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끔찍한 고통을 남긴 버블의 공통점
버블 시장을 탐색할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제시한 버블: 부의 대전환!
존 D. 터너와 윌리엄 퀸이 공저한 <버블 : 부의 대전환>(2021)은 지난 300년 동안에 발생했던 버블의 원인과 결과를 살펴보고 개인 투자자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버블에 대한 새로운 분석 프레임워크를 제안하고 미래를 계획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경제 전망서입니다.
버블 : 부의 대전환, 주요 내용
저자 소개
퀸스대학 교수인 존 D. 터너는 <위기의 은행>(2014)으로 워드워스 상을 수상한 현대 경제와 금융의 역사를 연구하는 경제학자입니다. 윌리엄 퀸은 퀸스대학 경제학 교수로 금융 시장과 버블의 관계를 주로 연구해 온 경제학자입니다.
코로나 19 이후 전 세계는 믿기 어려울 만큼 유동성이 공급되었습니다. 이러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동학 개미를 넘어 서학 개미로 진화 중에 있고, 중국에는 청년 '부추'들이, 미국에는 로빈후드 개미들이 증시에 불을 지피고 있는 형국에 버블이다, 아니다의 논쟁이 전 세계적으로 한층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분석대상 주요 버블
<버블 : 부의 대전환>은 역사상 있었던 커다란 버블들 중에서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자산 가격이 최소 100퍼센트 인상된 후, 그 다음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인상된 가격의 50퍼센트 이상 폭락과 함께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 12개의 주요 버블 사례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버블을 다룬 많은 저작물들이 인용하는 1636~1637년에 있었던 '네덜란드 튤립 투기'는 <버블: 부의 대전환>에서 다루는 12개의 주요 버블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저자들에 따르면 네덜란드 튤립 투기 열풍은 튤립 구근이라는 특정 거래 상품에만 국한되었을뿐 아니라 기업 설립붐도 없었고 경제에 미친 큰 영향이 없었으므로 연구할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네덜란드 튤립 투기
참고로 튤립 투기는 1636년 말에 튤립 구근의 가격이 갑자기 상승하기 시작해 일부 튤립 구근이 당시 암스테르담의 호화 주택 한 채의 가격을 능가했을 정도였으나 1637년 2월이 되자 무려 90%나 폭락한 사건입니다.
튤립 투기의 참혹성은 이 분야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스코클랜드의 저널리스트이자 문필가인 찰스 맥케이의 뛰어난 저작 <대중의 미망과 광기>에 잘 묘사되어 있으나, 이 책의 공저자들은 다양한 일화에 기댄 맥케이 주장 대부분이 객관적으로 입증되기 어려운 풍자나 선정성에 기반한 허구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합니다.
버블 3요소: 시장성, 돈과 신용, 그리고 투기
저자들은 버블을 불의 발생에 빗대어 설명합니다. 불은 산소, 연료, 열, 이 세 가지가 충분히 주어지면 조그마한 불꽃을 일으키고 곧 큰불도 일어나듯이 버블 또한 저자들이 버블 트라이앵글이라고 부르는 3요소가 갖추어지면 지난 역사에서 예외 없이 발생했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들이 말하는 버블 트라이앵글, 버블 3요소는 바로 '시장성', '돈과 신용', 그리고 '투기' 입니다.
시장성은 자산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용이성을 말하고, 돈과 신용성은 낮은 이자율과 느슨한 신용 조건을, 투기는 이익을 보겠다는 목적 하나로 나중에 이익을 보고 자산을 매도하기 위해 먼저 자산을 매수하는 것을 말합니다.
