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미성숙한 탓인지 청소년 소설을 더 즐겨 읽는 것 같다. 김민령의 소설집 <오늘의 인사>(문학동네, 2022)는 여고시절의 다채로운 일상을 담은 소설이다. 작가는 "고등학교 때 어땠어?" 누가 물어보면 조금 생각하다가 "재미있었지."하고 대답한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해 보면 작가의 말처럼 꼭 재미있지만은 않았겠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고 요약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이다. 요컨대 <오늘의 인사>는 시시하고 별것도 아닌 고등학교 나날에서도 청춘의 의미를 다채롭게 길어 올릴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서 김민령은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들이 "뭐, 재미있었다." 하고 한마디 해 주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다고 했는데, 나는 각자의 고교 시절을 잔잔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고 평해 두고 싶다.
작가 김민령 프로필
동화와 청소년 소설을 쓰는 작가이자 평론가. 동화 『나의 사촌 세라』, 청소년소설 『누군가의 마음』을 썼다.
청소년소설집 『사랑의 입자』 『중독의 농도』 『존재의 아우성』 『관계의 온도』 등에 작품을 실었다.
수록 작품
오늘의 인사
마태현은 매일 아침 등교를 하면 누가 보든 말든 "이하은, 안녕!"하고 인사를 한다. 마태현이 이하은을 좋아한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러던 마태현이 더 이상 이하은에게 아침 인사를 하지 않게 되고, 어느 날 아침 새로운 친구가 "이하은, 안녕!"하고 인사를 한다. 그는 그녀를 짝사랑하고 있는 친구다.
단편 "오늘의 인사"는 똑같은 일상 속에서 미묘하게 변해가는 학교 풍경을 그리고 있다. 첫 편을 읽고, 어 이게 소설인가 싶었다. w의 말로는 원래 제일 첫 편이 재미가 없고 뒤로 갈수록 포텐을 높여가며 마지막 작품에서 빵 터진다고 했다. 그 말을 듣지 않았다면 이 소설집도 아마 더는 읽지 않았을 것이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정이정은 매일 아침 김나나와 등교를 같이 하고 학교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같이 보낸다. 김나나가 맹장 수술로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면서 연락이 닿지 않게 된다.
정이정은 비로소 김나나의 집을 비롯해서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고 나나가 학교에 나오지 않던 날부터 검정 파커를 입은 낯선 아이가 자신이 이름을 모르고 있지만 어떤 친구를 찾는다며 학교 교문 앞을 서성이기 시작한다.
편의점 앞으로
나와 은지, 선유, 수영이는 넷이 모이면 완전체가 되는 친구들이다. 어느 날 은지가 비밀로 해달라며 자신에게 온 괴문자를 나에게 보여준다. 나는 너무 고민하는 은지가 안쓰러워하는 수영이에게 은지 이야기를 틀어놓았다.
그것을 안 은지는 셋과 사이가 멀어지게 되고, 은지를 빼고 셋이 모여 있을 때면 누군가 꼭 한숨을 쉬게 된다. 나는 은지에게 괴문자를 보낸 애를 찾아내 은지를 가만히 놔둬라고 경고한다.
혜성이 지나가는 밤
<오늘의 인사> 수록작품인 '달콤하고 찐득찐득한', 'ㅇㅇ의 목록', '뷰 박스'는 소개를 생략하지만 그런대로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이 소설집 또한 마지막 수록작품인 '혜성이 지나가는 밤'이 제일 재미있었다.
나는 중간고사를 마치고 지독한 감기 몸살 기운에 나는 이른 시간에 집으로 향한다. 집이 보이는 골목길에서 집 앞에 경찰차 경광 등이 번쩍이고, 몇몇 이웃들이 대문 안을 기웃거리며 무리지 지어 서 있었다. 집 안에서 괴성이 들려왔다.
지긋지긋하고 지랄 맞아서 얼른 죽었으면 싶은데 한편으로는 불쌍해서 가슴이 미어지게 아픈 인간, 아버지였다. 몇 년 전 운영하던 공장을 접은 뒤 술에 취하면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되어 있었다.
빗소리가 거센 그날 밤, 나는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오래전 문 닫은 라면집 유리문 앞에 쭈그려 앉아 있다가 조그만 아이의 손에 이끌려 라면 집에서 잠들었다 승조를 만나게 된다.
84년 만에 혜성이 지나가는 밤, 승조와 나는 라면 집 옥상에서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혜성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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