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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레터스

히든 피겨스 영화 줄거리와 결말: 천재 여성 수학자들의 감동 실화

by 다독다감 2022. 5. 22.

영화 히든 피겨스: 흑인 여성 천재 수학자들이 전하는 묵직한 감동

마고 리 셰털리의 동명의 논픽션 원작, 실존 인물들의 강인함과 용기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 

히든 피겨스는 1960년대 미소 양국이 인간을 우주로 누가 먼저 보내느냐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을 때, NASA의 우주항공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세 흑인 여성 천재 수학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흑인 여성들이 억압받았던 서사를 다룬 이 영화는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각색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평단의 호평과 함께 흥행에서도 성공했다. 네이버 평점도 9.37로 상당히 높다. 출연진들도 빵빵하니 좋다.

 

히든 피겨스를 연출한 데오도르 멜피는 두 딸을 위해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아마도 딸들이 부당한 관습에 맞서 용기 있게 살아가라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정작 이 영화를 봐야 할 관객들은 남자들이 아닐까 한다.

 

영화 기본 정보

원제 Hidden Figures(원제의 뜻은 '숨겨진 인물들'이다)
개봉 2017.03.23.
등급 12세 관람가
장르 드라마/미국
러닝타임 127분

 

감독 및 출연진

감독 데오도르 멜피
음악 한스 짐머, 퍼렌 윌리엄스, 벤저민 월피시
주연 타라지 P. 헨슨(캐서린 존슨 역), 옥타비아 스펜서(도로시 본 역), 자넬 모네(메리 W. 잭슨 역)

* 이 영화의 주연은 모두 실존 인물들이다.


조연 케빈 코스트너(알 해리슨 역), 커스틴 던스트(비비안 미첼 역), 짐 파슨스(폴 스태포드 역)

* 위 세 사람은 가상 인물이다.

마허샬라 알리(콜로넬 짐 존슨 역), 글렌 포웰(존 글렌 역) - 이 두 사람은 실존인물이다. 

 

주제가 압축된 포스터

히든 피겨스 줄거리

영화는 초등학교생인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이 수학적인 천재성을 보이며 그 어린 나이에 곧바로 웨스트버지니아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불공평하겠지만, 천재는 노력해서는 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난다. 천재란 말 자체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주, 그러니까 하늘이 내린 재주라는 뜻이니까.

 

영화는 곧장 점프하여 그녀가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에서 수리 계산원으로 일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나사는 수재들만 일할 수 있다. 흑인 여성 수리 계산팀을 이끌고 있는 캐서린의 동료 도로시 본도 그렇고, 또 다른 메리 W. 잭슨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들 흑인 삼총사는 나사의 서관 전산실에서 푸대접 받으며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다.

 

1961년 4월 12일, 소련이 미국보다 먼저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하자 나사의 머큐리 프로젝트팀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주에 나간 인간'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까닭이다. 

 

사실 미소 양국이 우주개발 경쟁을 벌였던 초창기 때에는 소련이 늘 미국보다 한 발 앞서 있었다. 최초의 인공위성도 소련이 먼저 쏘아 올렸다. 1957년, 소련이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성공시키자, 그 위기감으로 나사가 설립되고, 인간을 우주로 보내겠다는 머큐리 계획이 추진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무튼, 나사에서 머큐리 프로젝트 팀을 이끌고 있던 알 해리슨(케빈 코스트너)은 팀원들을 더욱 독려하고 해석 기하학을 잘 다루줄 아는 수리 계산원을 구하게 되고 캐서린 존슨이 적임자로 추천받아 팀에 합류하게 된다.

 

머큐리 프로젝트 팀에 합류한 캐서린 존스

그런데, 머큐리 프로젝트 팀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모두 남자이고 백인 일색이다. 딱 한 사람, 백인 여성 비비안 미첼(커스틴 던스트)이 있긴 하나, 경직된 자세에 비서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비비안이 캐서린에게 말하길, 액세서리는 진주 목걸이만 허용되고 치마는 무릎 아래까지, 신발은 하이힐을 싣고 출근하라는 것이다.

 

아마도 이것이 1960년대 흑인 여성 오피스걸의 드레스코드인가 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는 아직까지도 저러한 드레스코드가 통용되는 직장이나 직종이 여전히 남아 있는 곳도 있을 수 있으니, 이 영화를 보면서 옴므나 세상에 어째 저런 일이 있을 수가! 하지는 말도록 하자.

