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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영화 스플라이스 줄거리와 결말 해석, 역겹거나 매혹적이거나

by 다독다감 2024. 7. 10.

<스플라이스>(2010)는 개봉 당시 <큐브>(1997)를 연출한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작품이란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관객수 동원 16만 명에 그치며 흥행에는 대실패를 한 SF영화입니다. 저도 16만 명 중의 하나였네요.^^

스플라이스 줄거리

‘클라이브’(에이드리언 브로디)와 ‘엘사’(세라 폴리)는 뉴스테드 제약회사에서 난치병 치료용 단백질을 개발하는 부부 연구원입니다.

부부는 실험에 실험을 거듭한 끝에 조류와 어류, 파충류, 갑각류 등 동물계의 온갖 다종 DNA 결합체인 ‘프레드’와 ‘진저’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시키고, 난치병 치료용 단백질 생산에 성공합니다. 이는 다종 DNA 결합체와 인간 유전자의 결합도 가능하다는 걸 시사하는 것이어서 과학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킵니다.

뉴스테드 제약회사는 신종 단백질 특허에 만족하고 엘사와 클라이브의  연구를 중단시킵니다. 하지만 엘사와 클라이브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회사 몰래 다종의 새로운 생명체 DNA와 여성을 결합시켜 비밀리에 배양을 시도합니다. 

그것은 그들이 과학 윤리를 저버리고 신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엘사와 클라이브는 마침내 인간 유전자와 다종의 유전자가 뒤섞인 피조물 ‘드렌’(Dren)을 탄생시킵니다. 드렌은 빠른 세포분열을 일으키며 급속도로 성장합니다.

스플라이스 포스터
스플라이스 포스터

드렌의 외모는 영화 포스터에서 보시는 바와 같습니다. 전갈을 연상시키는 꼬리독침과 캥거루를 닮은 다리, 꽃잎 모양의 눈동자를 가진 드렌은 다종(多種)이 결합된 기괴한 전율이 흐르는 생명체가 됩니다.

제작사는 "인간이 창조한 신 생명체 무섭도록 아름답다!"라는 카피로 홍보하였지만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관객들은 드렌에게 매혹보다는 역겨움을 느꼈습니다. 저 역시 극장에서 구토가 올라올 것 같이 메스꺼웠습니다. 

새 생명체 드렌은 세 명의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어린 드렌은 CG가, 소녀 드렌은 아비게일 추, 성인 드렌은 델핀 샤네끄가 연기했습니다. 불길하게 들렸던 ‘까르릉’ 거리는 소리와 함께 소름 돋는 드렌의 캐릭터는 그 후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습니다.

한편, 엘사와 클라이브가 회사 몰래 집에서 딸처럼 키우던 드렌은 포유류와 조류 같은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표출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부터 ‘드렌’은 현대 유전공학이 내포하고 있는 이슈와 윤리적 문제들을 플롯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이기 시작합니다.

과학자들은 이미 인간을 제외한 이종 동물들 간의 결합을 성공시킨 바 있지요. 암호랑이와 수사자를 교잡한 라이거가 대표적입니다. 

막장 반전

인간 DNA와 다른 종(種)의 결합을 성공시킨 영화 <스플라이스>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클라이브가 ‘드렌’과의 육체적인 관계까지 영상화하면서 줄거리는 막장으로 흐릅니다.

클라이브와 드렌의 메스꺼운 관계 장면이 지나가고 나면, 영화는 관객들의 역겨움을 조롱하듯 성전환을 이루며 성장하는 ‘드렌’이 마지막에는 엄마 엘사를 강간하도록 내버려 두어 엘사가 드렌의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막장 스토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드렌이 사실은 엘사의 난자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여기서 잠깐 황우석 박사가 생각나기도 하더라고요) 그럼 엘사가 임신한 아이는 자식이 되는 건가요? 손자가 되는 건가요? 쩝. 

스플라이스 결말

엘사와 클라이브는 신처럼 피조물을 창조하고 처음에는 드렘을 자식처럼 여기며 부정과 모정을 느낍니다. 드렌이 성전환을 이루어가며 성장하자 이성으로서 야릇한 감정을 느낍니다.

클라이브와 드렌이 이상한 관계에 빠진 이후,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적대적인 관계에 되고 결국에는 자신들이 스스로 신이 되어 창조한 피조물 ‘드렌’을 그들이 마치 신(神)이 되기라도 한 듯 죽입니다. 그 과정에서 클라이브는 자신이 창조한 드렌의 독침에 맞아 사망합니다.

그리고 제약회사는 드렌이 임신한 아이의 유전자에 군침을 흘리고, 만삭의 엘사가 회사가 제시하는 거액의 보상금과 비밀 유지에 서명하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스플라이스 해석

침팬지와 인간의 유전자 정보 차이는 고작 1%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인간은 침팬지와 유전자를 99퍼센트 공유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는 과학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젠가 ‘드렌’을 창조해 낼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신이 인간을 창조해 내어 곤욕을 겪고 있듯 인간 또한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여 같은 운명에 처할 수도 있음을 엘사의 볼록한 배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는 "이 연구는 선 넘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 연구는 멈추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어디 그렇던가요? 인간을 살상할 수 있는 군사용 로봇은 개발을 금지하는 협약도 잘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요즘, AI 열풍이 한창입니다. 어떤 이들은 지나고 보면 AI가 환상이었음이 드러날 것이라고 하고, 어떤 이들은 언젠가 AI가 인간을 지배할 날이 올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미래가 어떻든, 더 늦기 전에 어떤 연구 영역에는 제한을 가하는 선을 하루빨리 그어두어야 할 것입니다. 

사족으로 대부분의 관객들이 드렌을 보고서 역겨움을 느꼈지만, 드렌이라는 생명체에서 매혹을 느꼈다는 일부 마니아층도 있었다고 하니까, 혹 구미가 당기신다면 당신은 어느 쪽이신지 확인해 보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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