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무비 레터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매력적인 캐릭터가 풍성한 명랑 판타지 영화

by 다독다감 2021. 2. 2.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이종필 감독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1990년대 감성을 자극하는 명랑 판타지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세 주인공 고아성, 이솜, 박혜수의 케미가 보통을 넘어 선 재미난 코미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는 1990년대의 뉴스화면과 사내 풍경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95년, 국제화와 세계화를 외치기 시작했던 시기였습니다. 토익시험 열풍이 불기 직전이었다고 할까요?

 

이 영화가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보이는 1991년 두산전자가 일으킨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은 그 당시 대구광역시의 수돗물은 물론 낙동강 하류의 창녕, 밀양, 함안 등지와 부산광역시의 상수원까지도 페놀이 검출되며 낙동강 일대가 오염된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온 사건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시민들은 분개하여 두산그룹 불매운동을 전개하였고, 공무원과 두산전자 관계자 13명이 구속되었습니다. 당시 두산그룹 회장이 사임하고 환경처 장관이 경질되었던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은 두산그룹이 OB맥주, 두산음료 등 소비재 산업분야에서 철수하고 중공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결과를 불러왔고 수돗물 불신으로 정수기 시대가, 법률상 금지되었던 생수 산업이 발전하는 촉매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을 뿐 줄거리는 철저하게 명랑 판타지 영화의 스토리로 굴러갑니다. 1990년대에 청춘을 보내신 분들은 아마도 공감되는 영상들이 꽤 많을 것 같습니다.

 

여상 출신 삼인방 이자영(고아성), 이솜(정유나), 박혜수(심보람)는 3개월 안에 토익 600점을 넘기면 대리로 승진시켜주겠다는 회사 방침에 영어토익반에 들어갑니다. 영어토익반 강사는 요즘 뜨고 있는 타일러 라쉬 씨가 밑았습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는 모두 여상 출신들이 들어갑니다. 3인방도 8년 차나 되었지만 대리 승진은커녕 커피 타기와 복사하기 등 허드레 일을 하는 말단 직원들로 묘사됩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자영이 삼진그룹 옥주공장에 출장을 갔는데, 두산전자가 그랬듯 비오는 날 공장에서 시커먼 폐수가 하천으로 유출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이후 세친구가 고민하면서도 서로서로 용기를 복돋워주며 해고의 두려움을 극복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건의 실체를 끝까지 파헤쳐 보자고 결의를 다지는 과정은 꽤 인상적으로 다가옵니다. 세 배우 이자영과 이솜, 박혜수의 연기 앙상블도 한몫을 단단히 합니다. 

 

그러나 옥주공장의 페놀유출의 진범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너무 명랑 판타지에 방점을 찍어버린 아쉬움을 진하게 남깁니다. 

 

약자들의 연대를 과시하는 포스터 

 

사람의 용기는 단단한 동지애가 확산되며 타자와 기꺼이 함께 하겠다는 연대의 마음이 상호작용하면서 발현되는 것입니다. 세 친구가 용기에 다다르는 과정을 잘 그린 영화가 용기를 실천하는 과정은 정말이지 너무 유치찬란하게 그리고 말았습니다.

 

세 친구가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를 획득할 때마다 누군가가 마법을 부려 세친구를 도와주는 것만 같은 구멍들이 너무 자주 등장합니다. 아마도 감독은 이 세 친구가 결정적으로 스스로의 힘으로는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단정했기 때문에 이러한 시나리오를 선택했을 것 같습니다.

 

결말에 이르러 빌리 박사장(데이비드 맥기니스)과 맞짱을 뜨는 장면에서도 세 친구의 유약함은 극에 달합니다. 능글맞고 사악한 빌리 박사장 앞에 선 세 친구와 연대한 언니들은 연대를 이루어 낸 어른들이라하기엔 너무나 유약해서 꼭 어린아이 같이 투정을 부리는 수준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외에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는 말도 되지도 않는 설정 구멍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그것을 상쇄할만한 명랑 판타지 영화만이 가질 수 있는 재미가 여럿 있습니다.

 

제일 먼저 상무 역으로 나왔던 백현진이 그렇습니다. 인디밴드 1세대인 백현진은 뮤지션이면서 화가, 배우, 영화감독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아티스트! 이 영화에 긴장감이 있었다면 그것은 당연히 백현진이 나오는 씬이었습니다.

 

많은 영화에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방준석도 과일농장 아저씨로 나와 예상치 못한 인상적인 연기를 남겼습니다. 정유나의 캐릭터도 압도적인 웃음을 선사합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매력적인 캐릭터가 풍성한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 못보신 분들께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명랑 판타지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추천드립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