 

그렇다고해서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다음날부터 캐서린의 고난의 행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머큐리 프로젝트 팀이 있는 건물에는 유색인 전용 여성 화장실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캐서린은 그녀가 일했던 서관으로 800미터를 뛰어가 볼일을 봐야 한다. 화장실을 달려 가느라 귀중한 시간 40분을 매일 허비하는 것이다. 커피 포트를 썼더니, 다음날 유치하게도 유색인종 전용 포트라고 써붙여 놓는 게 아닌가?

 

더 난감한 것은 그녀가 검증해야 할 수치 데이터를 기밀이랍시고 블록처리를 까맣게 해서 상사인 스태포드가 던져 주는 것이 아닌가? 무슨 십자말풀이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 어떻게 데이터를 검증하란 말인가. 기가 찰 노릇이다.  

 

머큐리호 엔지니어팀에 합류한 메리 W. 잭슨

어디 그뿐인가? 서관 전산팀의 사실상의 리더 도로시 본은 주임직을 맡지 못하고 만년 임시적이다. 그나마 메리 W. 잭슨은 재능을 인정받아 머큐리호 엔지니어팀에 발령받게 되지만, 그녀가 정식 엔지니어가 되려고 하자 흑인이 입학하는 것이 금지된 버지니아 대학교의 엔지니어 과정 수료증을 요구한다.

 

지금부터는 묵직한 감동이 시작된다. 캐서린의 비상한 수리 능력에 감복한 알 해리슨은 직접 빠루를 들고 유색인 전용 여자화장실 안내판을 과감하게 부순다. 그리고 그는 백인과 흑인 여성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이 영화 최고의 명대사를 간지 나게 친다. 역시 케빈 코스트너의 아우라가 내뿜는 장면이다.

"나사에서 모든 사람의 오줌 색깔은 같다"
"Here at NASA we all pee the same color"

 

그리고 도로시 본도 마침내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정규직 주임이 되어 흑인 여성들을 이끌게 된다. 그녀는 괴물 같은 IBM 컴퓨터가 NASA에 들어오자, 기계식 계산기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걸 직감하고, 팀원들에게 IBM 7090과 포트란을 익히도록 독려하여 IBM 직원들조차도 능숙하게 다룰 줄 몰랐던 컴퓨터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구비한 덕분이었다.

 

또 메리 W. 잭슨도 소송을 제기하여 입학을 허가받아 엔지니어 육성과정을 수료하여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항공 공학자가 된다. 흑인 여성 삼총사에게는 겹경사가 아닐 수 없다. 거기다 캐서린은 달달한 밀당 끝에 해군 중령, 콜로넬 짐 존슨과 재혼에 골인하는 행복감을 맛본다. 

 

히든 피겨스 결말(스포)

드디어 캐서린이 궤도 계산과 재진입 지점, 회수 좌표 계산에 참여한 프렌드쉽 7호의 발사일이 다가왔다. 캐서린은 IBM 컴퓨터가 도입되어 팀에서 그녀의 역할이 사라졌으므로 다시 복귀한 서관에서 생방송을 조용히 지켜본다.

 

알 해리슨과 캐서린 존슨

그런데 그 괴물 같았던 IBM 컴퓨터가 오류를 일으켜 머큐리 프로젝트 팀은 우왕좌왕하게 된다. 프렌드쉽 7호에 탑승하게 될, 후에 미국 최초의 우주인이 될 존 글렌은 캐서린이 수치를 재검토할 것을 알 해리슨에게 요청하며 아래의 명대사를 날린다.

"그녀가 괜찮다고 하면, 나도 괜찮다." 

 

자신의 목숨이 달린 발사 직전의 순간에 이토록 짧은 대사로 신뢰를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도 없을 것이다. 혹시 연애할 때 파트너에게 이러한 대사를 들으면, 그 또는 그녀는 무조건 믿어도 좋은 사람이라는 신호가 아닐까?

 

캐서린은 발사 직전의 급박함 속에서도 최종 좌표를 완전하게 계산하여 프렌드쉽 7호의 발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프렌드쉽 7호는 궤도 비행 중에 위기가 있긴 했지만 무사히 지구로 귀환화여 궤도 비행을 마친 미국 최초의 유인 우주선이라는 역사가 되었다.

