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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교실

기록 덕후 김신지가 말하는 매일 기록법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by 다독다감 2021. 5. 4.

"살면서 두 번 반복되지 않을 오늘을 몇 줄의 기록으로 남겨보세요."
당신을 기록 덕후로 만들어 줄 김신지의 기록 노하우!

 

김신지의 신작 <기록하겠습니다>(2021)는 우리들 곁을 화살처럼 금새 지나가고 마는, '잊고 싶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우리를 스쳐 지나는' 일상의 소소함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의욕을 뿜뿜 솟게 만드는 책입니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는 어떤 책?

기록 던후가 된 사연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쓴 작가 김신지는 자칭 '계획 부자'이자 타칭 '기록 덕후'입니다. 우리 곁을 무심히 스쳐 지나는 일상을 기록하는 작가의 22가지 기록 기술이 샘물처럼 졸졸 흐르는 책입니다. 작가는 왜 일상의 기록에 집착하게 되었을까요? 이 책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나한테 중요한 것들은 정작 따로 있는데, 다른데 신경쓰느라 불행해지고 만다. 이런 마음을 내내 안고 살지 않으려면 나한테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알아채고, 잊지 않도록 어디든 적어두어야 합니다."

 

네, 오늘은 살면서 두번 반복되는 일이 없고, 인생에서 같은 날도 단 하루도 없습니다. 그런데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일을 하느라, 조금이라도 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 경쟁하느라 그렇게도 소중한 오늘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십상이지요. 

 

그러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작가는 기록하는 사람이 되기로 했답니다. 그럼 무엇을 기록해야 하냐고요? 작가는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들을 기록하세요.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질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기억할 수 있습니다. 기록해두기만 한다면요."라고 말합니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게 된 동기

갓사친 H는 <좋은 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2018)란 에세이집에 이어 오늘도 김신지 작가의 책을 감탄에 감탄을 연발하며 읽고 있었습니다(웹툰 오타쿠가 종이 책을 읽는 일은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만)

 

"어머 글감을 줍는 걸 다람쥐에 비유하는 거 좀 봐봐, 김신지 작가는 어쩜 글도 이렇게 예쁘게 쓴대? '윤슬'이란 단어 뜻 알아?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뜻하는 말이라는대 넘 멋지지 않아?~!"

 

독자의 기록을 기다린다는 김신지의 책표지

 

"또 그 책이야?"했는데 웬걸, 책을 펼쳐 드는 순간 <평일도 인생니까>(2020)를 읽을 때처럼 또 그 소소함의 유혹에 저도 제대로 낚시당하고 말았어요.

 

<평일도 인생이니까>를 읽을 때는 작가 소개를 제대로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비로소 제대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역시 인연을 쌓아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카이빙이 되면서 더 자세히 알게 된다는 걸 이 책이 알려 주네요. 

 

ABOUT 김신지

1984년 경북 문경 출생인 작가 김신지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10년 동안 에디터로 종이 잡지를 만들어왔다. '캐릿'이라는 미디어에서 Z세대의 마이크로 트렌드를 포착하고 인사이트를 분석하는 일을 하고 있다. 

캐릿(Careet)은 당근(Carrot) 같은 정보를 발(Feet) 빠르게 전달하는 의미. 쉽게 말해 기업이나 브랜드의 신제품 혹은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을 말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마디터(마케터 + 에디터) 혹은 에케터(에디터 + 마케터)로 규정한 김신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1일 1줍 등 다양한 기록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간 이슬아>의 발행인 이슬아의 첫직장 선배이기도 하다. 멋진 인연!

 

- 출판사에서 작가 세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아브라빌이 작성해 본 김신지 프로필입니다 -

 

김신지 에세이집 소개글

 

평일도 인생이니까, 평일이 바쁘신 분들을 위한 김신지 에세이집

같이 사는 친구 H의 강추로 김신지의 에세이집 <평일도 인생이니까>(2020)를 읽고 햐, 이 분, 어떻게 공감 가는 글을 이렇게 물 흐르듯 잘 쓸 수가 있지 하며 감탄했습니다. 나이 서른일곱이라고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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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산문집 소개글

 

이슬아 산문집 심신 단련 이야기로부터 받는 작은 위로

이슬아 작가는 제가 좋아하는 수필가입니다. 고단하고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 이슬아 <심신 단련>을 읽곤 합니다. 그녀의 산문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애착과 성실함이 좋았고, 그러한 삶의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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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지가 말하는 기록 노하우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에는 일기쓰기부터 순간을 수집하는 법, 영감을 모으는 법, 글감을 모으는 법 등 실로 다채로운 기록 노하우들이 멋진 비유와 예시들과 함께 소담소담한 문체로 대방출되어 있어요. 이렇게요.

