였겠죠. 원래는 이렇게 대답이 갈리는 것이 정상입니다.

자동운동으로 인하여 착시현상이 나타나는 대표적인 그림

여러분이 보시기에 위 그림이 움직이는 거 같아요? 아니면 단지 뇌 시신경이 만들어내는 착시현상 같으세요? (윗 그림은 모바일화면에서보다 PC에서 보시면 확실히 회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실 거예요)

실험 결과

그런데, 실험 대상자들을 작은 집단으로 묶어 다시 실험했을 때, 셰리프는 몇 가지 놀랄 만한 결과를 발견합니다.

서로 달랐던 개별적인 판단이 서로 수렴하면서 빛이 움직인 거리를 판단하는 집단의 기준이 빠르게 만들어졌는데요. 개별적으로 물었을 때 의견이 갈렸던 질문에 대해 집단으로 물었더니, 그 답이 "이구동성"으로 한결같아졌다는 거예요

비록 집단별로 그 기준이 다르긴 했으나, 반복된 실험에도 집단별 기준은 안정적이었으며, 그 기준에 의지하려는 경향도 강해졌다는 걸 무자퍼 셰리프는 알아챘습니다.

특히, 셰리프가 한 명의 공모자 -실험 대상자들에게는 알려지지 않는 셰리프의 협력자- 를 실험에 참여시키고, 그 공모자가 확신에 차서 단호하게 자신의 견해를 말하게 했을 때, 그 집단은 전체적으로 공모자와 비슷한 판단을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실험은 유사한 집단이나 같은 민족 내에서 그 구성원들이 매우 강한 신념을 갖거나 동질적 행위를 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하는데 매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우리 주변 사람들은 거의 모두 나와 의견이 같음을 느끼신 적이 있으십니까? 반대로 나는 그들 의견과 거의 모든 부분에서 의견이 같다는 사실을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특히, 한국은 그 동조현상이 매우 심한 나라인 것 같습니다. 목소리 큰 누군가 야, 저건 기다, 이러면 전부 그래~ 맞다, 기다! 하고 달려가는 것과 같습니다.

무자퍼 셰리프 실험의 의미

사람들은 어떤 까다로운 사실에 관한 질문에 대답해야 할 경우, "강제력이나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일관되고 확고한 의지를 가진 한 사람"에게 아주 강한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무식하고 용감한 사람이 제일 무섭다"라는 말이 생겨난 건 아닐까 합니다.

좀 더 놀랄만한 일은 그 집단의 판단이 완전히 내면화되어서, 심지어 1년 후에도 자신의 판단을 말할 때조차 사람들은 기존의 판단을 고수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에 집단 보수주의(collective conservatism)에 관한 실마리가 있는데요. 이는 집단의 구성원이 바뀐다 하더라도 이미 확립되어 있는 관점과 행동을 고수하려는 일종의 집단적 경향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사회규범이 생겨난다는 말이기도 한데, 아주 섬뜩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하여 그 편향이 대물림할 수도 있다는 것!

또, 다른 사람들의 판단이 일종의 정보의 사회적 영향(informational influence)을 산출한다는 점인데요.

만약 어떤 사람이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인지 아닌지, 혹은 식수에 포함된 비소의 양이 우려할 정도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면, 필시 권위가 있거나 전문가처럼 떠들어 대는 사람들의 말에 그냥 휩쓸리고 만다는 것입니다.

집단 편향과 키치의 세계에서 벗어나려면

스테디셀러 <왜 사회에는 이견이 필요한가>(2014)의 저자 카스 R. 선스타인은 집단 편향이 도덕적, 정치적, 법적 문제에서도 성립한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편견과 독단적 소신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인데, 당연히 이런 말도 안 되는 편견과 용감한 소신은 우리 사회에 유해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요즘 과학 상식을 넘어 온갖 생활, 건강 상식을 비롯해 심지어 대체의학이나 경제, 안보 분야에 이르기까지, 장르 불문, 자칭 타칭 전문가라는 자들의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그런 걸 보신 적이 있으시다면(아마 너무 자주 보셔겠지만요) 그 폐해를 쉽게 공감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SNS는 정보 편향을 더욱 고착화시킵니다. 더욱이 폐쇄된 커뮤니티는 고착화를 넘어 왜곡, 날조도 서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AI가 그것을 조장하기 때문입니다.

유감스럽게도 네이버 블로그를 비롯해 티스토리도 폐쇄된 커뮤니티의 일종입니다. 좋아요! 수천 개를 받는다고 해서, 댓글이 수만 개 달린다고 해서 키치가 오리지널이 되지 않는데 말입니다.

카스 R. 선스타인은 집단 구성원의 다양성의 보장은 물론, 다양한 정보가 활발히 소통되는 집단일수록 동조 수준이 낮아지고 집단 편향성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파란약은 자아를 버리는 댓가로 얻는 편안한 만족감을 상징한다.

우리는 그 어떤 시대보다 더 고정된 틀에 갇혀 있기를 끊임없이 거부하고 파란 약을 거부한다는 명백한 의사표시, 'NO'를 용기 있게 매순간 말해야만 하는 슬픈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집단 편형성에서 벗어나는 두 가지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첫째 폐쇄된 커뮤니티를 거부하는 것이고, 둘째 구성원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좋은 회사 고르는 법

길게 둘러왔습니다. 취업하는 회사를 고를 때도 이 두 가지 점은 반드시, 가장 먼저 짚어봐야 합니다. 그 회사가 끼리끼리 회사는 아닌지와 그 조직은 얼마만큼 개방적인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 좋은 회사인지 나쁜 회사인지는 대개 판가름나기 마련입니다.

어떤 특정 고교나 대학 출신이 다 해 먹는 회사는 말할 것도 없고 특정 학과 출신이 독주한다던지, 조직 구성원이 지독하게도 남성, 혹은 여성 편향적이어서 다른 사람들은 숨도 제대로 못 쉰다는 그런 회사들 있잖아요.

그리고 사적 모임도 마찬가지입니다. 동창회나 계모임은 무조건 피해야 될 1순위고, 다른 사내 모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의 커뮤니티는 끼리끼리 모임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만, 사실 그런 모임은 존재 가치가 없는데 말입니다.

간단히 말해, 끼리끼리 조직만 피해도 최소 폭탄은 피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사실은 '빨리빨리' 문화가 아닌, "끼리끼리 빨리빨리"가 지배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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