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마음으로, 이슬아가 만난 우리 곁의 노동자들
이슬아의 <새 마음으로>(2021)는 우리 곁에서 보이지 않게 묵묵히 노동하는 사람들의 인생을 담은 인터뷰집입니다. 인터뷰집은 대개 유명인사, 셀럽을 주인공이지만 새 마음으로는 흔한 인터뷰집과는 결이 다른 수필집입니다.
응급실에서 27년째 일하고 있는 청소 노동자, 시집와서 농사짓으며 평생을 살고 있는 윤인숙, 아파트 계단 청소 노동자, 인쇄소 기장과 경리, 수선집 사장님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니까요.
이슬아의 인터뷰집은 인터뷰어 이슬아와 인터뷰이들의 사진들이 대량 방출되어 있어 이슬아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좋은 선물 같은 책입니다. 또 작가 김신지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김신지 어머니 윤인숙 씨가 인터뷰이로 등장하고, 이슬아와 이슬아 어머니 장복희 씨와 김신지 작가와 어머니 윤인숙이 평상에 앉아 수박 드시는 풍경도 멋진 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잡지의 특별부록 같다고 할까요?
작가 이슬아 소개
저자 이슬아는 199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글을 쓰고 만화를 그린다. 누드모델, 잡지사 기자, 글쓰기 교사 등으로 일했다. 2013년 데뷔 후 일일 연재 노동자로 생계를 이어왔다.
2018년 2월 시작한 《일간 이슬아》은 6개월간 성공리에 진행했다. 하루에 한 편씩 쓴 글을 메일로 독자에게 전송했다. 한 달 치 구독료인 만 원을 내면 월에서 금요일까지 5일 동안 매일 그의 수필이 독자의 메일함에 도착한다. 한 달에 스무 편의 글이니 글 한 편에 오백 원인 셈이다.
그 글을 모아 <일간 이슬아 수필집>을 2018년 10월 책으로 냈다. 그간 쓴 책으로 <심신단련>, <창작과 농담>, <부지런한 사랑>,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아무튼, 노래>가 있다. 위 사진은 <새 마음으로> 속 인터뷰 중의 한 장면.
목차
응급실 청소 노동자 이순덕 - 나보다 더 고달픈 사람을 생각했어요 (15p)
농업인 윤인숙 - 버섯이 쏘아 올린 작은 공 (53p)
아파트 청소 노동자 이존자, 장병찬 - 나를 살리는 당신 (111p)
인쇄소 기장 김경연 - 색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161p)
인쇄소 경리 김혜옥 - 숫자를 맞추는 사람은 누구인가 (199p)
수선집 사장 이영애 - 고쳐지는 옷과 마음 (225p)
에필로그 (282p)
작가 이슬아와 인터뷰이들
작가 이슬아의 글에서는 노동하는 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고, 스스로 돌아보며 노동하는 자의 마음을 닮아가려는 다부진 결의가 느껴집니다. 제가 이슬아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신지 작가의 글도 좋아하는 데요. < 새 마음으로>를 읽어보니, 이슬아와 김신지 작가의 인연이 참 묘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슬아가 잡지사 다니던 시절, 스무 살의 이슬아에게 많은 일을 가르쳐주고 챙겨주고 실수를 수습해줬던 선배가 바로 김신지 작가라는 대목이 나와요. 일은 많고 봉급은 적은 와중에 선배가 있어서 덜 팍팍한 시절을 보냈다고 말이에요.
이슬아의 글이 사회경제적인 층위에서 대상을 보듬어 가는 문장이라면 김신지 작가의 글은 나무가 사계절을 어떻게 견디는지 골똘히 들여다보는 감수성이 빛나는 문장들이라고 할까요. 인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일수록 그리워지는 친구 같은 작가가 바로 김신지 작가라고 <평일도 인생이니까> 추천사에서 이슬아 작가가 고백한 적이 있어요.
암튼, <새 마음으로>을 읽고 나면 식탁에서 무심코 먹는 밥 한 톨과 반찬 한 젓가락에서, 아파트를 오르내리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바삐 걸아가는 번잡한 골목길에서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오늘의 현재를 이렇게나마 영위할 수 있게 하는 노동하는 자의 묵묵한 정성을 느끼게 됩니다.
"옛날 동네 사람 들 말로는 내가 파우 어딘가에서 태어났다는데 부모가 일찍 죽었으니 고아처럼 자랐죠. 내 아들도 젊어서 죽고 남편은 병들어 죽었거든요. 사람들이 저보고 왜 그렇게 악착같이 일하냐고 그래요. 그래서 혼자 사는 사람들한테 그렇게 마음이 쓰이나 봐요. 나처럼 힘들 것을 아니까요."(41쪽)
윗글은 이대 목동병원 응급실에서 청소 노동자로 일하는 이순덕 씨 인터뷰입니다. 예순일곱인 그는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합니다. 성당에 다니며 돌봄 봉사도 틈틈이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새 마음으로>에는 눈물과 콧물을 쏙 빼야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대목이 자주 나옵니다.
에필로그
이슬아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계절이 바뀌고 해가 지고 해가 뜨고 아침마다 집에 빛과 바람이 든다는 사실에 언제까지나 놀라고 싶다. 새 마음으로, 새 마음으로. 하고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저도 그런 마음으로 오늘을 마무리합니다.
비건을 지향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이슬아 작가의 문장에서는 '시골 개 한 명'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우리의 생각이 바뀌면 우리가 쓰는 언어도 자연히 바뀝니다. <새 마음으로>는 인터뷰 글이나 에세이 글쓰기 텍스트로 삼아도 좋을 만큼 심금을 울리는 문장들이 들꽃처럼 피어있는 글밭이기도 합니다.
이슬아 작가와 같은 청년이 많아 질수록 고운 마음으로 함께 손잡고 가는 사람들이 더 많은 사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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