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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영화 커플즈, 커플탄생의 법칙은 머피의 법칙과 함께

by 다독다감 2021. 5. 2.

운명의 짝이 어디선가 보고 있을 것 같은, 봄바람 살랑살랑 코끝을 간지럽히는 나른한 오월입니다. 정용기 감독의 영화 <커플즈>(2011)는 우연도 자꾸 쌓이다 보면 운명적인 사랑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주는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운명의 반쪽은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어 있는데, 그 운명은 우연이 만들어낸다는 것이에요. 고약하게도 커플 탄생의 법칙은 머피의 법칙과 함께 하기도 하지만요. 그럴때 더 애틋한 사랑이 시작된다고 할까요?

네티즌 평점은 8점대에 조금 못 미치는데, 관객수는 참담한 36만명! 답게 이야기 전개가 뒤죽박죽이고 몰입도도 높지 않지만 운명의 짝이 과연 존재하는가에 초첨을 맞추고 보면 그러저럭 볼만한 영화에요.

참고로 <커플즈>는 일본의 우치다 겐지 감독의 <운명이 아닌 사람>을 리메이크한 영화이자 안타깝게도 불의의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고 김주혁 주연의 영화이기도 합니다.

커플즈 영화 줄거리

순진남 유석(고 김주혁 분)은 결혼선물로 대출까지 받아 근사한 집을 마련하지만, 나리(이시영 분)는 유석이 프러포즈하는 날, 도망치고 말아요. 왜냐고요? 나리는 아무리 남자가 근사하더라도 돈이 없으면 꽝이라고 생각하는 여자거든요. 대출까지 받아 집에 몰빵해버렸으니 더 털어먹을 것도 없고요.

병찬에게 여우짓 시동거는 나리 스틸컷.

그래서 나리는 비록 조폭이지만, 돈 냄새 풀풀 풍기는 병찬(공형진)을 낚으러 가요~. 나리는 속칭 '꽃뱀'이라는 여자! 나리가 병찬을 작업해서 그의 돈을 가로채는데 거의 성공하는 장면까지 <커플즈>는 좀 볼만하다고 말할 수 있어요.

머피의 법칙은 시작되고

나리가 열심히 병찬에게 작업하고 있을 때, 유석은 끔찍한 하루를 맞이하는데요. 은행에 가는 길에 자동차 접촉사고를 내고, 은행에 갔더니 은행털이범들이니 들이닥치고, 인질로 잡혔는데, 난데없는 여자로부터 성추행범으로 몰리고. 

이처럼 일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갈수록 꼬이는 X같은 날의 오후를 머피의 법칙이라고 했던가요? 

그런 유석에게 그의 머피의 법칙을 싹둑, 끝장내 줄 여자가 드디어 눈 앞에 나타납니다. 바로 은행에서 같이 인질로 잡혀 있었던 애연(이윤지 분)! 애연은 명색이 교통경찰로서 성추행범으로 몰린 유석을 구해주고, 실연으로 실의에 빠진 유석의 눈앞에서 수호천사로 반짝반짝거립니다. 

유석과 애연이 우연을 가장한 필연으로 알콩달콩한 연애감정을 모락모락 피워 올리는 장면까지도 영화는 애교로 봐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원래 사람들은 얄미운 사랑이야기에 뻑가는 법이잖아요.

영화 커플즈 공식 포스터

끝없는 플래시백

그런데 우연으로 보였던 운명적인 사랑의 내막을 영화가 분석하려들자 영화가 재미가 없어지려 합니다. 분석은 관객들이 해야할 텐데 영화가 분석하려 들기 시작하면 안 된다는 것을 <커플즈>는 그 어려운 걸 증명해 보입니다.

한술 더 떠 <커플즈>가 분석방법으로 택한 반복 플래시백에, 어쿠 관객들은 하품을 늘어지게 할 수밖에 없어요. 끔찍한 플래시백이 계속 돌아가는 가운데 유석의 친구 복남(오정세 분)이 등장해요. 그나나 배우 오정세라서 다행이였지만.

영화는 유석의 부탁으로 나리를 추적하기 시작한 복남의 시선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찾아냈다고 떠벌립니다.

복남이 파악한 '나리'의 진상

흥신소에 다니는 복남이 도망간 나리를 뒤쫓아가 가만히 들여다봤더니, 나리는 '꽃뱀'이고, 곧 결혼을 할 것 같고, 건달 병찬의 돈가방을 훔치려 하고 있고, 기타 등등. 건데, 중요한 건 이 복남이라는 친구는 친구의 친구에게 사랑에 빠지고 마는 남자라는 것! 그리고 건달이었던 병찬도 나리와 사랑에 빠진 것 같다는!

아무튼, 우리 관객들은 나리가 왜 유석에게서 도망쳤는지, 복남이가 나리를 찾고도 왜 유석에게 말하지 않았는지를 포함해서 그들 간의 있었던 과거지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고요.

영화를 함께 지켜보고 있던 당시 관객들이 기어이 한숨섞인 한마디를 내뱉고 말더군요. "아~. 감독님!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욧~(잘했어)" 

영화 커플즈 결말

그런데도 영화는 볼만합니다. 우리들의 배우 오정세를 비롯한 배우들의 연기가 깨알깨알 같아 볼 만해요. 유석 역을 맡은 김주혁은 이런 역할에 넘나 잘 어울렸던 배우죠. 친절하고, 착하고, 순정을 바치는 남자 역할.

그래서 영화가 어떻게 끝났느냐고요? 로코니까 해핑 엔딩! 나리의 돈가방을 유석의 집에서 훔쳐 달아났던 교통경찰 애연이 돈가방을 다시 돌려주러 돌아왔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유석이 해맑게 꼬리를 살랑살랑 치며 말합니다.

"들어가서 차 한잔 하고 가~"

이 영화의 교훈. 혹시도 있을지도 모를 운명의 반쪽(만약 있다면)을 만나시려면 머피의 법칙 따위 두려워말고 우연이라도 계속 쌓아 나가자! 또는 영화 포스터대로 "어떻게 엮이든, 감사합니다~!"라는 자세.

이 글을 보시는 넷플릭스 한국 관계자분이 계시면 <커플즈> 넷플릭스에 공개해 주세요. 그럼 다시 보실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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