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아닌 물로 쓴 달달한 소녀향 판타지
전 세계 10대 소녀들의 마음을 훔친 로버트 패티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달빛 로맨스
스테파니 메이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트와일라잇'시리즈의 3편 <이클립스>(2010)에서는 10대 소녀 벨라 스완(크리스틴 스튜어트)이 온갖 난관들을 극복하고 뱀파이어 에드워드 컬렌(로버트 패티슨)과 결혼을 약속하게 됩니다.
이 세상에 있을 법하지 않은 이 사랑 이야기에 세상 10대 소녀들은 너나없이 열광했음은 물론입니다. 모든 시리즈가 그렇듯이 트와일라잇 시리즈 또한 1편이 영화로는 최고이지만, 스토리의 쫄깃 달콤한 맛은 이클립스가 최고입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책과 영화 순서
참고로 트와일라잇 시리즈 원작 소설 순서는 <트와일라잇 Twilight>(2005), <뉴 문 New Moon>(2006), <이클립스(Eclipse>(2007), <브레이킹 던 Breaking Dawn>(2008) 순으로, 매년 한 권씩 출간되었습니다. 특히 <브레이킹던>은 2008년 미국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영화 순서는 <트와일라잇>(2008), <뉴문>(2009), <이클립스>(2010), <브레이킹 던 part1>(2011), <브레이킹 던 part2>(2012) 순으로 개봉되었고, 브레이킹 던을 쪼개어 열혈 관객으로부터 많은 원성을 크게 샀습니다. 로버트 패틴슨과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시리즈 모두를 완주하였습니다.
Twilight의 사전적인 뜻은 황혼기를, eclipse는 일식과 월식 때의 가리는 걸 뜻하고, Saga는 영웅전설, 모험의 뜻을 갖고 있는 단어입니다.
영화 이클립스 줄거리
예쁜 우리 딸이 뱀파이어와 결혼하다니!
시리즈의 1편 <트와일라잇>에서 뱀파이어 에드워드와 기막힌 러브스토리를 난데없이 시작하였던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는 2편 <뉴문>에서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늑대인간 제이콥(테일러 로트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시리즈의 3편 <이클립스>에 이르러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와 결혼을 약속하면서 마침내 로맨스의 완성단계에 접어듭니다.
벨라가 에드워드와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을 보면 여느 10대 소녀의 사랑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귀족 같이 생긴 신비한 미소년 에드워드를 좋아했는데, 알고 봤더니 그가 뱀파이었다니!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벨라는 놀라기는커녕 더욱 그에게 빠져들기만 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당혹해합니다.
벨라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님을 아빠(찰리 스완 역, 빌리 버크)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어 합니다. 에드워드가 뱀파이어인 줄도 모르면서 아빠가 무턱대고 반대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모든 아빠는 딸의 애인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세상의 모든 딸은 아빠가 반대하면 할수록 더 사랑에 빠져드는 이 지독한 패러독스란!)
벨라는 에드워드가 인간 따위는 잡아먹지 않는 착한 뱀파이어라고 생각합니다. 에드워드가 속한 컬렌가는 뱀파이어 종족 중에서도 명문가가 아니었던가! 최상류층 뉴요커들의 패션을 가볍게 압도하는 컬렌가의 파티에 참석한 벨라의 달뜬 표정을 보라!
에드워드의 클로즈업된 에머랄드 빛 감도는 눈동자를 본 10대 소녀라면 에드워드에게 ‘각인’ 되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입니다. 아빠 찰리가 에드워드의 진면목을 알아주기를 벨라는 간절히 원하지만 세상 아빠가 어디 그렇던가요? 내 딸을 뺏어가려는 에드워드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예쁜 딸이 뱀파이어와 결혼할 생각을 하다니! 세상에 어떤 아빠가 뱀파이어를 사위로 맞이할 수 있겠습니까?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아마도 세상의 모든 아빠들은 찰리의 편이 될 것이고, 세상의 모든 10대 소녀들은 벨라의 편이 될 것이지만.
아빠 찰리는 늑대인간 제이콥이 벨라에게 노골적으로 구애하기 시작하자 쌍수를 들어 환영합니다. 이를 두고 울며 겨자 먹기라고 해야 되나? 뱀파이어보다 늑대인간이 낫겠지만, 생각해 보면 찰리가 조금 짠해집니다. 차라리 늑대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편이 낫겠다고 체념할 수밖에 없는 그 낙담한 심경을. 오, 불쌍한 찰리!
뱀 파이어와 늑대 인간 사이에서
벨라는 아빠의 심정을 헤아리기라도 하듯이 은근히 제이콥에게도 끌립니다. 지나치게 지적이고 냉기마저 흐르는 에드워드에게서는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야성적인 따뜻함을 벨라는 제이콥에게서 느낍니다. 벨라가 에드워드와 제이콥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갈등하고 있을 때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는데요.
무시무시한 여자 뱀파이어 빅토리아가 그녀의 애인을 없애버린 에드워드에게 복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풍문이 바람을 타고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빅토리아는 시애틀에서 마구잡이로 인간의 피를 빨아먹고, 그들을 뱀파이어 군단으로 만들어 진군하기 시작합니다.
빅토리아가 뱀파이어 군단을 이끌고 하늘을 날고 바다를 건너 진격해 오는 장면을 보면 아, 하고 입이 떡 벌어집니다.
위기감을 느낀 벨라는 에드워드와 제이콥, 즉 뱀파이어족과 늑대인간 족을 화해시켜 연합군을 결성합니다. 두 종족의 운명이 걸린 일생일대 대격전을 앞둔 날, 눈 덮인 산정의 텐트 안의 상황은 이 영화의 압권이자 <이클립스>의 주제를 잘 압축합니다.