 

글감을 줍는 과정은 어느 가을날 열매가 구석구석 떨어져 있는 산을 누비는 일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야무진 다람쥐들이에요. 알밤을 주웠다면 알밤 바구니에, 도토리를 주웠다면 도토리 바구니에, 호두를 주웠다면 호두 바구니에 넣어야겠죠.
그렇게 나눠 담은 바구니를 가지고 집에 돌아와 내 곳간을 채우둔 다음, 겨울을 나는 동안 필요한 식량을 꺼내 먹는 것입니다.(136쪽)

 

그래, 기록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냐? 알아 안다고! 건대 그게 어디 그렇게 쉽냐고? 다 해봤잖아~. 초등학교 일기 쓰기부터 중고등학교 때 오답 노트, 회사 다닐 때 업무 수첩까지. 그런데 작심삼일이라는 비참한 최후를 전부 맞이했잖아! 이러시는 분(당근 저도 포함됩니다)들을 위해 꿀팁을 살짝 뿌려줍니다. 주목해 보세요.

 

매일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한 팁(35-38쪽)

첫째, 목표는 가능한 한 작게 만들기

'책 많이 읽기'라는 목표대신 '매일 두 페이지씩 읽기'라는 구체적 목표를 잡으면 좀 더 실행 가능하지 않을까요? 예건대 저자는 일기도 하루에 한 줄 쓰는 일기부터 시작해보라고 말합니다. 이름하여 'ONE LINE A DAY" 시중에서는 5년 전에 쓴 한 줄 일기를 보면서 오늘 일기를 쓸 수 있는 '5년 다이어리'라는 일기장이 인기가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둘째, 그 행동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예를 들면, '물 많이 마시기'가 목표라면, 물병과 물컵을 집 안에서 내가 가장 오래는 머무는 곳, 손이 쉽게 닿는 곳에 부러 놓아두면 작심삼일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김신지는 5년 다이어리도 항상 눈에 띄는 거실 테이블에 둔다고 해요.

 

셋째, 신호와 보상 만들기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습관 만들기의 기본 원칙인데요. 어떤 행동을 하는 '시작 신호'를 만드는 것이에요. 시작 신호는 매일 밤 11시에 쓰겠다."처럼 시간으로도, "샤워하고 난 뒤에 쓰겠다"처럼 특정한 행동으로도 정할 수 있답니다. 저자는 5년 일기를 '자기 전에 쓰겠다.'라고 다짐했다네요.

 

요 세 가지를 쌓아나가면 마법이 펼쳐져요. 우리 뇌가 새로운 행동에 익숙해지는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은 21일(3주면 되네요!), 나아가 그 행동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자연스레 실천되기까지는 대략 60일이 걸린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계시겠죠!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매일 해내면, 일상에 먼지처럼 떠돌던 불안감-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이 점차 사라지며 나는 안 될 것 같다는 자책감과 무력감도 희미해지고, 무엇보다 스스로의 꾸준함을 비로소 믿을 수 있게 된다는 저자의 말씀입니다.

 

어때요? 당장 매일 할 수 있는 아주 조그만 목표를 정하고 도전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이 외에도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에는 설득력 높은 기록 덕후의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예컨대 여행지마다 한 권의 노트 들고 가서 쓰기, 연말 시상식처럼 매달 나만의 베스트를 가려보기 등등 신통방통한 아이디어들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순간을 수집하는 방법

작가 김신지는 "우리를 지탱해주는 건 결국 삶의 사소한 아름다움들"이라고 말해요. 2부에서는 순간을 수집하는 방법을  디테일하게 다루어요. 

 

하루에 하나씩만 좋은 순간을 줍는 일명 '1일 1줍하기', 같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사계절 모아보기. 나만의 반복되는 역사 기록하기 등등. 예를 들면, 오늘의 노을을 쭉 모은 사람은 시간이 쌓이면 평생의 노을을 기록한 사람이 된다는 거예요. 멋지지 않나요?