공저자들의 이러한 정의에 따른다면 지금의 형국은 <버블: 부의 대전환>에서 말하는 버블 발생의 3요소가 전 세계적으로 무르익은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인들은 큰 역경은 견딜 수 있지만, 수익률 2퍼센트는 견디지 못한다... 끔찍한 수익률 2퍼센트를 감수하느니 소중한 예금을 참차카 운하, 위치트 지역으로 가는 철도, 사해를 살리겠다는 계획 등 말도 안 되는 것에 투자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편집자, 월터 배젓의 1952년 논평, 공저자의 인용을 재인용, 26쪽)
이자율이 2퍼센트였던 시대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말도 안되는 위험자산에 투자를 감행했는데, 지금은 이자율 0퍼센트의 시대이니까 버블의 3요소 중 적어도 1가지 요소는 전 세계적으로 완전히 충족된 상태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은 또 자산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용이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진 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대면 계좌개설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으로 국내주식은 물론 바다 건너 전 세계, 그 어떤 주식이라도 클릭 한 번으로 너무나도 쉽게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버블 : 부의 대전환>에서 다룬 주요 12개의 버블은 개인 투자자들이 직접 책을 읽어보시면서 거품이 탄생하는 과정의 욕망과 혼돈, 쏟아지는 돈다발에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될 수 있다는 광기 어린 분위기가 휩쓸고 지나간 뒤에 바닥 밑에 더 깊은 바닥에 내려앉았던 자들의 고통을 실감해 보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여기서는 개인적으로 흥미롭고 인상 깊었던 2개의 버블 사례를 언급하고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는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버블로 기록되는 1820년대의 '철도 버블'입니다.
1820년대의 철도 버블
'철도 버블'이 발생되기 이전 버블에서는 재산을 잃어도 버틸 만한 투자자들이 참여했지만, 철도 버블에는 잃을 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철도주에 투자하였습니다. 철도 버블은 중산층부터 노동자까지 온갖 투기꾼들이 가세한 투기의 민주화가 진행된 버블이었다고 저자들은 지적합니다.
이 철도 버블에는 진화론으로 유명한 생물학자 찰스 다윈 뿐만 아니라 <허영의 시장>의 작가 윌리엄 새커리, 그리고 아브라빌이 좋아하는 <제인 에어>의 작가 샬럿 브론테까지, 문화계 거장과 저명한 과학자들도 철도 투자에 뛰어들었습니다.
작가 샬럿 브론테는 버블 기간 동안 철도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곱씹으며 자신의 상황을 철도 주가 폭락으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수천 명의 중산층 투자자들의 상황과 비교하며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합니다. 샬럿 브론테의 이런 글을 읽으면 진심 슬퍼집니다.
"수많은, 아주,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 기괴한 철도 시스템에 일용할 양식을 빼앗겼다. 미래의 양식만 빼앗긴 이들은 부디 당장 먹을 양식마저 빼앗긴 이들의 한 서린 탄식을 들을지어다."(143쪽)
샬럿 브론테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제인 에어>
창조적 파괴를 일으킨 대유행, 자전거 버블
놀라운 혁신과 창의적 투기의 만남이 이루어진 대상이 '자전거'라니,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어이없게 다가오실 수도 있겠는데요. 그 당시 자전거 붐은 지금의 바이오주나 가상화폐 열풍 못지않게 대중으로부터 열광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바이오주나 가상화폐도 언젠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자전거 버블같이 어이없었던 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로 목재와 연철로 만든 자전거는 19세기 초부터 있었지만 초기의 자전거는 앞바퀴가 너무 거대하여 높은 곳에 사람이 앉아 있게 되어 자전거를 탈 때면 떨어지기 일쑤였고 그 당시 도로에 많았다는 포트홀에 걸리기라도 하면 핸들이 확 뒤집어져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고 합니다. 아래 왼쪽 사진의 모습입니다.
그러다 1985년 거대한 앞바퀴 없이도 페달에 지레 작용을 넣을 수 있는 체인이 도입되고 무용접 강철관 제조 기술이 도입되어 자전거는 튼튼하고도 가벼워졌고, 1888년에는 던롭이 개발한 공기타이어까지 더해져 승차감까지 부드러워진 위 사진 오른쪽의 자전거로 진화했습니다.
