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구 대학로 삼겹살 맛집 한마음 정육식당 궁동점
장소는 때론 시간과 결합하여 강렬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곤 합니다. 일행이 대전에 갈 때마다 들러는 한마음 정육식당 궁동점도 그런 장소 중의 하나입니다. 갈 때마다 험버트 험버트라고 호들갑을 뜨는 여사장님도 분명 크게 한몫 했을 것 같습니다.
한마음 정육식당은 이제는 가맹점 50호점에 달하는 전국구 체인점이 되었지만, 우리가 처음 갔을 때만 해도 신선하기만 식당이었습니다. 2015년에 테스팅 매장을 대전 궁동점에 오픈한 것이 한마음 정육식당 프랜차이즈의 시작이었거든요.
한마음 정육식당 메뉴판
한마음 정육식당은 메뉴가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소한마리와 돼지 한마리. 메뉴판을 보니까, 소 한마리(6백그램) 59천 원, 소 반마리(300그램) 32천 원, 돼지 한마리(1킬로그램) 54천 원, 돼지 반마리(500그램) 29천 원입니다.
돼지 반마리를 2만 원에 먹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최근 가파른 물가 상승률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가격입니다.
돼지 한 마리에는 삼겹살, 목살, 오겹살, 항정살, 가브리살이 나옵니다. 오늘은 일행이 2인이므로 돼지 반마리를 시켰습니다.
돼지 한 마리를 3인이 먹기엔 조금 많은 양이고, 2인이 돼지 반마리를 먹기엔 약간 부족한 양입니다. 앞 시즌에 갔을 때, 동행의 룸메 포함 3인에 한마리를 주문했지만 조금 부족해서 추가로 더 시켜 먹었거든요.
오늘은 또 저녁시간보다 약간 이른 오후 다섯 시라는 애매한 시간이라 일단 돼지 반마리를 주문했습니다. 부족하면 단품을 더 시키면 되니까요.
한마음 정육식당의 밑반찬도 여느 식당과 다를 바 없습니다.
김치와 콩나물무침, 배추 겉절이와 파채에 쫄면(요거 은거 좋아요),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샐러드와 상추, 고추가 나옵니다.
상추가 몇 장 안되긴 한데, 부족하신 분들은 리필을 요청하시면 됩니다. 젊은 애들은 상추를 별로 안 먹어요. ㅎㅎ
아, 그리고 한마음 정육식당에는 된짱 찌개를 기본으로 세팅해줍니다. 라면 사리와 함께.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와 라면사리가 이렇게 궁합이 잘 맞을 수도 있다는 걸 여기서 처음 알았어요.
고기는 숙성보다 레알 불맛!
모든 고기의 맛은 불 맛에서 나온다는 게 저의 지론이에요. 물론 한마음 정육식당은 144시간 2℃ 저온 숙성 고기란 걸 브랜딩하지만 고기는 뭐니 뭐니 해도 불에 구워야 제맛이 나는 것 같아요.
돼지 반마리이지만 고기를 썰어보니 불판 한 가득히 되었습니다. 동행은 화롯불에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가 날 때쯤 말했습니다.
"오늘 이 순간이 제일 행복할 것 같다. 다가올 날 들 중에서"
동지를 넘어 동행으로
동행과 맛있게 삼겹살을 먹으며 간간히 먹는 라면도 별미였습니다. 더 먹을까 했더니 딱, 적당한 양이라고, 그만 식당을 나섰습니다.
다가올 날 들 중에서 오늘 이순간이 제일 행복할 것 같다는 동행의 말을 듣는 순간 부터 내내 콧등이 시큰했습니다. 지난 몇 달 간 동행은 묵묵히 나와 동행했고, 오늘은 온전히 그를 위해 먼길을 동행했습니다.
대전에서 앞으로의 나날이 동행에게 큰 스트레스이겠지만, 그래도 오늘 함께 한 순간이 조그만 힘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누구가에게 동행이 된다는 의미
전에는 동지同志라는 말이 그렇게도 좋았는데, 지금은 동행同行이라는 말이 그저 좋을 뿐입니다. 동지의 뜻은 목적이나 뜻이 서로 같은 사람이지만 동행은 같이 길을 가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동행을 홀로 한밭에 두고 오는 길, 어둠이 깔린 아스팔트를 외로이 달리는 긴 시간 내내,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착하디 착한 그를 생각하며 내가 그의 동지이기보다 오랫동안 동행으로 남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 하루였습니다.
지금 이 시각, 동행을 생각하며 이렇게 기록을 남기를 걸 보면, 조금은 진심이라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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