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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소설

책의 엔딩 크레딧, 한 권의 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by 다독다감 2023. 2. 8.

안도 유스케의 <책의 엔딩 크레디트>(북스피어, 2022)은 책 만드는 사람들의 애환을 그린 장편 소설이다. 책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면 대개 저자자 출판사의 편집자, 혹은 일러스트나 디자이너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 책, <책의 엔딩 크레디트>은 인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주무대로 불러 올린 작품이다.

인쇄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이야기가 소구력이 있을까 싶긴 한데, 그래도 읽어보면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감이 잡히면서 한 권의 한 권의 책에 더없이 애정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을 쓴 안도 유스케는 자신이 여러 권의 소설을 냈지만,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하여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작가 안도 유스케 프로필

1977년생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나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다. 2007년 『왕따 전담 신입사원』 TBS·고단샤 제1회 드라마 원작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주요 저서로 『영업 0과 접대반』 『1000 헥토파스칼의 주인공』 『복권이 당첨되면』 『사사편찬실 애프터 5 마술단』 『이봐! 야마다: 다이쇼 제과 홍보선전부』 『데 노히라 막부 주식회사』 등 샐러리맨의 애환을 다룬 소설을 집필해 왔다.

책표지
책표지

책의 엔딩 크레딧은 어떤 소설

그러니까 <책의 엔딩 크레디트>은 영화의 엔디 크레디트처럼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지기까지 무대 뒤에서 고생한 사람들을 전면으로 불러내는 헌사 같은 소설이다.

나는 영화를 보고 나면 마지막에 스크린에 올라가는 엔딩 크레디트를 끝까지 보기를 좋아한다. 책은 펼치면 제일 먼저 판권 페이지를 제일 먼저 본다. 편집인이 누구고, 표지 디자인은 누가 했는지, 출판사가 어디인지를 기록해 둔 페이지가 판권 페이지이다.

판권 페이지는 보통 제일 뒷장에 있는데, 요즈음은 책의 앞쪽에 있는 경우도 많이 봤다. 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에도 이 책은 판권 페이지를 뒤에 배치했다. 뭔가 앞 뒤가 안 맞는 느낌도 든다. 

아무튼, <책의 엔딩 크레딧>의 메인 주인공은 도요즈미 인쇄소 영업사원 '우라모토'이다. 우라모토는 인쇄소를 '모노즈쿠리'라고 생각하는 사명감이 넘치는 영업맨이다. '모노즈쿠리'는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드는 것이나 그 장인을 뜻하는 일본어이다.

우라모토는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한 회사 설명회에서 "작가 원고를 쓰고 편집자가 출판 기획을 하고 우리와 같은 인쇄 회사가 제품화한다. 스토리를 완성하는 것만으로는 책이 되지 않는다. 인쇄 회사나 제본 회사가 책을 만드는 것"이라고 자부심 있게 말한다.

책의 엔딩 크레딧 61쪽
책의 엔딩 크레딧 61쪽


책을 만들고 싶어 인쇄회사에 취직한 우라모토의 열정은 "인쇄 회사는 책의 탄생을 돕는 산파"라는 생각까지 나아가게 된다. 작가도 아니고, 편집자도 아닌 인쇄소가 책의 탄생을 돕는 산파라고 하니 좀 과하다 싶은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주위에 보면 꼭 이렇게 열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있다. 본인은 열정이 넘쳐 좋긴 한데, 주위 사람들은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인쇄 공장의 사정은 감안하지도 않고 넙죽넙죽 일거리를 받아오는 우라모토를 보면 이기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반면, 같은 영업부 '나카이도'는 자신이 맡은 일을 하루하루 실수 없는 것이 마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나카이도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어떻게 보면 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무사안일주의자 같이 비치기도 한다.

소설 감상평

소설 <책의 엔딩 크레딧>은 책을 만드는데 열정적인 주인공 우라모토와 하루하루 실수 없이 일을 마무리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갈등과 대립을 큰 축으로 해서 줄거리가 전개된다.

소설을 읽다 보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해서 문학적인 재미는 없다. 인쇄소 회사 직원들의 생존기라고 할까, 그런 거 말이다. 한 권의 책을 발주받아서 납품하기까지의 긴장감 같은 게 그려지는데, 그게 큰 감동은 자아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책을 더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우리 앞에 놓인 책이 그냥 그렇게 만들어진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농사를 체험해 보면 농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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