 

단, 좋아서 하는 기록이어야 꾸준할 수 있다고 작가는 강조해요.

 

영감 모으는 방법과 사랑 남겨두기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의 3부는 "영감 모으기"가 주제예요. 조금 무거울 것 같죠? 그런데 읽어 보시면 전혀 안 무거워요. 영감도 일상으로부터 받아 적는 디테일에 숨어 있으니까요. 일상의 디테일을 받아쓰기한다는 기분으로 기록하다 보면 영감이 차곡차곡 쌓인다는 거예요.

 

그 방법들은 이 책의 4부 "사랑을 남겨두기로 했습니다"와 함께 독자 여러분께서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가슴 뭉클한 감동적인 작가 김신지 개인의 미시 역사가 아침 이슬처럼 빛나고 있는 풍경을 직접 맛보는 행복을 저도 남겨 두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작가의 실용적인 제안, "글감 모으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글감 모으기 세가지 방법

바로 메모하기

'좀 있다가' 하는 순간, 느낌은 확 휘발되어 사라져 버리는 거 다들 아시죠? 우리 기억력을 믿었다가 낭패 본 순간, 아마도 너무 많으실 거라 생각해요. 이거다 싶으면 바로 폰 메모장에 메모하거나 노트 앱에 기록하거나 사진이라도 바로 찍어 두거나 하기예요!

 

메모한 것을 알맞은 서랍에 넣기

메모를 하다 보면 수십 개에서 수백 개를 넘어 수천 개까지 쌓여 정신없을 때가 많겠죠? 그럴 때를 위해 각 카테고리별로 분류하는 과정이랍니다. 다람쥐가 알밤 바구니에, 도토리 바구니에 넣는 것처럼요. 그럼, 나중에 꺼내 쓰기가 편리하겠죠.

 

주어둔 글감으로 뭐라도 쓰기

요게 젤루 중요한 것 같아요. 노력을 요하는 실천력이 필요하니까요. 작가는 예시로 "매일 밤 자기 전에 열 줄짜리 손바닥 수필을 써보겠다. 일요일 밤바다 브런치에 올리겠다"를 들어요. 저는 블로그니까 블로그에  매일 뭐라도 쓰기로 했답니다.

 

에필로그

끝으로 만약 김신지의 책, <평일도 인생이니까>나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게 취미>를 읽으신 분들에게는 겹치고 중복되는 부분도 제법 있을 거예요. 그러나 워낙 가슴에 와 닿은 문장들이 많은 산문집이라 그쯤은 작가의 애교로 봐줄만해요.

 

이 책을 읽고 작가의 제안대로 1일 1 줍을 바로 실천해 보았습니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에서 내 가슴에 와 닿은 문장들을 신지처럼 문장 줍기를 해본 거예요.


"몰라봤다. 성공해야 행복하다는 사람과 행복하면 그게 성공이라는 사람은 서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영화 <올 굿 에브리씽>(2010) 내레이션에 나오는 말이라고 해요 작가는 무언가를 더 이루어야 할 것만 같을 때, 성취 없이는 내 삶을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은 날 들여다보기 위하여 이 문장을 바로 기록해 놓았다고 해요.

 

"(기록으로) 시간을 쌓는다는 것은, 마음을 쌓는 일과 같아요. 무엇보다 그렇게 쌓인 마음은 힘이 강해서, 우리를 지켜줍니다. 생의 어떤 바람에 휘청거리게 되더라도 다시 두 발을 딛고 굳건히 설 수 있도록요."

 

그리고 작가가 캐낸 아름다운 우리말들

 

그루잠 : 잠깐 개었다가 다시 든 잠
산돌림 : 옮겨 다니면서 내리는 비
손갓 : 햇살의 눈부심을 막고 몰리 보기 위해 손을 이마에 붙이는 행동
지새는 달 : 먼동이 튼 뒤에 서쪽 하늘에 보이는 달
하릅 : 나이가 한 살 된 개, 말, 소 등을 이르는 말

 

소설가 이병주는 대하소설 <산하>의 첫문장을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 여러분의 일상을 아카이빙 해보지 않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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