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지나가며 여름이 오고 있습니다. 옛 시절 그리워 잠시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뉴욕에서 우연히 만났고, 전주 한옥마을에서 또 우연한 만남이 이어져 온 지인입니다. 사람의 인연은 바람처럼 신이한 데가 있습니다.
저녁으로 김제시 금구면에 있는 바랑산 가든에서 메기탕을 먹었습니다. 바랑산 가든은 김제시에 있지만 전주시내에서 차로 넉넉잡고 15분이면 닿습니다.
바랑산 가든은 대율 저수지(금천 저수지)를 끼고돌면서 산속으로 조금 들어간 아늑한 곳에 있습니다. 한적한 풍경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자주 찾을만한 곳입니다.
원래 바랑산은 충남 논산과 경남 산청에 있는 산인데요. 산청 바랑산은 산새가 둥지 같다 하여 불린 이름이고, 논산 바랑산은 바랑, 즉 걸랑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입니다. 바랑산 가든을 품은 조그만 산도 바랑산이라고 합니다.
바랑산 가든은 조용한 산자락에 너른 주차장을 갖춘 제법 규모가 큰 3층 식당으로 별장 같은 분위기입니다. 바랑산 가든 뒷마당이 금천 저수입니다.
노을이 지며 낙조를 품은 대율 저수지를 쳐다보던 지인이 "전주분들이 조용하게 옻닭백숙이나 메기탕이 먹고 싶을 때 자주 찾는 식당"이라고 귀띔합니다.
바랑산 가든은 입구에서 보면 2층으로 보이는데 호수 쪽에서 바라보면 3층입니다. 너른 홀이 있는 2층은 주로 단체 손님을 받고 1층은 룸으로 구성되어 방마다 방 번호와 화장실까지 갖추었습니다.
우리는 대율 저수지에서 잡아 올린 메기로 구수하게 끓였다는 메기탕을 시켰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잡탕(메기, 빠가, 새우 참게), 장어구이, 빠가탕, 메기탕, 새우탕 토종 옻닭, 토종 백숙, 오리백숙, 묵은지 닭볶음탕 등 주로 보양식 위주의 식단입니다.
메기탕은 대중소로 구분하여 4만 원에서 3만 원입니다. 주류도 물론 판매하고 있습니다. 복분자, 산사춘, 동진 부안뽕 등 보양식과 잘 어울리는 주류입니다.
메기탕에 나오는 밑반찬. 전통적인 남도 음식에 비하면 약간 빈약하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풍성한 차림입니다.
아마도 오랜 업력에서 나오는 간결함의 맛을 터득했다고나 할까요? 종류가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단 몇 가지로도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그게 맛집인 것 같습니다.
남도 식단은 가끔 반찬 가짓수가 너무 많아 부담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바랑산 가든의 밑반찬은 간소한 것을 좋아하는 제 취향에 딱 맞았습니다.
석양의 노을로 감상하느라 메기탕이 끓어 넘치는 것을 제때 못 봤습니다. 낙조를 품은 금천 저수지의 잔잔한 물결에 취하며 얼큰한 메기탕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메기탕을 시키면 나오는 돌솥밥도 구수합니다.
은빛 달빛으로 물든 금천 저수지는 윤슬이 살랑이고 이야기 꽃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피었습니다. 번잡한 시내를 벗어나 조용한 근교, 풍경 좋은 맛집에서 조용한 한담을 나누고 싶은 분들에게 이곳 <바랑산 가든>을 추천합니다.
처음 지인과 이 집에 왔을 때 옻닭 백숙도 좋았지만 메기탕도 맛이 괜찮은 것 같습니다.
좌석수가 250석이라는 바랑산 가든의 영업시간은 아침 9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연중무휴라고 합니다.
주소는 전북 김제시 금구면 대율 2길 192, 전화번호는 063-546-5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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