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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소설

마당을 나온 암탉...책,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되는 어린이 문학 고전

by 다독다감 2021. 4. 18.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마당을 나온 암탉"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고달픈 여정, 27개국에 번역 출간된 어린이 문학의 고전"

 

황선미 작가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는 동화입니다.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사랑과 자유를 찾아 떠나는 암탉 '잎싹'의 기나긴 여정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자신의 삶에 대하여 깊은 성찰을 하게 만듭니다. 

 

서울예술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황선미 작가는 1963년 충남 홍성에 태어나 <나쁜 어린이 표>, <까치 우는 아침>, <앵초의 노란 집> 등 많은 작품들을 발표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독일, 폴란드, 영국 등에서 주목을 받으며 유럽과 아시아 각국에서 특강도 여러 차례 했습니다.

 

황선미 작가의 문장을 읽으면 놀랍도록 간결한 힘이 느껴집니다. 삶을 바라보는 작가만의 깊은 시선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어 읽는 이의 마음을 그 시선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셉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세운 기록들

황선미의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5년 5월 첫 출판되었습니다. 2011년 국내 창작동화로는 첫 밀리언셀러가 되었고 극장용 애니 영화로도 만들어져 관객수 220만 명을 동원하며 애니메이션 부분 최대 관객을 기록했습니다. 

 

영화는 문소리가 잎싹 목소리 역을, 유승호가 초록이, 최민식이 나그네, 박철민이 달수 목소리를 맡았습니다. 마당을 나온암탉 포스터.

전 세계 29개국에 번역 출간된 <마당을 나온 암닭>은 2013년 미국 펭귄 출판사에서 번역한 첫 번째 한국 작품이 되었습니다. 2014년에는 한국 작품 최초로 영국 서점 베스트셀러 1위에도 올랐습니다. 

 

현재 판소리극으로 제작 중인 <마당을 나온 암탉>은 애니와 연극, 뮤지컬 국악극 등 다양한 장르로 재탄생하며 OSMU, 원 소스 멀티유즈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 줄거리

닭장 안의 잎싹은 자신이 낳은 알을 발끝으로조차 만져 볼 수 없습니다. 잎싹은 단 한 번만이라도 알을 품을 수 있다면, 그래서 병아리의 탄생을 볼 수만 있다면, 그 어떤 희생도 기꺼이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날 잎싹은 우여곡절 끝에 마당으로 나왔지만 좋아 보였던 마당 역시 온갖 편견으로 물든 세계임을 알고, 더 넓은 미지의 세계, 저수지로 나아갑니다. 마당을 나왔지만 잎싹 앞에 놓인 길은 고난의 가시밭길입니다.

 

우연히 만난 청둥오리 '나그네'의 도움으로 잎싹은 알을 품는데 성공하지만, 알에서 깨어난 것은 노란 병아리가 아닌, 갈색 청둥오리였습니다. 


오리이지만, 잎싹은 자신이 품어서 낳은 오리를 제 자식으로 여기며 '초록머리'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초록머리는 닭 무리에도, 오리 무리에도 환영받지 못하고 멸시를 당하지만, 잎싹은 초록머리가 청둥오리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보살핍니다. 

 

사계절이 2020년 4월 펴낸 출간 20주년 특별판 책표지

 

마당을 나온 암탉 결말

초록머리는 점점 성장한 드디어 하늘을 날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 저수지에 청둥오리 떼가 날아들자 잎싹은 초록머리와의 이별을 예감합니다.

 

잎싹은 날개를 벌려서 다 자란 초록 머리의 몸을 꼭 안았다. 그렇게 오랫동안 부둥켜안고 있었다. 초록머리의 부드러운 깃털과 냄새를 느끼며 몸을 어루만졌다. 어쩌면 앞으로 이런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소중한 것들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잎싹은 모든 것을 빠뜨리지 않고 기억해야만 했다. 간직할 것이라고는 기억밖에 없으니까."(157쪽)

 

청둥오리 초록머리를 향한 잎싹의 정성은 여느 오리 어미에 견주어도 조금도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잎싹은 족제비로부터 초록머리를 지키기 위해 족제비와 그 새끼들에게 자신의 몸을 기꺼이 내어줍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눈물 폭탄을 장전해야 합니다. 실컷 울지 않고서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덮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황선미 작가는 어린이 동화는 해피엔딩이어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트렸습니다. 삶과 운명의 진면목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대면할 용기를 독자들에게 심어주었습니다.

 

자신의 삶을 산다는 것

자신의 삶을 사는 길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픈지에 대하여, 그리고 그 끝 또한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그러나 자신의 삶을 살고 싶다면 기꺼이 그 길을 가야 함을.

 

<마당을 나온 암탉>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다양하게 철학적으로 해석됩니다. 꿈과 모성애로 시작한 이야기에서 대안가족이나 다문화가족으로, 천적관계인 족제비와 잎싹이 보여준 연대와 공감에까지 지평을 넓혀가며 읽히고 있는 동화의 고전이 되었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철학적인 분석에 대하여는 김용석의 <서사 철학>(2009)에 잘 정리되어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서사 철학 또한 이야기 구조와 스토리텔링을 다룬 보기 드문 저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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