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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레터스

적과의 동침, 줄리아 로버츠의 넷플릭스 고전 스릴러 영화 추천

by 다독다감 2021. 2. 14.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적과의 동침>(1991)은 위기에 빠진 여성의 심리 묘사가 탁월한 고전 스릴러 영화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낸시 프라이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고전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는 그 흔한 살인 사건도, 탐정 하나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한 순간도 놓을 수가 없습니다. 결벽증과 의처증으로 폭력적인 남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한 아내의 목숨을 건 탈출을 그린 이야기가 전부인데도요.

 

줄리아 로버츠는 1990년 영화 <귀여운 여인>으로 프리티 우먼하면 줄리아 로버츠로 보통 명사화되어 있었는데, <적과의 동침>은 줄리아 로버츠가 프리티 우먼을 넘어선 배우로서의 가치를 전세계에 다시 한번 각인시켜준 영화였습니다. 

 

#줄거리

영화 <적과의 동침>은 로라(줄리아 로버츠)가 다정다감하고 부자인 남편 마틴(패트릭 버긴)과 풍경이 멋진 해변가 고급 저택에서 행복한 신혼 생활을 하는 모습을 비추며 시작합니다. 침실에서는 커다란 창을 통해 광활한 바다의 풍경이 보입니다. 로맨틱 가이 마틴은 사랑을 할 때 꼭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으로 분위기를 잡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부터 로라는 마틴에게서 이상한 점들을 하나둘 발견합니다. 욕실의 수건은 꼭 선을 가지런히 맞추어 늘어놓아야 된다는 것, 식료품들은 크기와 색깔, 라벨에 맞추어 수납해 두어야 된다는 것. 그렇습니다. 마틴은 결백증의 끝판왕이었습니다.

 

주위에서 혹 이런 성향을 가지신 분을 보신 적 있으세요? 네, 마틴은 사랑을 할 땐 항상 같은 음악을 틀고 자신만의 독특한 질서로 일상의 공간들이 깨끗하게 정돈이 되어있어야 마음이 편안한 남자였습니다.

 

더욱이 마틴은 로라에게 폭력도 행사하기 시작하기 시작합니다. 바다가에서 요트를 손보고 있던 옆집 신경정신과 의사로부터 "아내가 미인이시더군요"라는 말을 듣고는 마틴은 다짜고짜 저 젊은 의사와 놀아났느냐며 거칠게 얼굴을 후려치는 바람에 로라는 바닥에 쓰러지고 이마에서는 피가 흐릅니다.

 

자, 이쯤되면 이혼을 해야겠지요. 세상에 의처증만큼 고치기 힘든 병도 없으니까요. 이런 남자와 사는 것이 바로 적과의 동침이겠지요. 그러니 하루빨리 이혼하는 것이 현명한데, 로라는 불행히도 그럴 수도 없습니다. 경찰에 신고해도 기꺼이 접근금지 명령밖에 받을 수 없습니다.

 

투자 고문일을 하는 마틴은 워낙 돈도 많고 용의주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로라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자기 힘으로 스스로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하는 길밖에 없습니다.

 

먼저 자신을 감시하는 남편의 눈을 피해 수영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는 마틴에게 돌아가셨다고 하고 마틴이 찾지 못할 다른 요양원으로 옮겨 놓습니다. 그리고 탈출에 필요한 현금과 옷가지들을 준비해두고 디데이를 기다립니다. 거의 완벽할 정도로요.

 

#스포일러

어느날 남편이 로라에게 옆집 의사의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자고 합니다. 드디어 절호의 탈출 기회가 온 것이지요. 날씨가 좋을 것이라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요트는 풍랑을 만나 좌초될 위기에 처하고 두 남자가 허둥지둥 하는 사이에 로라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마틴은 사람을 동원하여 바다를 수색해보지만 구명조끼만이 발견되었을 뿐입니다. 마틴은 수영을 전혀 하지 못하는 로라가 죽은 것으로 간주하여 장례식을 치릅니다. 그런데 로라와 함께 수영을 배웠던 한 여자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그리고 로라가 버리고 간 결혼반지가 변기에 걸려 있는 걸 발견합니다.

 

이때부터 마틴의 촉이 살아납니다. 로라가 죽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의처증 특유의 번뜩이는 그 의심이 이번에는 논리적인 단서를 찾아 들어가게 합니다. 로라의 어머니도 죽은 것이 아니었다는 것!

 

로라는 잡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마틴의 그 음흉한 표정은 관객들을 소름돋게 합니다. 그렇습니다. 로라의 어머니는 로라의 계획을 수포로 돌아가게 할 단서가 됩니다.

 

한편, 로라는 멀리 마이애미에까지 가서 사라라는 이름으로 옆집 사는 연극 교수 벤(케빈 앤더슨)을 만나 막 사랑의 꽃을 피우려는 찰나였습니다. 한발 한발 로라를 추적해 들어오는 마틴의 표정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로라의 평온한 일상의 대비가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어머니 문병을 간 로라와 그녀를 추적하고 있는 마틴이 요양원 복도에서 엇갈리는 장면은 <적과의 동침>의 백미입니다.

 

#결말

데이트를 하고 집에 들어온 로라는 샤워를 하다 손타월이 선을 맞추어 가지런히 걸려 있는 걸 보고 오금이 저립니다. 수납장을 열어본 로라는 기겁을 합니다. 음식료품이 키를 맞추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는 모습. 그리고 거실에서는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황곡이 울려 퍼집니다. 드디어 그가 온 것이지요. <적과의 동침>의 클라이맥스입니다. 

 

그런데 벤이라는 이 남자, 절체절명의 순간에 마틴의 일격에 어이없이 푹 쓰러지고 맙니다. 이 영화의 유일한 흠이라고 할까요? 로라가 믿었던 연인은 그대로 힘없이 쓰러지고, 로라는 드디어 결심합니다.

 

자기 손으로 자신의 인생을 새로이 개척하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결심. 그리고 연약한 로라는 떨리는 손으로 권총을 꼭 잡고 마틴을 향해 방아쇠를 연달아 당깁니다.

 

탕! 탕! 탕! 너무나 통쾌한 장면이었습니다. 마틴은 설마 로라가 자기를 향해 총을 쏠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겠지요. 그렇습니다. 마틴은 자기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괴물 같고 악마 같은 존재인지는 몰랐던 것입니다. 그러기에 그 나쁜 짓을 일삼을 수 있었겠지요. 로라가 총을 쏠 수 있었던 것은 마틴이 인간이 아닌 괴물이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로라처럼 불행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법의 사각지대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나 있어 왔습니다. 로라로서 불행한 삶을 계속 살 것인가, 아니면 사라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 것인가는 각 개인의 선택일 것입니다. 


영화 <적과의 동침>은 줄리아 로버츠가 <귀여운 여인>(1990)으로 세계적인 대히트를 기록한 이듬해에 나온 작품입니다. 줄리아 로버츠는 귀여운 여인에 안주하지 않고 이 영화에서 당찬 여인으로 성공적으로 변신하며 연기 폭을 넓혔습니다.

 

비록 한때 불륜의 여왕이라는 오명이 따라다녔지만 줄리아 로버츠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좋은 작품들에 출연하며 오늘날까지도 사랑받는 배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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