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흐르는 강물처럼>(1992)은 젊은 시절을 돌아보고 인생의 의미를 성찰하기에 좋은 영화입니다. 요즘은 이러한 영화가 좋아집니다. 화려하지 않고 강물처럼 잔잔하게 흐르는 영화들이 좋습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노먼(크레이그 셰퍼)과 동생 폴(브래드 피트)은 학교에 가지 않고 아버지 맥클레인(톰 스커릿)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으며 엄한 가정환경에서도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아버지에게 작문법을 배우고 몬태나주 빅 블랙풋 강가에서 플라이 낚시를 배우며 형제는 어른이 되어갑니다. 형 노먼은 고향을 멀리 떠나 시카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교수가 됩니다.
혈기왕성했던 동생 폴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지역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며 술과 도박, 싸움질로 경찰서도 자주 들락거립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노먼은 산림청에서 알바를 시작합니다.
맥클레인 씨는 그런 아들들을 묵묵히 지켜보며 노년을 보냅니다. 노먼이 시카고대학의 교수자리를 제의받고 제시(에이미 로이드)에게 청혼할 즈음, 동생 폴은 거리에서 손가락뼈가 부서진 채로 변사체로 발견됩니다.
맥클레인 부부는 아들의 죽음 앞에 울음을 삼키고 담담하게 받아들입니다. 이 장면에서 아마 많은 관객들은 눈시울을 적셨을 것입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시카고 대학 영문학과 교수였던 노먼 맥클레인은 1976년 자전적 소설을 발표하였고, 로버트 레드포드가 그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울림이 더 오래갑니다.
노먼은 동생 폴이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강함을 스스로 알고 있었던 아이로 회상합니다. 폴은 싸움에서 지기 싫어했고 다혈질이었으며 자유분방했습니다.
고향을 떠나 부박한 삶을 살 것 같았던 폴은 고향을 떠나지 않았고, 오히려 내성적인 노먼이 고향을 떠났습니다.
노먼이 고향을 떠나 멀리 시카고로 떠난 것은 아버지의 절대적인 지원에 힘입은 바가 컸습니다. 붙기만 하면 큰아들은 어떤 대학이라도 보낼 줄거라 맥클레인 씨는 말합니다. 이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목사인 맥클레인씨는 근엄하고 요즘 말로는 꼰대 같아 보입니다. 낚시는 네 박자 리듬으로 해야 한다든지 아이의 작문을 말없이 뚝딱 반으로 줄여오라고 되풀이해서 요구하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집안 분위기도 지나치게 엄숙함이 지배합니다.
노먼은 아버지의 그 가르침을 군소리 없이 순종적으로 따랐던 반면, 폴은 반항적이었고 커서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고도 많이 칩니다.
노먼이 회상한 대로 폴의 비극적인 운명은 태어나면서부터의 성격에 기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많지 않은 목사 월급이 전적으로 노먼에게 집중되는 동안, 폴은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도 소외되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은 노먼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만들어졌기에 노먼의 시선으로 그려집니다. 만약 폴이 자서전을 썼더라면 많이 다른 <흐르는 강물처럼>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노먼도 너무나도 사랑하는 동생으로 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폴의 사랑은 형의 그것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폴은 형을 형이기 때문에 사랑했고 부모도 그랬습니다. 고향 몬태나주와 빅 블랙풋 강가도 폴에게 아마 그런 의미였을 겁니다.
맥클레인 목사는 훗날 예배당에서 이런 설교로 인생을 마무리합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어도 온전히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아마도 이 설교는 아들 폴에게 한 설교일 것입니다.
아버지는 아들 폴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노먼 역시 폴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그들은 온전히 사랑했다고 폴에게 말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상대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데 온전히 사랑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저는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그러나 영화에서 폴은 형을 이해했고 아버지를 온전하게 이해한 것으로 느껴집니다.
사람의 관계는 이해가 선행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게 되면 자연히 그 대상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을 이해 못할 리가 없잖아요. 여러분은 그렇지 않던가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폴에게 자꾸 눈길이 가고 슬퍼지는 까닭입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 브래드 피트에게 가장 잘 어울렸던 캐릭터였던 것 같습니다.
몬태나주의 자연경관을 잘 담아낸 <흐르는 강물처럼>은 골든 글로브 감독상과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은 1976년 출간 후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영화 <미나리>를 기획한 브래드 피트의 이십 대 시절 모습을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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