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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레터스

내 이름은 칸 영화, 세상에는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만 있을까?

by 다독다감 2021. 3. 27.

인도의 국민배우로 불리는 샤룩 칸이 열연한 영화 <내 이름은 칸>(2011)의 오프닝 시퀀스를 보면 모슬렘에 대한 초강대국 미국의 편협한 적개심을 꾸짖는 영화인 것처럼 보입니다. 흔한 발리우드 영화와는 결이 조금 다른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자폐증을 앓는 칸(샤륙 칸)이 공항에서 비인간적인 검색을 받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언제가 JFK 공항에 내렸을 때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던지라 칸의 심리상태에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그러나 칸이 보안요원들에게 기필코 미국 대통령을 만나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 예사롭지 않은 사연이 있음을 예감하게 됩니다. 왜 그토록 굴욕적인 취조를 받아야 하는지, 대통령을 왜 만나야 하는지를 밝히기 위해 영화 <내 이름은 칸>은 기나긴 플래시백을 시작합니다.

 

#줄거리

칸의 어머니는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칸에게 간단명료한 삶의 지침을 가르쳐 줍니다. 그 지침은 이 영화의 주제이기도 합니다.

 

“세상에는 단지 좋은 행동을 하는 좋은 사람과 나쁜 행동을 하는 나쁜 사람만 있을 뿐 그 차이는 없다!”

 

어머니가 죽고 나자 칸은 동생이 있는 미국으로 건너가 화장품 방문 판매원을 합니다. 그리고 싱글 맘 만디라(까졸)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합니다.

 

미용사 만디라에게 프러포즈를 하는 칸을 보면 아스퍼거 증후군이 맞기는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멋집니다. 칸은 놀라운 적응력을 보이며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런데 9·11로 아들을 잃고 맙니다. 칸은 아들의 죽음이 자신이 모슬렘이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로 오해받는다고 생각하고 미국 대통령을 만나 자신은 테러리스트가 아니라고 말해야 한다고 결심합니다. 

 

물론 <내 이름은 칸>에서는 만디라가 화가 나서 “대통령에게라도 말하라” 고 칸을 빈정거렸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이후 칸이 모슬렘을 대표하는 영웅으로 묘사되는 것으로 보아 칸이 추론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고 칸은 CIA에 테러 정보를 제공하여 모슬렘의 테러를 막고, 태풍 피해지역에 복구활동에도 참여합니다. 이쯤 되면 칸의 활약상은 미국 사회가 조장하는 전형적인 영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드디어 칸은 미 대통령의 연설 행사장에서 "내 이름은 칸입니다.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닙니다!"라고 외치는 데 성공합니다. 칸이 흑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암시하면서 이 영화는 끝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내 이름은 칸>은 모슬렘에 대한 미국의 적개심을 고발하는 영화가 아니라 미국의 질서에 편입되고 싶다는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듭니다.

 

<내 이름은 칸>은 사람을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으로 나누고 세계도 그렇게 이분법으로 나눕니다. 9·11로 착한 모슬렘들이 악의 세력으로 몰리자 칸은 모슬렘들 중에서 나쁜 사람들을 CIA에 밀고하고 영웅이 되는 것이지요.

 

모슬렘을 선악으로 이분해 놓은 후, 칸이 한 일은 태풍 피해지역 복구 활동에 참가하는 것입니다. 자신은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고 착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미국 대통령에게 인정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

 

엔딩 숏이 올라간 후 스크린 너머에서 칸의 외침이 들리는 듯합니다.

 

‘미합중국 대통령이시여, 제발 모슬렘을 악으로 규정하지 마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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