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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과 공감

거대한 분기점, 자본주의와 경제의 미래에 대한 석학들의 전망

by 다독다감 2021. 4. 16.

7인의 석학이 전망한 자본주의와 미래를 담은 <거대한 분기점>(한스미디어, 2020)은 오노 가즈모토가 폴 크루그먼, 토머스 프리드먼, 데이비드 그레이버, 토마스 세들라체크, 타일러 코웬, 뤼트허르 브레흐만,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의 인터뷰를 묶은 경제 교양서적입니다.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된 <거대한 분기점>에는 스패셜 차트로 건국대 경제학 교수 최배근의 칼럼도 실려 있습니다. 그래서 부제는 8인의 석학이 되었습니다. 그는 최근 더불어 시민당을 창당(공동 대표)하고 현실정치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19가 티핑포인트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앞으로도 경제가 성장을 지속할지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AI의 발달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이 일본인인지라 일본에 관한 내용들이 많지만 석학들의 견해를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대학원 교수로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폴 크루그먼은 AI로 인한 대량 실업은 당분간 발생하지 않을 걸로 내돠봤습니다. 그것보다는 이미 축적한 부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와 노동 인구 감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보편적 기본소득은 반대하지만, 세금 재분배로 제대로 생활수준을 보장하는데 쓰고 헬스케어와 개인 돌봄 서비스 분야의 임금을 올리고 중산층 일자리를 창출해내면 부의 문제는 해결될 거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토머스 프리드먼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와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은 2007년 이후를 가속의 시대로 정의합니다. 세계가 더 평평해졌을 뿐 아니라 빠르고 스마트해지면서 테크놀로지가 지구를 뒤덮는 인류세가 도래하였는 주장입니다.

 

인류세에서 살아남으려면 평생 학습자(Lifelong learer)의 능력, 즉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학습 도구를 얻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토머스 프리드먼도 보편적 기본 소득에 회의적이고, 대신 사람들이 더 부가가치가 높은 일자리를 선택하도록 개개인의 잠재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도구로서 예산을 배분해야 된다고 주장합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

아나키스트 활동가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월가 점거 운동의 슬로건 '우리는 99%다'를 만든 장본인으로 <불시트 잡스 Bullshit Tobs>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경제학자입니다.

 

불시트 잡스를 우리말로 옮기면 '아무래도 좋은 헛된 일'이라는 뜻인데, 하지 않아도 될 쓰레기 같은 일을 말합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정부나 기업들을 들여다보니 불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게다가 불시트 잡을 하는 사람들이 임금도 훨씬 높다는 거였습니다.

 

불시트 잡스의 예를 든 직종들은 기업의 고문변호사, 안내원이나 비서, 광고나 마케팅 부서, 중간 관리자, 그리고 관료형의 직업군들입니다. 

 

중간 관리자는 부하 직원의 일을 감독하는 지위입니다. 하지만 과거에 자기도 같은 일을 해봐서 감독 역할은 필요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상사가 있든 없든 부하 직원들의 일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딜레마를 끌어안게 되지요.

그래서 고민한 상사는 부하 직원이 산출한 결과의 양의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고 감시를 합니다. 부하 직원은 자기 평가를 위해 본래 업무를 중단하고 서류 작성과 부수적인 일들로 바빠집니다.(87-88쪽)

 

<거대한 분기점>에서 가장 공감 가는 대목이었습니다. 업무에서 소외감을 느낀 사람이 소외감을 느끼는 다른 사람을 들이받는 역설적인 상황들이 우리나라에도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최근 할리우드의 대본은 왜 이렇게 형편없냐"라고 물어보면 "각본가나 연출, 프로듀서 사이에 여러 층의 사람이 있기 때문"이라는 답이 반드시 돌아온다고 합니다. 거기엔 여섯 단계에 달하는 간부직이 있는데 그들도 무언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손에 들어온 각본을 제각각 한두 줄씩 고치기 때문에 의미가 불분명한 대본이 완성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이러한 불시트 잡스의 임금을 줄이고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자리, 케어기빙(Caregiving)을 하는 일자리의 임금을 올리는 일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무의미한 일자리를 없애는 또 하나의 손쉬운 해결책이 바로 보편적 기본 소득을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거대한 분기점의 책표지. 세상은 돌아보면 언제나 분기점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 외 경제학자들

토마스 세들라체크

<선악의 경제학>의 저자 토마스 세들라체크는 성장지상주의가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존재 의의를 느끼게 해주는 일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타일러 코웬

<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의 저자 타일러 코웬은 태그놀러지 기술 보유에 따라 격차가 벌어지는 세상이 될 것이라며 디지털 경제에 적응할 새로운 사고 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인생을 살아가야 할 세계가 도래한 것 같아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주장들입니다.

 

뤼트허르 브레흐만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 역시 중간 관리직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는 경제학자로 미래 사회의 최대 과제는 지루함이라는 그의 주장이 섬뜩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 그리고 기본 소득과 하루 3시간 노동이 사회를 구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책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그

<빅데이터가 만드는 세상>와 <데이터 자본주의>의 저자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는 앞으로의 세상은 금융 자본주의에서 데이터 중심 시장으로 전환할 것이며 데이터 개방이 혁신을 주도하고 데이터 납세를 도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아마존이나 구글이 가장 싫어할 것 같은 시원한 팩폭 주장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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