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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교실

끝까지 쓰는 용기, 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by 다독다감 2022. 2. 9.

글쓰기로 평생 살아온 작가의 생생한 경험담

글쓰기 지망생들에게

정여울의 '끝까지 쓰는 용기'(김영사, 2021)는 작가가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시간의 제약으로 수강생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던 것들을 세세하게 묶어낸 책이다. 정여울이 작가로서 할 수 있는 글쓰기에 대한 답변들이 이 한 권의 책에 모두 담겼다고 할까?

 

<7년의 밤>의 소설가 정유정의 추천의 글처럼 어쩌면 이 책은 글쓰기 수업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전업 작가들에게 더 위로를 전하는 책일 수도 있다. 그만큼 전업 작가의 애환이 많이 담겨 있다.

“이런 글쓰기 책은 처음이다. 책을 덮고 나니 작가와 밤을 새워 술잔을 기울인 듯한 느낌, 그것만으로도 그다음 글쓰기는 훨씬 덜 외로워질 것 같은 행복한 예감이 밀려온다.” - 정유정

 

책표지

 

작가 정여울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봄 '문학동네' 에 '암흑의 핵심을 포복하는 시시포스의 암소―방현석 론'을 발표하며 평론가로 데뷔했다.

 

이후 작가는 심리학에 천착했고 '공간' , '씨네21' , 'GQ' , '출판저널' , '드라마 티크' , '주간한국' 등에 영화와 드라마에 대한 글을 썼다.  

 

지은 책으로 '미디어 아라크네' , '아가씨, 대중문화의 숲에서 희망을 보다' , '내 서재에 꽂은 작은 안테나' , '모바일 오디세이' , '국민국가의 정치적 상상력' (공저)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제국 그 사이의 한국 1895~1919'가 있다.

 

끝까지 쓰는 용기 주요내용

1부의 제목은 '글을 쓸 때 궁금한 모든 것들'이다. 글쓰기를 하려면 재능이 필요한 지에서부터 할 말은 없는데 무작정 글을 쓰고 싶을 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등 글쓰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의 소소한 질문에 대한 작가의 친절한 답변을 실었다. 

 

글쓰기에 있어 재능이 딱히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단하게 글을 쓰려는 자세가 중요한 것이며 뭐든 열심히 쓰라는, 글쓰기 관련 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교과서적인 답변들이지만 정여울 특유의 디테일이 담긴 조언들이 특징이다.

 

2부는 '매일 쓰며 배우고 느낀 것들'이다. 정여울 글쓰기 수업의 핵심은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것이다. 글을 쓸 땐 자신을 다 내다 버리고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을 쓰다 보면 외롭고 힘들지만 마침내 자기만의 글을 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작가 나름의 글쓰기 희로애락도 담았다. 우리의 삶과도 같이 글쓰기에 희로애락이 있다. 작가에게 글쓰기는 작가의 삶 자체가 타인에게 선물이 되는 법'을 꿈꾸는 길이라고 한다. 한 문장이 누군가를 미소 짓게 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글쓰기의 가장 커다란 기쁨이 된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은 항상 오해받을 준비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작가의 말에서는 그간 작가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는가 생각해 보았다. 작가는 오해할 준비가 된 독자들의 냉정한 비난보다는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열망에 맞추라고 조언한다. 제대로 읽어보지 않고 너무 쉽게 비판하지는 않았는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내용들이 이 책에는 많다. 

 

3부는 본격 글쓰기 준비다. 제목처럼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 생각해야 할 것들'이다. 취재는 어떻게 하고, 테마를 정하고 눈부신 마지막 문장을 다듬기까지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았다.

 

작가 정여울은 '인터넷으로 찾는 자료는 틀린 자료나 가짜 뉴스, 오류가 가득한 정보가 뒤섞여 있기에, 더더욱 옥석을 가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강조한다. 한 권의 책은 인터넷에서 랜덤 하게 찾는 수백 권의 자료보다 나을 때가 많다는 요지이다.  

 

더욱 깊이 있고 신뢰가 가는 글을 쓰고 싶다면 인터넷에 의지하지 말고 반드시 도서관이나 서점과 친해지는 '아날로그 문헌학자'가 되어라고 작가는 권고한다. '아날로그 문헌학자'라는 조어가 귀에 쏙 들어온다. 너무나 공감 가는 말이다.

 

SNS가 게으르고 수동적인 인간들을 양산해 낸다. 더 큰 문제는 블로그나 유튜브가 생산하는 엄청난 양의 정보가 대체로 거짓 정보라는데 있다. 여기저기서 베껴쓰기 한 것이 아니면 뇌피셜이 대부분이다. 복사를 하더라도 오리지널을 복사하면 그래도 다행인데 거짓 정보를 베끼니 더 심각해진다. 정보를 감식할 안목조차 벌어지는 현상들이다. 

 

요즘은 심지어 책도 그런 부류가 많다.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아리러니하게도 '아날로그 문헌학자'가 되는 수밖에는 없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 작가의 다음 말은 글쓰는 모든 사람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요즘 자주 삶의 마지막 날을 떠올려 본다. 이 블로그를 포함해서 내 삶을 허투루 낭비하여 마지막 날 후회하는 일이 너무나 많을까 두렵다. 그래서 작가의 말이 공명을 일으킨다. 

"삶의 마지막을 떠올려본 적이 있나요? 저는 매일 생각해요. 삶의 마지막 날에서 후회를 남길 글을 쓰지 않기 위해 나 자신과 싸웁니다. 우리가 남기고 가는 흔적은 우리의 생각과 짐작보다 더 뒤끝이 길어요. 그래서 많이 생각하고 한 문장 한 문장을 귀중하게 여기면서 글을 써야 해요. 사실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잖아요. 나의 글을 한 명이라도 읽어준다는 것 자체가 정말 기적 같은 일이니까요;"(238~239쪽)

 

 

글감을 애타게 찾고 있을 독자들에게 작가는 말한다. "여러분의 가장 멋진 글감도 분명 여러분의 마음속 깊은 곳에, 특히 설마 이런 게 글이 되겠어'라고 하찮게 여겼던 기억의 장롱 그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라고"

 

그런데 요즘은 사적인 글이 지나치게 넘쳐난다. 그래서 조심스럽다. 작가는 습작을 많이 하라고 한다. 열개를 썼으면 그중 하나쯤은 세상에 내보내도 된다고 말이다. 작가의 바람과는 달리 정제되지 않은 글들이 마구 넘쳐나니 글쓰기가 더 어려워지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더욱 아날로그 문헌학자가 되어야 한다.

 

끝까지 쓰는 용기 독후감

정여울의 <끝까지 쓰는 용기>를 읽은 소감은 대략 이렇다. 전업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 아웃사이더로 보냈던 대학원 박사과정, 문학평론가에서 에세이스트로의 전향 과정, 작가로서의 인생 여담들이 끝까지 쓸 용기를 북돋운다. 

 

아름답고 화려한 문장을 쓰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면과 거의 혼연일치가 된 문장을 쓰고 싶다고 작가는 소원한다. 작가 정여울에게 문장은 곧 그의 삶인 셈이다. 나는 한 번이라도 그런 문장을 써본적이 있었던가 되돌아본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쓰레기 바다에 나의 글 역시 쓰레기로 하나 더 쌓이는 것은 아닌지 늘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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