고작 몇 년 만에 구식인 데다가 비실용적이던 장비가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자전거의 모양새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아마도 아이폰만큼이나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받아들여졌던 모양이에요. 투자자들은 언제나 신기술에 열광하고 신기술은 거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자전거 버블 역시 저자들이 말하는 버블 트라이앵글 3요소를 충족시키며 거품을 키우게 되었고 결국 터졌다는 것이지만, 경제에 입힌 영향이 그리 광범위하진 않았다는 걸 감안할 때 자전거 버블은 오히려 버블의 유용한 측면을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즉, 불필요하고 낭비가 가득했던 철도 투기 때와는 달리, 자전거 투기 광풍은 비효율적인 기업들이 실패한 후 더욱 혁신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발판을 닦은, 경제학자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사례에 가까웠다는 것인데요.
기술적으로는 자전거 버블은 자전거의 인기가 타이어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졌으며 자동차와 오토바이 산업 발전에도 영향을 주었고 자전거 대량생산을 위해 자동화 기계설비가 만들어졌고 볼 베어링도 상용화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문화적으로는 버블로 인해 적정 가격으로 자전거가 공급되자 높은 수준의 개별 이동성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여성 권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데, 여성들은 코로셋을 입고 자전거를 타기 불편했고 이는 합리적 옷차림 운동으로 이어지기도 하면서 보다 실용적인 의복 개발로 이어졌다는 설명입니다.
얻는 자가 될 것인가, 잃는 자가 될 것인가?
공저자들은 정부는 정책등으로 버블을 키우고 기술 버블을 터뜨리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전형적으로 있다고 합니다. 또 제4 권력이라는 언론들이 움직이는 동기를 봐도 버블을 터뜨릴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고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시민들과 투자자들은 버블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어서 "과거의 버블들이 남긴 잿더미에서 아마추어 투자자들이 얻을 교훈은 간단하다. 아마추어 투자자들은 버블이 생성되는 중에 주식이든 주택 버블이든 버블 시장으로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경우가 많다"고 공저자들은 지적합니다.
그러나 버블에 올라타거나 버블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건 대다수의 투자자에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버블 트라이앵글의 3요소가 충족된 상태인지 각각을 살피고 정치적 또는 기술적 불꽃을 경계하면서 마치 화재 안전 검사관이라도 된 듯 행동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을 움직이게 하는 동기와 정치체계의 구조에 대해 길고 치열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406쪽)
금융과 경제만 살펴볼 게 아니라 그 이상의 사회, 기술, 심리, 정치과학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고, 더 중요한 건, 투자자 개인의 정신적 모델을 각자 형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역사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투자의 세계에 발을 담갔다면, 하늘은 나는 새가 양쪽 두 날개로 비행을 하듯이 항상 균형을 잡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마인드도 필요하지만 <버블; 부의 대전환> 같은 경계의 마음도 결코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 책의 유일한 단점은, 만약 숙독하신다면 투자할 적기를 전혀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존경해 마지 않는 마크 트웨인(1835-1910)이 남겼다는 그 유명한 주식 명언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라고 할까요?
주식에 투자하여 2만5천달러를 날린 마크 트웨인은 소설 <얼간이 윌슨>(창비, 2014)에 이런 말을 남겨 놓았습니다. 마크 트웨인의 이 말은 수많은 투자 서적에서 인용되는 대표적인 주식 명언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October. This is one of the particularly dangerous months to invest in stocks. Other dangerous months are July, January, September, April, November, May, March, June, December, August and February."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에 특히 위험한 달 중 하나이다. 다른 위험한 달로는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다."
참고로 마크 트웨인이 주식투자로 잃었다는 25천달러는 인플레이션 3%를 적용하고 170년 복합수익률로 계산하면, 현재가치는 3,804,242달러, 오늘 달러환률 1108.50원으로 환산하면 한화 42억 1천7백원에 해당하는 거금입니다. 오~ 마크 트웨인.
주식 장기투자에 참고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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