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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모음

"펭수의 시대" 펭수 정체와 세계관이 낳은 B급 감성 사이다 캐릭터, 펭하!

by 다독다감 2021. 5. 11.

B급 감성의 사이다 캐릭터 세계 핵인싸 펭수,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트렌드 분석가 김용섭이 쓴 <펭수의 시대>(2020)는 한국 사회가 빠진 펭수 신드롬, 펭수 앓이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이고, 펭수에 열광하는 2030 세대에게 펭수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를 고찰한 책입니다. 

펭년배(나이와 상관없이 펭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사람)의 1인으로서 진작부터 찜을 해두었으나 다른 잡다한 글들을 올리느라 리뷰가 늦어졌습니다(펭수, 미안해~) 

펭수 정체

우선 2030세대가 열광한 펭수의 정체부터 살펴볼까요? 남극 펭씨에 빼어날 수를 쓰는 펭수는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인근에서 출생한 황제펭귄으로 생일은 8월 8일, 나이는 10세예요. 키는 210cm 몸무게는 100kg를 왔다 갔다 해요. 학력은 남극 유치원 2기를 졸업했고요.

펭수는 저가 항공을 타고 오다 스위스에 불시착해 스위스에서 요들송을 배웠고 헤엄쳐서 인천 앞바다까지 왔다는데요. 그 힘든 길을 왜 왔을까요? 펭수는 세계적인 아이돌이 되기 위해 왔노라 당당하게 포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펭수는 소원대로 EBS 연습생이 되었고 지금은 <자이언트 펭TV> 유튜브 크리에이터로도 번아웃이될까 걱정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어요.

특기는 힙합, 록, 트로트, 랩, 비트박스, 댄스, 발라드 등 장르불문! 꿈은 우주대스타가 되는 거예요. 좌우명은 "웃어라, 행복해질 것이니"와 "펭수는 펭수다!"

말도 안 되는 이같은 설정은 말할 것도 없고 기존 인기 캐릭터와 비교해 친절하기를 하나, 귀엽기를 하나, 호감은 커녕 거대한 체구에 이 말 많은 펭수 캐릭터에 2030 세대는 왜 그토록 열광을 했을까요?

펭수 신드롬의 시작

펭수 어록 중 베스트는 "잔소리하지 마십시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가 아닐까 해요. 펭수보다 무려 25년 선배인 뚝딱이(뚝딱이는 1994년에 EBS에 데뷔했답니다)가 2019년 9월 EBS 옥상에서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라며 펭수에게 조언을 빙자한 잔소리를 늘어놓자 펭수가 받아친 대사예요.

저자 김용섭은 펭수 신드롬의 시초를 "잔소리하지 마십시오"에서 풀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경험 많으시죠? 상사랍시고, 연장자랍시고, 다 너를 생각한답시고, 조언을 빙자한 잔소리들 말이에요. 

"2030세다가 펭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귀엽기 때문이 아니라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펭수는 사이다 캐릭터다.
그동안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지위가 낮다는 이유로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한 상황을 견뎌내야 했던 2030 세대가 자신들을 대신해서 당당하게 말하는 펭수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41쪽)

2019년 9월 꼰대 논쟁을 통한 2030 세대의 관심 유발이 단기간 폭발적인 성공을 이루는데 티핑 포인트가 되었다는 것이 저자 김용섭의 분석입니다. 안티 꼰대가 2019년을 대표했던 시대정신이었다는 거죠.

펭수의 시대 143쪽에 실린 사진

펭수를 지지하는 사람들 중 2030 세대가 많은 것은 이들이 나이 서열화와 갑질의 폐해를 가장 많이 겪고 있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라는 것.

잔소리하는 직장 상사에게, 그것도 25년 선배에게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잔소리하지 마십시오"라고 할 배짱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만.

B급 사이다 캐릭터 전성시대

정리하자면 펭수는 "B급 사이다 캐릭터"라는 말인데요. B급 사이다 캐릭터란 고명하신 교수나 전문가들처럼 무게 잡고 멋진 척, 잘난 척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기죽지 않고 할 말은 하는 캐릭터를 말해요. 요즘 유튜브를 보면 B급 사이다 캐릭터 전성시대인 것 같기도 하지요.

그런데 단지 펭수에게 저런 특성만 있었으면 우리 사회에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뜨지는 않았을거잖아요.  

저자 김용섭은 펭수는 지금까지 이런 캐릭터는 없었다, 캐릭터 비즈니와 연예인 비즈니스가 결합된 유일무이한 사례가 바로 펭수다라는 것에 주목해요.

펭수의 시대 173쪽 실린 사진

다른 인형 캐릭터는 몸짓 연기만 하는데 반해 펭수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드라마 연기도 한다는 거예요. 스타처럼 인터뷰도 하고 생방송에 출연해 상대의 질문에 즉석에서 답하기도 하고. 펭수가 방송사와 장르 경계를 허문 최초의 캐릭터라는 겁니다.

펭수의 확장성은 어디까지?

펭수의 확장성은 이러한 캐릭터 성격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이는 펭수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요. 펭수 캐릭터에서 연기자의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이 곧 기회이자 리스크라는 설명입니다.

엄청난 성공을 거둔 펭수가 앞으로도 인기를 이어가며 글로벌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펭수 캐릭터 관리만큼이나 펭수를 연기하는 연기자의 매니지먼트도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자이언트 펭TV>의 연출과 기획에 관여하는 제작진은 모두 2030 밀레니얼 세대이면서 여성이 PD리더를 맡고 있다는 점, 전체 구성원도 성비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애자일 팀인 것으로 보아 앞으로도 잘 헤쳐나갈 것이라 믿어요.

