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유래
아무튼 오늘은 어버이날입니다. 어버이날의 족보를 살펴보려면 이승만 정권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이승만은 1956년부터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하여 우리 사회에 거룩한 경로효친 사상 고취에 열을 올렸습니다.
박정희는 유신정권시절 '어버이'라는 고어를 재발굴하면서까지 1973년부터 '어머니 날'을 '어버이 날'로 슬그머니 변경하고 어머니와 아버지를 뭉뚱그려 충효사상의 그물에 포섭하려 들었습니다.
이때부터 자녀들이 부모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전국 지자체는 경쟁적으로 '효자, 효부'를 선발하여 대대적으로 표창하고 경로주간도 설정하여 장유유서의 사상을 부활하고자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어버이날 선물
우리사회는 아마도 그때부터 어버이날이 되면 효도관광이다, 어버이 선물이다 해서 어버이날 선물하기 경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제삿상을 차리는 풍습도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누구 자식은 효도관광을 해외로 보내줬다더라, 누구 자식은 돌침대를 사줬다더라, 누구 자식은 보약을 한 첩 지어왔다더라, 누구 자식은 금일봉을 줬다더라 기타등등.
카네이션의 유래
참고로 어버이날의 카네이션은 1907년 미국의 애나 자비스(Anna Jarvis)가 카네이션을 좋아하는 어머니에게 선물한 것이 유래가 되어 북미에서 어머니 날에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는 관습이 생겼으나 지금은 없어진 족보 없는 풍습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그런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아브라빌에서도 북미에 거주하시는 블로그 이웃분을 모셔와야 겠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무튼 쓸데 없는 걸 계승 승화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는 일등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 아닌가 합니다.
세월이 흘러도 너무 많이 흐른 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어버이날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우리의 어버이들은 언제나 얄팍한 정치인들의 상투적인 먹잇감로 불쌍하게 활용되어 왔습니다.
노래, "어머니의 마음"
조선 최고의 천재 중 하나라며 '조선 국보 1호'라고 자칭하고 다녔다는 양주동이 작사하고, 개그맨 이홍열이 아닌 "진짜 사나이'를 작곡하기도 한 음악가 이흥렬이 작곡한 <어머니의 마음> 노랫말을 잠시 음미해 보겠습니다.
어머니의 마음
낳으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 사 그릇될 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엔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니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사람의 마음속엔 온 가지 소원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 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
인간의 그 무엇이 거룩 하리오
어머님의 사랑은 그지없어라
네, 남자들이 군대 가면 애창곡 1위가 된다는 "어머니의 마음"의 노랫 가사입니다. 장성한 군인들은 노래 "어머니의 마음"을 부르며 자신의 하나뿐인 어머니를 신격화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마음>이 노래하고 있는 어머니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친구의 어머니들이고, 우리 사회가 진심 지향해야될 어머니상일까요?
누가 어머니 상을 왜곡시켰나?
노래 가사를 천천히 음미해 보면, 자식이 어릴 때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고, 자라선 자식이 오기만을 문 기대어 기다려주는 정신 나간 엄마가 세상에 도대체 몇이나 될까요? 또 자식 생각에 주름진 엄마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어머님의 마음속엔 오직 한 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을 위하여 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을 가진 어머니는 또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요?
생각건대, 이는 예수도 못하고 부처도 못하고 공자도 못하고, 그 어떤 인간이라도 할 수 없는, 단언컨대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글을 보시고 그래도 "나는 그렇게 했다"는 용감한 어머니가 물론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하여 노래 <어머니 마음>은 여성의 일방적인 희생을 바탕으로 봉건제적 질서의 회귀를 노래 한 곡조로 한번 노려보겠다는 아주 못된 자들의 비굴감에서 악의에 찬 노래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어머니들도 인간이라면 은근히 저 노래에 기대어 자식들이 희생을 다한 어머니로서 자기를 존경해주길 바란 적도 아마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실상은 자기가 끝내 이루지 못한 욕망을 자식에게 투사했을 뿐인데 저렇게 포장하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그런 부모에게는 자식은 불행하게도 '부모의 욕망 대리자, 장남감으로서만 존재'할 뿐입니다. 어이구 착하고 대견한 내새끼로서만 말이지요.
어버이날 법정 공휴일에 대해
참, 어버이날 법정 공휴일 지정은 장사치 같은 정치꾼들이 표계산으로 정할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우리나라와 1도 상관없는 크리스마스나 부처님 오신 날도 하물며 법정 공휴일로 지정한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라고 목청을 높인다면 뭐, 달리 할 말이 딱히 없겠습니다만.
그래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는 욕심과 허영으로만 똘똘 뭉친 부모마저 갖지 못한, 그래서 어버이 날이 되면 더욱 외로움을 삭여만하는 천애 고아들, 그리고 부모가 있으되 천애 고아나 다를 바 없는 학대받은 아이들도 너무나 많다는 것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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