 

에필로그

캐서린은 이후 아폴로 11호 발사 프로젝트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그녀는 NASA에서 33년을 재직하고 1986년 은퇴했다. 2020년 2월 24일, 캐서린은 101세가 되던 해 세상을 떠났다.

 

메리 W. 잭슨은 1979년, 나사의 여성 훈련 담당관이 되었고, 도로시는 전산 분야의 선구자로서 나사에 기여했다.

 

2019년 도로명 명명 기념식

NASA는 그녀들의 공로를 기려 2017년, 버지니아주 페어몬트 연구시설의 명칭을 '캐서린 존슨 계산 연구소'로 명명했고, 2019년 위싱턴 DC 본부 건물 앞 도로명을 'E 스트리트 SW 300'에서 '히든 피겨스 웨이'로 바꿨다. 2020년에는 워싱턴 DC 본부 건물 명칭을 '메리 W. 잭슨'으로 NASA는 명명했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들이 미국 쪽으로 견학을 가게 되면 NASA는 거의 필수 코스로 추천된다. 가긴 전 이 영화를 보고 가면, NASA가 조금 더 입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여성 수학자를 꿈꾸는 꿈나무들에게는 좋은 귀감이 된다. 

 

영화와 실화의 다른 점

히든 피겨의 세 주인공- 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메리 W. 잭슨이 실존 인물이었던 데 반해, 케빈 코스터너가 주연급으로 연기한 알 해리슨은 가상의 인물이다. 캐서린에게 밉상짓을 했던 상사 폴 스태포드도 가상의 인물이었다. 

 

스토리 상에서도 실화와는 다른 점이 있다. 프렌드쉽 7호에 대한 캐서린의 재검토는 발사 직전이 아닌 수주일 전에 이루어졌고, 도로시는 영화 설정과 다르게 이미 1949년에 흑인 여성 최초의 주임이 되어 있었다. 

 

수학자 캐서린 존스(실존 인물)

그리고 캐서린은 종종 백인으로 여겨지기도 해서 유색인종 전용 화장실이 나사에 있다는 걸 모른 채 생활했기에 화장실 때문에 불편한 적은 없었다고 회고했다. 영화 속 캐서린이 겪은 화장실 고충은 메리 잭슨이 겪은 일이었다.

 

히든 피겨스 깊이 읽기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는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현실도 영화 같기를 소망하게 된다. 왜일까? 영화에서는 흑인으로서, 여성으로서 받아야만 했던 억압들이 드라마틱하게 완벽하게 해소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는 걸 직감하기 때문이다.

 

또 이 영화는 숨겨진 인물들 뒤에 진짜 숨겨진 인물을 내세워 흑인 여성들의 서사를 전복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만약 캐서린이 천재적인 수리 능력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알 해리슨은 영화에서처럼 유색인종 전용화장실을 철폐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인종 차별은 능력이 있든 없든, 당연히 사라져야 할 악습인데 말이다.

 

결과론적으로 흑인 여성이 억압받는 구조를 해체하는 영웅적 인물은 알 해리스라는 백인 남성에게 돌아갔다. 그것도 가상의 인물에게. 실화 바탕의 영화에서 굳이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억압받는 흑인 여성들을 구원하는 역할을 백인 남성에게 맡기는 건 저의를 의심받을 만하다. 

 

눈 밝은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신데렐라의 다른 버전으로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공교롭게도 백인이 연출했고, 백인이 각본을 썼다. 흑인이 각본을 쓰고 연출했더라면, 상당히 다른 스토리가 진행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을 성찰하는 미덕은 잃지 않았다. 사회적 약자는 다른 게 아니다. 지금 숨 쉬고 있는 대기가 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생활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 무엇인가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바로 그가 사회적 약자다. 나는 편하게 숨 쉬고 있는데, 우리 주위에 누군가는 불편하게 숨을 쉬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다.

 

디즈니가 히든 피겨스를 뮤지컬로 제작하기 위해 각색을 추진 중이라고 작년에 밝혔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는 OTT 중에서도 디즈니 플러스에서 유일하게 회원들에게 무료로 서비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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