펭수에게 특정 성 정체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설정하고 무성 출생과 암수 구별이 어렵다는 펭귄이 가진 특징을 젠더 뉴트럴 트렌드와 절묘하게 녹일 줄 알았던 제작진이었기에 펭수의 확장될 세계관도 잘 설계해 나갈 수 있겠죠?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저자 김용섭은 2013년부터 매년 <라이프 트렌드>를 시리즈를 출판해오고 있는데 그의 책들을 쭉 읽어오신 분들이라면 겹치는 부분도 아마 많을 거예요. 그리고 침소봉대하고 중구부언하는 점들이 도드라지게 보일 수도 있겠네요.

그럼에도 무책임한 기성세대가 값싼 감성팔이에 바쁜 '아프니까 청춘이다'(아프고 싶으면 지만 아프던가!)라는 서울대 김난도 교수와 같은 류의 책보다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의 트렌드 분석 책들이 보여주는 인사이트는 다르다는 점을 밝혀두고 싶네요.

아무리 그래도 펭수 신드롬을 벗겨내는데 책 한 권이 필요해? 심층 기사 한 토막이면 충분할 것을, 하시는 분들을 위해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의 글쓰기 스타일을 인용해 볼까 해요.

고스트가 좋아하는 글쓰기 스타일이기도 한데요. 캐릭터 설정을 왜 펭귄으로 했을까라는 의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펭수가 아델리 펭귄일까, 황제펭귄 일까의 의문점부터 시작해서 펭귄에 대해 아주 넓고도 깊게 파고 들어가요. 이른바 T자형으로요. 조금 유치하지만 짧게 읽어보실래요?

펭귄은 조류 중 유일하게 외관상으로 암수 구별이 뚜렷하지 않은 동물이다... 그래서 동성 커플이 생기기도 한다...(이를 방지하기 위해 진화를 했는데) 아델라 펭귄과 젠투펭귄은 구애할 때 수컷이 암컷에게 돌멩이를 준다.

예쁘고 매끈한 돌맹이를 골라서 주면 그것을 받은 암컷이 (돌이) 마음에 들 경우 짝을 맺는다. 만약 수컷이 암컷인줄 알고 다른 숫컷에게 돌맹이를 주면 상대 수컷은 돌을 걷어찬다고 한다.

 

이러한 펭귄의 특성에서 펭수는 성별이 없는 캐릭터가 되고 그것이 젠더 뉴트럴 트렌드와 이어지며 안티 꼰대로 세계관을 꾸준하게 확장해 왔다는 분석으로 이어집니다. 

보디 포지티브 태도

<펭수의 시대>를 읽다 특히 공감하게 된 부분은 펭수가 보여준 자신의 외모에 대한 보디 포지티브(Body Positive) 태도예요. 보디 포지티브는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에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미 패션업계와 화장품 업계는 보디 포지티브에 대응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더라고요.

여전히 과거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들이 있다.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한다, 화장은 해야 예의다, 살을 빼라 같은 폭력적인 말로 부하 직원의 외모를 평가하는 상사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그동안 권력을 가진 남성들이 주도하던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들에게 외모 관리가 의무처럼 강요되었다... 남성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여성이 '꾸밈 노동'에 매진하는 사회에서는 성평등이 불가능하다.

...결국 성평등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 이상으로 사회 구성원의 태도와 생각 변화가 중요하다.(190-192쪽)

바로 이게 <펭수의 시대>를 읽은 아주 실용적인 소득이에요. 무게 잡고 멋진 척, 잘난 척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기 모습에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 이제 제발 꼰대나 갑질 같은 거 하지 말고 살아요!

블로그스피어에도 보면 은근히 나이를 과시하거나 성차별을 교묘하게 획책하시는 분들이 계시던데, 이제 그러지 맙시다!


펭수 어록

  • "다 잘할 순 없어요. 하나 잘 못한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잘하는 게 분명 있을 겁니다. 그걸 더 잘하면 돼요."
  • (펭수의 얼어 죽을 고민상담소 편)
  • "글쎄, 교육이란 걸 뭐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냥 살면서 배우는 거라고 생각한다. 누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삶 그 자체다. 사람에겐 인생, 나는 '펭생"
  • "행복과 웃음을 가져갔으면 좋겠다. 요즘 사람들도 다 힘들지 않나. DM 보면서 많이 울었다. 힘든 사람도 많고, 고등학교 선배들도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날 보고 '행복하다, 네가 내 낙이다'라고 말해 주는 게 너무 뿌듯했다. 힘든 사람들에게 웃음이 되어 주고 싶다. 안 힘든 분들에게도 웃음이 돼 주고 싶다."
  • "(뽀로로랑) 화해했어요. 그래도 보기 싫은 건 똑같습니다"
  • "누구나 다 특별해요. 특별하지 않은 건 없어요. 제가 부른 노래 중에 "특별하면 외로운 별이 되지"라고 있죠? 하지만 특별한 외로운 별들이 모이면 더 이상 외롭지 않은 특별히 되는 거 같아요. 다 같이 사는 이 지구에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와 이해하고 배려하는 별이 된다면 다들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그동안 많이 힘들었죠. 이제 제가 받은 사랑 꾹꾹 담아 웃음으로 돌려드릴게요. 다 할 수 있어요. 저도 하는 거면 사람들도 다 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 힘내요!! 펭 러뷰"
  • "나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른이고 어린이고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 거예요."
  • "근데 이것도 참 어려운 거예요. 힘든데 힘내라 이것도 참 어려운 거거든요.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아니죠, 그쵸? 그러니까 힘내라는 말보다 저는 '사랑해'라고 해주고 싶습니다. 여러분들 사랑합니다. 펭-러뷰"
  • 펭하!(펭수 하이~의 줄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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