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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레터스

영화 은교 줄거리와 결말, 김고은 데뷔작이자 출세작 넷플릭스 추천

by 다독다감 2021. 4. 13.

작가 박범신 장편소설 <은교> 원작, 배우 박해일과 김고은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화제가 되었던 영화

촬영 당시 20세였던 배우 김고은의 장편 영화 데뷔작이자 출세작

박해일의 노인 분장과 롤리타 소재에만 마케팅 열중한 탓에 관객수 134만 명 불과

배우 : 박해일(이적요 역), 김무열(서지우 역), 김고은(한은교 역), 정만식(박사장 역), 박철현(노랑머리 역)

정지우 감독의 영화 <은교>는 봄기운이 만연한 2012년 어느 봄날 만났고, 소설 <은교>는 그보다 이른 2010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햇살 따사로운 어느 봄날에 만났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하루 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린 오늘, 넷플릭스에서 은교를 다시 만났습니다. 그러고 보니 '은교'는 모두 사월 봄날에 만났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은교는 봄날처럼 풋풋한 싱그러움 그 자체였고, 오늘 만난 은교는 관능적인 젊음으로 다가왔습니다.

 

영화 <은교>의 원작 작가 박범신

소설 <은교> 작가의 말에서 "실존의 현실로 돌아와 존재의 내밀한 욕망과 그 근원을 감히 탐험하고 기록했다"고 박범신은 썼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로써 작가의 눈물겹고 뜨겁고 푸른 '갈망'의 화두를 일단 접는다고 말했습니다. 밤에만 쓴 소설이니 독자들도 밤에만 읽기를 덧붙이면서.  

 

1946년생인 박범신 작가는 '나마스테', '소금', '더러운 책상', '촐라체', '고산자'를 자신의 대표작 목록으로 갖고 있습니다.

 

영화 <은교> 촬영 당시 가진 술자리에서 박범신 작가가 은교 역을 맡은 배우 김고은에게 성경험 유무를 물었고, 여성팬과 방송작가의 허벅지를 쓰다듬고 '늙은 은교', '젊은 은교'를 운운했다는 성추행 논란이 2016년 10월 터져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작가는 은교는 갈망의 대상일 뿐 성적인 대상은 아니었다는 취지의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노골적으로 선정 마케팅에 집중한 영화 은교의 포스터

줄거리 : 불가능한 욕망을 쫒았던 두 남자 이야기 

이적요와 서지우의 관계

시인 이적요(박해일)는 고목들이 푸르른 잎을 드리운 한적한 저택에서 제자 서지우(김무열)와 함께 노년의 삶을 한가롭게 보내고 있습니다. 후에 밝혀지는 이야기이지만 이적요는 문학적 감수성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공대생 서지우를 강의하던 중에 만나 그를 문학의 길로 이끌고 베스트셀러 작가로 직접 만들어주었습니다.

 

어떻게요? 한국 시문학계의 거장인 이적요는 시인으로서만 살고 몇편 써두었던 소설은 서지우에게 던져줍니다. 이적요는 나중에 서지우가 하도 불쌍해서 소설 세 편을 세경 삼아 줬다고 언성을 높입니다.  

 

서지우는 더러는 아들처럼, 때로는 집사처럼 70대 노시인을 모십니다. 장을 봐서 아침을 차리고 청소도 합니다. 매니저 역할도 겸해 문학 행사 일정도 잡고 미팅이 있을 때는 차로 모셔가기도 합니다. 

 

역시 후에 밝혀지는 이야기이지만 서지우는 아들도 못하는 일을 내가 다해줬는데 자신한테 이럴 수는 없다며 스승에게 대들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노시인의 껍데기로만 영원히 살 수 없었던 서지우의 한계랄까요? 

 

이러한 둘의 관계는 젊음으로 상징되는 17세 소녀 '은교'가 등장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그 본질이 드러납니다. 부자지간과 같은 관계인지, 돈독한 스승과 제자 사이인지, 아니면 연적 관계인지 말입니다.

 

젊은 처녀  '은교'의 등장

이 영화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은 공교롭게도 서지우와 이름이 같은데요. 그의 대표작으로는 <이끼>(2010)도 준수합니다만 아무래도 <해피 엔드>(1999)를 꼽아야할 것 같습니다. 그 뒤로는 이렇다 할 작품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작들처럼 관능적인 카메라의 시선으로 은교를 무대 위로 불러냅니다. 

 

영화에서 은교는, 특히 이젹요의 상상신에서 하얀 옷을 입고 등장합니다.

서지우와 함께 외출했다 돌아온 이적요는 자신의 정원 흔들의자에 잠들어 있는 은교(김고은)을 발견합니다. 카메라는 이적요가 바라보는 시선대로 잠든 은교의 발끝부터 머리까지 은밀하게 관능적으로 훑고 지나갑니다. 관객들도 그 시선을 따라가며 '은교'의 의미를 음미하기 시작합니다. 이적요의 삶에 갑자기 훅 들어온 이 이질적인 존재, '은교'를요.

 

은교는 서지우를 대신해 집안일을 돕는 알바를 시작하게 되고 노시인 이적요는 아이처럼 키득키득 웃으며 '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자신을 따르는 은교가 그저 좋기만 합니다.

 

영화 초반부, 클로즈업 샷으로 자주 잡히는 은교의 풋풋한 육체는 이적요의 시선입니다. 이적요의 시선을 따라가며 관객들은 노년이 결코 돌아갈 수 없는 푸르디푸르렀던 젊음을 '은교'를 통해 소환하게 되고 노시인과 함께 젊은 청춘의 한때를 추억하게 됩니다.

