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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공감

고양이 공유 오피스에 잘 오셨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이랑

by 다독다감 2023. 2. 16.

일러스트레이터 김이랑의 <고양이 공유 오피스에 잘 오셨습니다>(카멜북스, 2022)는 냥이 집사라면 자연스럽게 손이 가는 책이다. 책 겉표지의 근엄한 고양이 표정을 보면 손이 안 갈 수가 없다. 

처음 책 제목을 보고 고양이 공유 오피스라니? 어떤 걸 말하는 걸까, 조금 감이 잡히지 않았다. 프롤로그를 보고서 아하 했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이랑이 고양이와 작업실을 공유한다는 에세이였다. 그것도 길냥이 네 마리와,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지 싶었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이랑 소개

책날개에 좋아하는 모든 것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라고 소개되어 있다. 1년의 많은 날들 중 249번째 날에 태어나 '249 days'라는 작은 문구 브랜드를 만들었다고 한다.

꽃과 식물을 그린 수채화 작품으로 사랑받는 일러스트레이터. 특히 김이랑의 꽃 그림 작품은 많은 이들이 따라 그리고 싶은 그림으로 손꼽는다고.

<고양이 공유 오피스에 잘 오셨습니다>는 '이랑그림 작업실'에서 자수를 하는 동생과 길고양이 네 마리와 함께 복닥거리는 매일의 일상이 그려져 있다. 지은 책으로는 초록 식물을 그린 컬러링 노트『One Green Day』,『1일 1 그림』이 있다.

책표지
책표지

고양이 공유 오피스에 잘 오셨습니다 소개

김이랑 작가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오면서 집에서 가까운 작은 작업실을 얻었다. 매일매일 출근해 그림을 그리던 어느 날 고양이들이 찾아왔단다. 

처음엔 간식만 챙겨주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만난 지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작업실에 길냥이 네 마리가 눌러앉아 작가의 생활 전부를 차지해 버렸다고. 고양이를 좋아하면 그렇게 된다. ㅋ

프리랜서라 늘 마음대로 출퇴근하다, 어느새 하루 종일 고양이만 생각하고 고양이를 위해 작업실에 정시 출근을 하는 성실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고 작가는 고백한다. 고양이를 키워다 보면 그렇게 됨을,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은 아마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고양이들이 작가에게 마치 연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도 이 작고 연약한 생명체에게서 사랑을 배웠다고 말한다. 

철없이 늙어 버린 내가 이제야 사랑을 배운 것일까. 누군가 나에게 사랑이 뭐냐고 묻는다면 짠한 감정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단어를 생각해 보려 해도 짠하다,라는 말 외에는 표현이 되지 않는다. 말도 못 하면서 원하는 게 있어 야옹거릴 때도 참 짠하고, 문 앞에 앉아서 외출한 우리를 기다릴 때에는 정말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짠한 감정이 밀려온다.(185쪽)

그래 사랑은 짠한 것이지, 그것이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상대를 향한 그 야릇한 감정의 본질에는 짠함 같은 게 늘 도사리고 있다. 하물며 고양이 같이 작고 연약한 생명체는 그 감정은 증폭시킨다.

그래서 많은 예술가들이 고양이들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비스와바 쉽보르스카는 고양이를 하도 사랑한 나머지, 세상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두 부류로 나눈다고 한다. 심지어 다시 태어난다면 크리니츠키 부부의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고도 말했다.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고양이 이야기는 아래 글 참고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유고 시집 "충분하다" 고양이를 사랑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카의 유고 시집 (2016)는 시인의 마지막 두 권의 시집 (2009)와 (2012)의 수록작 전부를 최성은 선생이 번역해 묶은 것이다. 쉼보르스카는 86세 고령에 자신의 열두 번째 시집 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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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세상에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말처럼 고양이를 징그러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아주 많다. 어떻게 고양이를 징그러워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고양이를 손도 못대는 사람도 있었다. 아주 교양인인 척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교양이 있으면 교양인이 아니라, 고양인인 척하지 싶었다. ㅋ

다행히도 일러스트레이터 김이랑이 사는 동네는 고양이 친화적인 도시란다. 큰길 하나 건너면 고양이 공원도 있고,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길고양이를 관리해 주는 모임이 있는 동네. 작가는 그야말로 길고양이의 천국과도 같은 곳이라고 안심한다.

고양이를 키우면 포기해야만 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작가는 작업실을 열 시간 이상은 절대 비울 수 없으므로 여행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작가는 여행하는 큰 행복을 포기한 대신 그 행복을 잘게 나누어 매일 여러 번 작은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김이랑 작가의 경우는 고양이를 입양한 것도 동거하는 것도 아니다. 작가가 출근하면 고양이들도 출근하고 작가가 퇴근하면 고양이들도 퇴근한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책을 읽어보면 작가가 말하는 '고양이와의 가족적 생활'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집 냥이 카미 소개

까미 사진
까칠한 까미

이 사진은 우리 집 까미다. 우리가 만난 지도 어언 8년이 되었다. 세월이 참 빠르다. 고양이도 주인을 닮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경계심이 많고 지나치게 겁이 많은 녀석이다.

이 녀석이 자주 토해서 걱정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조금 안심이 된다. 고양이는 원래 자주 토한다고. 놀다가 토하고 기분이 나빠도 토하고 배고플 때 먹어도 토한다고 한다. 작가의 고양이들은 낯선 사람이 있을 때도 토를 한다고 한다.

아무튼, 고양이와 친해지고 싶은 분들께, 또 고양이가 짠한 신 분들에게 <고양이 공유오피스에 잘 오셨습니다>를 추천한다. 

고양이와의 감동 실화 영화

 

내 어깨 위 고양이 밥, 가슴 따뜻한 넷플릭스 실화 영화 추천

고양이가 주인공인 (2016)은 버스킹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뮤지선의 감동 실화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후속작 (2020)이 나올 만큼 잔잔한 울림을 주는 영화입니다. 14살이 된 밥은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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