두 남자와 산정 텐트 동침
건곤일척을 앞둔 전운이 감도는 야밤에 한 여자가 두 남자와 텐트에서 동침을 합니다. 설산에서 추위에 떠는 벨라를 안타깝게 바라보던 에드워드는 자기의 차가운 몸으로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의 한계에 가슴이 찢어집니다.
늑대인간 제이콥이 반라의 알몸으로 벨라를 따뜻하게 데워주고 있을 때 에드워드는 거의 돌아버릴 지경이 되는데요. 그때 제이곱은 자신만만, 이렇게 말합니다.
“벨라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사람은 따뜻한 가슴을 가진 바로 자신이라고, 에드워드 네놈 따위의 그 잘난 외모와 능력은 그녀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으니 벨라를 깨끗이 단념하라."
제이콥의 품에서 따뜻한 밤을 보낸 벨라는 황홀했던지 에드워드가 보는 앞에서 제이콥에게 키스를 합니다. 아, 십 대 소녀가 이토록 교활하고 전략적일 수 있다니!
벨라 스완의 전략, "널 더 사랑해"
산정에서 두 남자에게 사랑을 베푼 벨라의 치밀한 전략은 클레오파트라가 울고 갈 정도입니다. 밤새도록 웃통을 벗은 제이콥의 알몸에 안겨 잔 벨라는 다음 날에는 에드워드에게 또 결혼을 약속합니다. 이에 낙담한 제이콥이 연합 전선에서 이탈하려 하자 벨라는 “너도 사랑해”라며 달콤한 키스를 또 퍼붓습니다.
아~ 그 얼마나 달달하고 황홀한 키스 세례였던지!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티슨은 그해 MTV 영화제 최고 남자, 여자 배우상과 최고의 키스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고 벨라는 돌아서서 급 좌절한 에드워드에게 나지막이 말한다. "널 더 사랑해" 이들에게 필요한 말이 무엇이 더 있었을까요? 이로써 벨라는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연합하여 빅토리아 군단과 초원에서 한바탕 맞짱을 뜰 준비를 성공리에 마치게 됩니다. 휴! 어렵다, 어려워~!
모든 10대들의 로망 : 사랑 찾기
<이클립스>를 연출한 데이비드 슬레이드 감독은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2007)에서 선보였던 뱀파이어들의 공격 기술들을 이 영화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거기다 늑대 군단까지 가세하는 CG 영상은 박진감이 넘쳐납니다. 그러니 <이클립스>의 액션 시퀀스에 대한 세부 설명은 생략합니다.
어쨌든 제이콥은 “잰 티셔츠도 없냐?”는 굴욕적인 핀잔을 연적으로부터 들으면서까지 복근을 다 보여주었건만 벨라의 사랑을 얻는 데는 결국 실패했습니다. 반면 벨라는 시도 때도 없이 에드워드와 첫 경험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벨라가 달콤한 키스와 함께 자극적인 유혹 공세를 펼쳐도 에드워드는 끄떡없었죠. 퇴짜만 맞다 지친 벨라는 “그건(순결) 구식도 아니고 고대적인 생각”이라며 푸념합니다.
내가 돼야 할 사람과 나 사이에서
"내가 돼야 할 사람과 나 사이에서 고민"했다는 벨라의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10대들의 고뇌를 대변하는 게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의 나로서 존재하면서도, 내가 응당 돼야 할 사람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면서 살아가는 존재가 10대들이니까요. 이러한 자문자답은 십 대 시절엔 너무나 예민해서 한긋 차이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십상입니다.
영원으로 치환된 존재(에드워드)의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과의 사랑은 한갓 옷깃을 스치는 짧은 인연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매 순간 사소한 것에 대응하여 분노하고 좌절과 증오에 불타다 사랑과 질투에 온 몸을 떨기도 합니다.
그래서 에드워드와 제이콥 사이에서 방황하며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는 벨라의 이야기는 오늘을 살아가는 10대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벨라의 사랑 이야기는 로미오와 줄리엣만큼이나 사랑의 본질을 은유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자, 이제 우리의 벨라 스완이 에드워드와 결혼하기로 작정했으니, 유한한 존재인 벨라가 영원불멸자인 에드워드와 어떤 달달한 로맨스를 펼쳐 갈지 궁금하신 분들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4편, <브레이킹 던>을 직접 보시는게 좋겠습니다.
이클립스 에필로그
여담으로 프랑스의 문필가 '샤를 단치'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원작 소설에 대하여 <왜 책을 읽는가>(2013)에서 이렇게 혹평했습니다.
<트와일라잇>의 원고는 출판사 열네 곳에서 거절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언제나 열다섯 번째 출판사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열다섯 번의 시도 끝에 이 책은 성공의 역사를 쓴 셈이다. 이로써 문학을 지켜내기 위한 편집자의 끈질긴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리하여 처음으로 피가 아닌 물로 쓰인 뱀파이어 소설 <트와일라잇>이 탄생했다.(154쪽)
샤를 단치의 문장을 좋아하는 내가 보기에도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원작이 워낙 유치한 수준이다 보니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도 두 눈 뜨고는 읽어주기 힘들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류의 소설과 영화들을 가끔 뒤적거릴 때가 있고 그들의 사랑에 한정없이 빠져들고 싶은 날들이 있습니다.
다행히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있으니, 킬링 타임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이 영화들을 감상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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