 

오프닝 시퀀스에서 이적요의 늙고 초라한 육체를 보여줬던 것은 육체적인 젊음에 방점을 찍어 은교를 등장시키겠다는 감독의 의도를 잘 보여줍니다. 더구나 이 장면에서 이적요를 연기한 배우 박해일에게 불필요하게도 중요 부위를 노출하는 연기를 감행하게 함으로써 마케팅에게까지도 써먹은 것을 보면요. 비록 대역이었지만.

 

불가능한 욕망의 발화

이적요와 서지우는 두 번 크게 싸웁니다. 첫 싸움은 엄마에게 맞고 한 밤에 찾아온 은교를 이적요가 재워준 다음날 아침, 서지우가 이적요의 방에 잠들어 있는 은교를 발견한 날입니다. 이후 서지우는 둘 사이를 떼어놓으려고 애를 태우지만 이적요는 아랑곳없이 은교를 오히려 더 가까이 둡니다.

 

은교의 허벅지에 누워 헤나 문신을 하며 이적요가 상상을 하다 깨어나는 장면.

이적요는 서지우와 싸우다 은교가 암벽에 떨어뜨린 거울을 위험을 무릅쓰고 가져다 주는가하면, 평소에 빵을 먹지 않던 그가 은교가 만들어주는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기도 합니다. 은교가 해준 헤나 문신을 가슴팍을 열어 자랑도 하고 문학행사는 내팽개치고 은교와 같이 저녁을 먹으러 다닙니다. 

 

매우 화가 난 서지우는 이적요가 써둔 단편소설 '은교'를 훔쳐다 기고하고 문학상을 받게 됩니다. 두 번째로 크게 싸운 날입니다. 적요의 생일날 은교는 서재에서 잠든 서지우를 찾아가 관계를 맺습니다.

 

이적요는 둘의 정사신을 몰래 훔쳐보고 동공이 팽창하며 침을 삼키고 관객들도 따라 침을 삼키게 됩니다. 이적요의 시선은 정사를 나누는 은교의 중요 부위에까지 다다르고 관객들은 그것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김고은을 아찔하게 관음하게 됩니다. 

 

오래전 영화를 감상할 때는 이 장면을 할아버지가 손녀딸 같은 은교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아끼고 사랑해준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젊은 남녀의 정사신을 몰래 훔쳐보는 노인의 주책마저 가버린 청춘을 추억하고 싶은 나이 든 자의 아픈 욕망쯤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영화가 좀 다르게 보였습니다. 이 영화에는 정사신이 딱 두 번 나옵니다. 이적요가 상상하는 장면에서, 또 하나는 위에서 말한 서재에서요.

 

저는 두 정사신을 영화 속 대사처럼 이승과 저승의 거리만큼이나 서로 다르게 이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소설과 영화 둘 다 은교를 성적 대상으로만 대상화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이랄까요. 

 

결말(스포일러) 파국을 향한 두 남자의 폭주

불가능한 욕망의 불꽃이 발화하고 그 심지가 타들어갈 때, 그것은 종종 죽음과 연관됩니다. 서지우와 은교의 사랑을 본 이적요는 정염에 휩싸여 질투와 복수의 늪에 빠지고 맙니다.

 

이젹요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된 서지우가 폭주하는 장면.

다음날 아침 차를 타고 가다 사고가 난 서지우는 이적요가 자신을 죽이려 핸들 나사를 풀어놓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것을 알게 된 서지우는 분노에 휩싸여 차를 몰고 이적요에게 달려가다 차사고로 죽고 맙니다.

 

성인이 된 은교가 술에 찌들어 사는 이적요를 찾아와 잠든 그에게 울먹이며 "난 내가 그렇게 예쁜 아이인 줄 몰랐어요."라고 고백의 말을 남기고 돌아가자 잠든 척하고 있던 이적요가 "잘 가라, 은교야"라고 혼잣말을 합니다. 이것이 영화 은교의 마지막 대사입니다.

 

저는 그 대사가 "잘 가라, 젊음아"라고 들렸습니다. 젊음은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 예쁘니까요. 젊음이 다시 못 올 곳으로 떠나가는 순간에 대한 이적요 식의 작별 인사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영화와 소설의 다른 점

소설과는 달리 영화에서는 서지우의 시선은 잘 느껴지지 않고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가 진심 스승 이적요를 존경하는지, 스승과 은교 사이를 질투하는지조차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서지우는 스승이 성취한 예술의 세계에 자신은 결코 편입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져 있었음을 알 수 있을 뿐이고, 예술과 젊음을 다 소유하려는 이적요에게 배신감과 더러움을 느낀다는 것 정도만 알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적요가 떠나가는 은교에게 혼자 작별을 하지만 소설에서는 서지우의 사고사 이후 술에 찌들어 살다 이적요 역시 죽습니다. 

 

우리 곁에 왔던 '은교'

영화 <은교>가 밋밋하고 늘어진 느낌을 주는 것은 러닝타임이 129분인 탓도 있지만, 서지우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은교의 시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열일곱 여고생 은교가 칠십 대 노시인 이적요에 대해 갖고 있는 시선도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은교는 영화 내내 두 남자의 욕망의 대상으로만 존재했습니다. 

 

여고생 은교는 마치 실재하는 소녀가 아닌, '꿈속의 신비로운 여성'으로서 존재하는 느낌입니다. 그것은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만 구축된 하나의 이미지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은교의 명대사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서지우가 문학상을 수상하는 기념식에서 이적요가 축사로 한 말) 

 

"여고생이 왜 남자랑 자는지 알아요? 외로워서요"(서지우와 정사신에서 은교의 거친 대사. 이 대사가 소설에서도 나왔는지는 조금 의심스럽습니다만)

 

은교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이 영화를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날짜가 5월 8일까지라고 했으니까 혹시 보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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