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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레터스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의 고전 원작 소설 넷플릭스 영화 추천

by 다독다감 2021. 1. 26.

키이라 나이틀리의 <오만과 편견>(2005)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조 라이트 감독이 영상화한 고전 로맨스 영화입니다. 엘리자베스 베넷(키이라 나이틀리)과 미스터 다아시(매튜 맥퍼딘)의 지적인 밀당을 보는 재미와 더불어 마치 풍경화를 보는 듯한 빼어난 영상미가 압권인 영화입니다.

 

<오만과 편견>을 비롯해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여러 소설들은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지며 지금도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1813년에 출판된 소설이 21세기에도 꾸준히 재생산된다는 것은 인생과 사랑에 관한 보편적인 감성을 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은 줄거리가 거의 다 비슷비슷합니다. 젠트리 계층의 여성이 부유한 남자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성공하면서 꿈을 이룬다는 이야기입니다.

 

보통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신데렐라 스토리의 원류로 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만과 편견>이후 아류작들로 볼 수 있는 수많은 로맨스 소설들이 쏟아졌고 그 흐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는 삼류 연애소설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청춘남녀가 빠져드는 사랑과 인생에 대한 세밀한 묘사와 시대를 바라보는 정치한 문장들의 품격이 있습니다.  

 

영화 <오만과 편견>은 원작과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의 매력을 잘 살린 수작입니다. 소설 <오만과 편견>에서 잔가지를 과감히 쳐내고 엘리자베스와 다아시의 로맨스에 집중하면서도 소설의 전체 분위기를 망가뜨리지 않는 편집의 묘를 잘 살렸습니다.

 

<오만과 편견>의 줄거리를 따라가다보면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모두 그렇듯 행복한 결혼에 다다릅니다. 결말을 알면서도, 모든 로맨스 영화들이 그렇듯 그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궁금하게 만드는 마력이 <오만과 편견>에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마력이 여타 연애소설과는 달리 좀 셉니다. 이 영화를 연달아 서너 번을 봤다는 분들도 있으니 말입니다.

 

<오만과 편견>의 주인공은 단연 베넷가의 둘째 딸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입니다. 그녀는 자기 주장이 분명하고 고집이 세지만 쾌활하게 잘 웃습니다. 무엇보다 엘리자베스는 결혼은 꼭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에서는 첫째 딸 제인(로자먼드 파이크)이 미모가 제일이지만 영화에서는 엘리자베스가 톡톡 튀는 눈부신 매력을 발산합니다.

 

엘리자베스의 미래의 남편 미스터 다아시는 찰스 빙리(사이먼 우즈)가 주선한 무도회에 처음 모습을 드러냅니다. 근엄한 얼굴에 좌중을 불쾌하게 만드는 표정을 가진 영주! 그야말로 오만함의 극치를 달리는 다아시입니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들처럼 오만은 다아시를, 편견은 엘리자베스를 상징합니다.

 

그럼, 무도회에서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처음 만나 나누는 대화를 잠시 들어볼까요?

 

엘리자베스 : 춤 잘 추세요?

다아시 : (딱잘라) 질색이요.

 

첫 만남에서부터 둘은 이렇게 맞지 않습니다. 밥맛인 얼굴에도 불구하고 엘리자베스가 애써 애교를 섞어 물었는데, 질색이라니, 그럼 무도회에는 왜 왔을까요? ㅋㅋ

 

똑 부러지고 유머감각이 탁월한 엘리자베스는 그런 일에 기죽을 청춘이 아닙니다. 한참 뒤에 다아시가 "시가 사랑의 묘약이 아니라면, 그럼 사랑의 묘약이 무엇이오?"라고 묻는 말에 엘리자베스는 아주 짧은 단 하나의 단어 "댄싱"이라는 말로 다아시를 한방 먹이고 무도회 장을 유유히 빠져나갑니다.

 

그 장면 넘 통쾌했어요! 매혹적인 발성으로 'Dancing'이라고 말할 때 키이라 나이틀리의 표정과 목소리는 정말 이 영화의 백미였습니다.

 

그런데 엘리자베스와 다아시가 결혼에 골인하기까지는 둘 사이의 편견 외에도 신분상의 차이 등 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캐서린 공작 부인(주디 덴치)의 존재입니다. 다아시의 이모인데, 자신의 딸과 다아시는 오래전부터 정혼을 맺어둔 관계였거든요.

 

<오만과 편견>을 보면 좀 웃기는 게 엘리자베스의 어머니 베넷 부인은 다섯 딸들을 꼭 가축시장에 내놓은 매파보다 더 파렴치하게 행동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욕들어 먹는 캐릭터가 아닐까해요.

 

오히려 아버지 미스터 베넷(도날드 서덜랜드)이 다정하게 딸들을 위로하고 상담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 당시 영국에서는 남자가 없을 경우 유산은 가장 가까운 친척 남자에게 돌아간다는데, 미스터 베넷의 자상함은 그런 이유도 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내 딸 리디아 베넷(지나 말론)이 사기꾼 장교 조지 위컴(루퍼트 프렌드)과 눈이 맞아 도망을 가는 사단이 벌어집니다. 위컴이 너무 잘생긴 데다가 리디아는 연애에만 골몰하는 애였거든요.

 

미스터 다아시는 야반도주한 리디아와 위컴을 찾아내고 그 둘의 결혼자금까지 대주는 대인배 역할을 아무도 몰래 합니다. 그리곤 그 모두는 엘리자베스, 당신을 위해서 그리했다고 고백하자 엘리자베스의 오해가 눈 녹듯 풀리기 시작합니다.

 

훗날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며 아빠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는 오만하지 않아요. 제가 잘 못 봤어요... 우리 모두 그를 오해했어요. 그 중에선 제가 특히요. 제가 어리섞었어요... 그 사람과 전 너무나 닮았어요. 둘 다 고집도 세고... 그를 사랑해요." 

 

눈물을 글썽이는 엘리자베스에게 아버지는 "정말로 그를 사랑하는구나"라며 진심으로 딸의 결혼을 기뻐해 주죠. <오만과 편견>의 결말이 너무 뻔하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난관을 극복하고 결혼을 하는 이야기는 언제 어디서 되풀이되어도 절대 뻔한 스토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주 진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 사람마다 다를 뿐이겠지만요.

 

<오만과 편견>이 지금 이 시대에도 재생산되며 회자되는 이유이겠지요. 넷플릭스에서 공개 중이니 못 보신 분들께, 고전 원작 소설에서의 청춘남녀의 사랑법이 궁금하신 분들께 이 영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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